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일상톡톡 27; 입 없는 사람들

교민뉴스


 

백동흠의 일상톡톡 27; 입 없는 사람들

일요시사 0 1032 0 0

뉴질랜드 여름, 10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두 승객이 버스 뒷문으로 탔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까만 마스크에 검정 두건까지 쓴 마법의 여인들이 낯설었다. 입도 막고 코도 볼 수 없는 데다 눈앞에까지 검정 창을 달았다. 흑색 수도복 차림이라 한층 고혹적이었다.


버스 안은 입 없는 사람들이 타는 이상한 매직 성(城)이 되었다. 쨍쨍 빛나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며 비바람이 몰아쳤다. 버스 운전사는 마법 성을 도는 중세 기사(騎士)로 회귀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와이에라 핫풀에서 히브스커스 스테이션까지 셋이었다. 80킬로로 달리는 산등성에서는 소행성을 타고 폭우를 뚫고 가야 했다. 마음 단단히 먹고 운전대를 꽉 움켜쥐었다.   


코로나 블루, 신조어가 탄생할 만큼 세상이 좁아졌다. 코로나 이후 사회 거리 두기가 고립감을 가져오면서 움츠러들었다. 불안과 염려가 마스크 속에 배어들면서 호흡이 답답해졌다. 모임 약속이 서서히 줄어들고 만남도 뜸해졌다. 21세기 글로벌 블루로 가는 현상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온 세상은 숨 가쁘게 달리고 또 달려왔다. 더 많이 벌고 가지려는 성장과 성공에 제동이 걸렸다. 사회 거리 두기에서 내면의 자신과 친구 하는데 초점을 맞추라는 신호인지 빨간불이 자주 켜졌다. 코로나 시국이 언제쯤 시원하게 마무리될 것인지.  


입 없는 사람 셋을 태우고 버스는 묵묵히 종점까지 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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