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를 만든 사람들 50인의 위대한 키위 이야기 48 뉴질랜드 발견자 - 쿠페 (Kupe)

교민뉴스


 

뉴질랜드를 만든 사람들 50인의 위대한 키위 이야기 48 뉴질랜드 발견자 - 쿠페 (Kupe)

일요시사 0 330 0 0

1천여 해 전 '길고 흰 구름의 나라, 아오테아로아' 에 첫발   



고향을 향해 가다가 쿠페는 해안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혹시나 사람이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새들만 사는 무인도라는 확신을 하고 아오테아로아를 떠났다…

쿠페는 고향에 돌아가자마자 ‘아오테아로아 표류기’를 

구술로 전했다. 그곳 산세와 비옥한 평야와 강, 

부족 식구들 밥줄이었던 물고기들까지 하나하나 묘사했다.



뉴질랜드 밤하늘의 별을 본 적이 있는가?


 휘황찬란한 불빛이 반짝이는 큰 도시 한복판이 아닌 사람 발걸음이 완전히 끊긴 깊은 산 속 어딘가에서, 또는 외딴섬 파도 소리를 벗 삼아 ‘난 어느 별에서 왔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 바닷가에서 그런 경험이 있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1천여 해 전 ‘아오테아로아’(마오리 말로 ‘뉴질랜드’를 뜻함)를 찾아 떠날 자격이 있다.



AD 950년경, 귀향 보장 없는 항해 시작

 

AD 950년경 남태평양 하와이키(Hawaiki, 오늘날 타히티로 추정) 추장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쿠페는 어느 날 느닷없이 짐을 꾸렸다. 아내와 딸 둘, 그리고 레티(Reti)라는 항해사와 한 무리의 선원과 함께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는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떠난 이유를 살펴보자. 언제부터인가 쿠페 부족은 바닷가에서 고기를 단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었다. 미끼를 던지는 족족 큰 문어가 낚아채 갔다. 주술사가 그에게 준 해결책은 이렇다.

 “그 큰 문어를 당장 죽여 버리게. 그렇지 않으면 당신네 부족이 다시는 고기 맛을 볼 수 없을 거네.” 

 

쿠페는 카누 두 척에 식솔과 친척들을 나눠 태우고 자기 휘하 부족의 생계를 위해 기약 없는 노질을 해 나갔다. 그들은 수천 킬로미터를 밤에는 별빛 안내로, 낮에는 철새 행로를 따라 나아가고 또 나아갔다. 때로는 흥에 겨워 부족 고유 노래를 흥얼거리며 망망대해의 고독한 여행을 즐겼다.


 마침내 쿠페의 아내, 히네 이 테 아파랑이(Hine-I-te-aparangi) 눈에 커다란 물체가 보였다. 그는 탄성을 지었다.

 “헤 아오, 헤 아오-He ao! He ao!)”(구름이다, 구름.) 

 

그는 ‘아오테아로아’(Aotearoa, 마오리 말로 ao는 ‘구름’, tea는 ‘하얀’, roa는 ‘긴’을 뜻함)를 외쳤다.  히네 이 테 아파랑이는 뉴질랜드를 가장 먼저 본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비록 그 사실이 마오리 신화에 기인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기술하고 있다.



잘 모르는 땅 정복 표시로 개 두 마리 남겨

 

뉴질랜드 북섬 해안에 다가서자 쿠페 눈에 문어가 보였다. 문어는 쿠페 일행의 추적을 피하려고 수백 킬로미터를 도망 다녔다. 북섬과 남섬의 경계인 쿡 해협(Cook Strait)까지 추격은 이어졌다. 쿠페는 두 딸의 이름을 따서 해협 주위에 있던 두 섬 이름을 마티우(Matiu)와 마카로(Makaro)로 지었다.  

 

쿠페 일행은 남섬으로 항해를 계속했다. 그토록 쫓던 문어가 눈에 다시 들어왔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았다. 쿠페 부족의 생계를 방해해 온 원수, 문어를 단번에 죽여 버렸다. 수천 킬로미터를 달려온 목적을 마침내 이루었다.


 마오리 신화는 쿠페의 그뒤 행적을 두 가지로 기록하고 있다. 쿠페가 거기서 길고 긴 항해를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설과 남섬으로 내려가 사람이 살고 있는지, 어떤 자원이 있는지 살펴보았다는 설이 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남섬 끝에서 펭귄과 물개 떼를 본 뒤 뱃머리를 돌려 고향 땅으로 향했다고 한다.

 

고향을 향해 가다가 쿠페는 해안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혹시나 사람이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새들만 사는 무인도라는 확신을 하고 아오테아로아를 떠났다. 쿠페는 잘 모르는 땅을 정복했다는 표시로 충직의 상징인 개 두 마리를 남겨 놓았다. 

 

쿠페 얘기가 만약 거기에서 끝났다면 그는 뉴질랜드 역사에 결코 기록되지 못했을 것이다. 단지 신화 속 한 에피소드의 인물로 남았을 것이 분명하다. 쿠페는 고향에 돌아가자마자 <아오테아로아 표류기>를 구술로 전했다. 그곳 산세와 비옥한 평야와 강, 부족 식구들 밥줄이었던 물고기들까지 하나하나 묘사했다.



항해 그만두고 고향 땅에 묻혀


 쿠페는 아오테아로아로 다시 가서 새 삶을 일구자는 부족 사람들의 간청을 무시하고 고향 땅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로부터 400여 해 뒤인 14세기 중반 마오리 한 무리가 남태평양을 향해 떠났다. 오랜 선조인 쿠페가 간 항로를 따라 낮에는 철새 인도로, 밤에는 별빛 기운을 받으며 끊임없이 노를 저어 나갔다. 그들이 발을 내디딘 곳은 오늘의 뉴질랜드, 아오테아로아였다.

 

쿠페가 본 망망대해 밤하늘의 별은 어쩌면 뉴질랜드 국기에 들어 있는 그 네 개의 별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쿠페가 그 별을 보고 ‘아오테아로아’를 찾아냈다면, 너무 지나친 억측일까?




글_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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