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일상톡톡 32; 두 달에 한번은

교민뉴스


 

백동흠의 일상톡톡 32; 두 달에 한번은

일요시사 0 989 0 0

-아~ 둘이서 이렇게 식사한 지도 참 오래됐네요.

-글쎄, 코로나 때문에 거의 6개월은 못 봤지, 우리.


오클랜드 남쪽 지역, 템즈에서 올라온 송강 머리에 꽤나 잔서리가 덮였다.

굵은 팔뚝의 무송은 계속 장인 목수로 오클랜드를 지켜왔다. 형님뻘 되는 송강이 오클랜드에 다니러 온대서 바로 식사 장소를 중국집으로 잡았다. 


송강이 템즈에서 모텔 하며 먹어보기 힘든 메뉴, 탕수육과 양장피, 깐풍기 요리와 짜장 짬뽕을 시켰다. 장소는 브라운스 베이 동천루였다. 푸짐한 중식 요리가 회전상에 올랐다. 단무지도 두 접시 가득 담아주어서 식초를 위에 흥건히 부었다. 무송이 소주병 빨간 뚜껑을 따서 송강 앞 도자기 잔에 콸콸 부었다.


-한 시대 무송과 송강은 중원을 떠들썩하게 쥐락펴락 한 무사가 아니었습니까? 

-그렇지. 우리가 뉴질랜드 이민 와서 어쩌다 평범하게 살면서 위상이 좀 낮아져서 그렇지. 마음만은 아직도 중원을 평정하는 협객이지. 자 건배하자구 무송!


예전, 목수 일하며 죽이 맞아 닉네임을 송강 형님과 아우 무송으로 정한 게 참 잘한 선택이었다. 시대가 아무리 급변해도 마음만은 여전히 중원을 누비는 의적이었다. 뉴질랜드를 살아가는 호기이자 풍류였다. 둘이 주거니 받거니 취기가 거나해졌다. 


-무송, 피붙이나 형제도 없는 뉴질랜드에서 마음이라도 부자로 살아야지.

-송강 형님, 약조를 하나 하셔야겠습니다. 어쩌다 생각나면 6개월, 아니 1년에 한 번 정도 만나서 되겠습니까. 60 중반 나이에. 길게 남은 인생도 아닌데. 두 달에 한번은 만납시다. 아예 약조하시지요. 두 달 후 마지막 주 금요일로요.

-거참, 아우 무송은 심지가 깊구먼. 그려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평소 열심히 일하고 두 달에 한번은 만나 맛있는 요리도 먹고 맘껏 이야기도 하자구.


즉석에서 무송의 제안이 받아들여졌고, 다음 약속 장소를 템즈 송강의 모텔로 정했다. 뉴질랜드에서 살아가는 법은 복잡하지 않았다. 오클랜드 살아도 1년에 한 번도 못 만나고 식사 한번 못하는 관계들이 얼마나 많은가. 기껏 카톡이나 문자메시지로 가끔 형식적인 안부나 묻는 경우를 봐오지 않았던가. 1년에 수십 번 찔끔찔끔 감질나게 물 주어서 관계가 제대로 자라겠나 싶었다.


한번을 만나도 때로는 진하게 장마 요법처럼 철철 넘치도록 물을 들이붓는 것도 필요하겠다. 진정성 있는 만남은 못 나눈 저 세상 이야기까지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어야지. 두 알의 감홍시가 흔들거렸다.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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