백동흠의 일상톡톡 23; 무거운 짐 진 남자 둘

교민뉴스


 

백동흠의 일상톡톡 23; 무거운 짐 진 남자 둘

일요시사 0 1067 0 0

오~ 오늘도 저 버스 승객, 어김없이 정시 출근 도장 찍는 건가~


50대 중반의 남자가 아침 8시 반에 오레와에서 뒤뚱거리며 탔다.


무엇을 집어넣었길래, 등에 진 백이 오늘따라 무겁게 축 처져 있었다.


남자가 오클랜드 시내로 출발하는 실버데일 환승 스테이션에서 내렸다.


버스를 세우고 다음 코스를 준비하는데, 남자가 정처 없이 왔다 갔다 했다.


딱히 정해진 곳도 없이 남들 출근하는 것처럼 나섰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걸프하버로 출발하려는데, 무거운 짐을 멘 채 가까스로 버스에 올라탔다.


창가에 앉더니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서 창밖을 향해 전화 걸듯 중얼거렸다.


걸프하버 페리 선착장에서 내려 여객선 쪽으로 가는가 싶더니 또 돌아왔다.


플라자 쇼핑몰로 향하던 버스에 또 올라타길래, 이번에는 그냥 타라고 했다.


남자가 종점 플라자에서 내리더니 터벅터벅 무겁게 건물 쪽으로 사라져갔다.


출근하던 직장에서 해고된 건지, 습관적으로 그때 생활을 좇아 헤매는 듯했다.



와이에라에 사는 70대 노인은 집을 나설 때부터 뉴월드 쇼핑백 네 개를 들고나왔다.


오레와 뉴월드에서 쇼핑백 네 개에 물건을 잔뜩 담아 나온 건 이해 못 할 것 없었다.


아침에 집에서 나설 때도 똑같이 무거운 쇼핑백 네 개를 들고나온 건 납득이 안 됐다.


그냥 빈 몸으로 가볍게 나서지 못하고 뭔가 가득 찬 짐을 들거나 메고서야 성이 찼다.


종일 일하고 빈 백백이나 쇼핑백에 뭔가를 가득 채워 집에 돌아올 때 위안이 됐던 것?


그 물음표? 를 찾아 어제도 오늘도 남자 둘은 무거운 짐을 들고 메고 바삐 돌아다녔다.


보다 못한 하늘이 남자들한테 외쳤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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