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일상톡톡 31; 엄마 생각

교민뉴스


 

백동흠의 일상톡톡 31; 엄마 생각

일요시사 0 1185 0 0

04시! 벌떡 일어났다 새날이다 주어진 홀로 시간이 홰를 쳤다

나만의 새벽 시간, 새로운 문이 열리는 순간, 회귀가 주어졌다

보너스 타임,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해보는 일상에 맛 들여졌다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나만의 새하얀 세상에 그림을 그려갔다

세수 후 컴퓨터를 켜고 바깥 새소리를 들으며 커피 한잔을 마셨다

마우스 서핑으로 한국과 다른 여러 나라의 새로운 글을 읽어나갔다


회사 출근하기 전, 새벽 시간에 조용히 나만의 세계에 푹 젖었다

기형도 시인의 ‘안개’를 보며 내 옛 시절 1982년으로 날아갔다

경기도 시흥군 서면 소하리, 시인이 산 동네가 내 다니던 회사였다

 

그 시대, 시인은 그곳에서 시를 지어 올렸고 난 자동차 설계를 했다

나보다 세 살 연하였지만, 그는 천재적 감수성으로 내면 세상을 그렸다

난 실용주의의 첨단이라는 자동차 연구 개발을 위해 드랩터앞에서 보냈다

 

커피잔을 들고 데크로 나가 팜 트리아래 피어오르는 안개 너머를 봤다

1989년 3월에 시인은 29살 젊은 나이에 뇌졸중으로 요절하고 말았다

단 한 권의 유고시집을 남기고 광명시 기형도 문학관에 신화로 남았다


그가 달나라에서 ‘입속의 검은 잎’ 신화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오늘 새벽에 시인의 ‘안개’ 시를 읽고서 그를 만났다

오늘 첫 시작에 시인을 만난 건 무한한 힐링을 일으키는 돌풍이었다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엄연한 현실 일속에서 먼발치 이상을 꿈꾼다

그가 뉴질랜드에 들른다면 우리는 허심탄회한 술잔을 주고받을 것이다

그때 동시대에 7년을 같은 곳에서 살지 않았던가, 소하리 뚝방 안양천


사람이 사람을 잊어버리는 세상에 그의 시는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있었다

이 시간 ‘엄마 걱정’이 그렇다 시인은 나직이 이 시를 나에게 읊어주었다

고국 병상에서, 하늘나라로 향하는 빛을 따라 가는 울 엄마 생각에 울컥~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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