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뉴질랜드 꽁트 24 ; Energy Bus

교민뉴스


 

백동흠의 뉴질랜드 꽁트 24 ; Energy Bus

일요시사 0 827 0 0

Gulf Harbour


뉴질랜드에 덮친 홍수 피해가 아직도 남아있었다. 백년만의 자연재해라니. 도로 곳곳에 토사와 나무 쓰레기들이 어지러웠다. 새벽 4시 50분. 비까지 연일 쏟아지는 터라 손끝까지 시렸다. 버스 차고지, 데포에는 밤새 비 맞은 버스들이 도열하고 서 있었다. 맨 오른쪽 버스가 앤디 눈에 유난히 눈에 띄었다. 애마처럼 대기하고 있었다. 앤디가 하얀 면장갑을 끼고 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부릉~ 부릉~~


경쾌한 시동이 주변을 깨웠다. 버스 드라이버 콘솔, BDC 화면이 떴다. 먼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했다. 다음 오늘의 운행표 로스터, 듀티를 눌렀다. 이어서 행선 루트번호와 시간대를 찾아 대기시켰다. 에어콘을 켜서 앞 유리와 사이드미러에 어린 안개 기운을 제거하도록 했다. 일련의 준비작업이 하나씩 진행되었다. 앤디가 버스 밖으로 나와 손전등, 랜턴을 켜고 둘러보았다. 왼편 뒤쪽 코너에 스크래치가 보였다. 오래전 거였다. 


앞뒤 라이트 상태를 봤다. 타이어 공기압 상태와 휠 너트 조임 상태도 체크했다. 라디오 텔레폰, RT를 켜서 컨트롤 사무실과 교신해봤다. 마이크 상태 이상 무였다. 앤디 체형에 맞게 운전대 위치와 각도, 사이드미러, 운전석 시트를 조정했다. 얼추 버스도 예열됐고 안개 기운도 유리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출발에 앞서 앤디가 운전자와 승객의 안전을 위해 기도했다.


빈 버스 상태로 걸프하버 출발지점으로 버스를 몰았다. 걸프하버에서부터 실버데일 하이비스커스 스테이션까지 루트였다. 찬 바람을 가르며 왕가 파라오아 로드를 규정속도 60킬로로 달렸다. 헤드라이트 불빛을 받자 도로에 박힌 차선 야광 표시가 공항 활주로처럼 번쩍거렸다. 쫙 펼쳐진 내리막길 직선 활주로, Runway가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했다. 걸프하버 해안 도로의 능선을 달리다 보면 하늘을 나는 파이러트 같은 기분이었다. 때론 바다 위를 가르는 마도로스처럼 마음이 확 트였다. 


걸프하버 출발지 정류장. 옆에 펼쳐진 잔디밭, 리저브가 이슬과 서리로 뿌옇게 보였다. 어얼리 버드로 출근하는 여러 차가 씽씽 달렸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로 싱그러운 아침을 맞이했다. 왕가 파라오아 걸프하버에서 실버데일 스테이션 종점까지 10여 명의 승객을 실어 날랐다. 승객들은 종점에서 2층 버스 더블데커에 옮겨타고 오클랜드 중심 시내 브리토 마트까지 출근했다. 


Dairy Flat Highway


앤디가 실버 데일 스테이션에서 잠깐 쉬고 두 번째 트립을 시작했다. 아직 새벽 6시였다. 데어리 플랫을 거쳐 알바니 매시대학을 통과해 종점인 알바니 스테이션까지 가는 루트였다. 총 22km로 버스 정거장은 약 30여 개였다. 데어리 플랫 하이웨이는 규정 속도 80킬로로 질주해야 했다. 정거장이 약 20개가 있었다. 


목축하는 농장과 산림 지역이라 가로등이 많지 않았다. 외곽 변두리 버스 정거장에 쉼터나 불빛도 없었다. 규정 속도 80킬로로 달리다 보면 기다리는 승객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를 아는 단골 승객들은 각자 알아서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건설 현장에 다니는 사람은 형광 조끼를 입고 손을 흔들었다. 나머지 승객들 대부분은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서 흔들었다. 얼추 7~8곳에서 승객들이 기다렸다. 타는 곳이 거의 고정된 곳이었다.


지난주 이 루트를 운전하다 앤가 급브레이크를 밟고 말았다. 평소처럼 지나쳤던 코너 정거장을 막 지나칠 찰나였다. 정거장 팻말 옆에서 손도 안 흔들고 가만히 서 있는 희뿌연 사람 때문이었다. 버스가 브레이크를 밟고서도 한참 앞에 섰다. 버스와 승객들이 휘청거렸다. 뒤따르는 트럭들도 급브레이크 소리를 내며 이어 섰다. 

애 띤 꼬마 아가씨가 안도의 얼굴로 달려와 올라탔다. 앤디가 아가씨한테 당부했다. 플래시를 켜서 흔들면 좋겠다고. 웬걸 다음 날도 아무런 수신호 없이 정거장 팻말 옆에 그대로 서 있었다. 말없이 어정쩡한 미소만 띠었다. 안전이 문제였다. 그 지역으로 이사 왔는지 버스 타는 게 익숙지 않아 보여 안전 설명을 해주었다. 아가씨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데도 순간 플래시를 켜고 흔드는 민첩함이 어려워 보였다. 아무래도 수동 아날로그 손전등이 필요하다 싶었다.


앤디가 버스를 세웠다. 작은 손전등을 꺼내 들고 아가씨 옆에 내렸다. 손전등을 켜서 흔들어 보여주었다. Just Like This! 아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앤디가 아가씨에게 그 손전등을 쓰라고 아예 건네주었다. 운전사와 버스 승객들, 아가씨 그리고 뒤따르는 차들에 안전이 우선이었다. 


오늘 새벽, 그 지역을 향해 가는데 멀리서부터 가녀린 불빛이 흔들렸다. 앤디가 가까이 가서 안전하게 버스를 세웠다. 그 꼬마 아가씨였다. 앤디 눈에 무척이나 대견하고 반가운 모습이었다. 초등학생이 어려운 숙제를 해와 얌전히 검사를 받는 것 같았다. 버스 안에 타 있던 단골 아가씨 승객이 손뼉을 치며 아가씨에게 칭찬했다.


아가씨가 수줍은 얼굴로 버스에 올라탔다. Excellent! 단골 남성 승객도 엄지를 치켜 올렸다. 같은 버스에 이미 타 있던 승객들이 공동체 일원으로 아가씨를 받아들였다. 모두 하나가 되었다. 농장 지역 데어리 플랫 구간은 어둠이 가시기 전이고 자욱한 운해로 뒤덮여있었다. 버스는 흰 구름 위를 나는 비행기처럼 붕 뜬 상태였다. 



Energy Bus


앤디 머리 속에 [에너지 버스]가 그려졌다. 존 고든이 지은 소설(2007년)이었다. 줄거리는 이랬다. 주인공 조지는 바쁜 일상 속에 불평불만이 많았다. 아내의 잔소리, 언제 잘릴지 모르는 회사, 짊 같이 느껴지는 아이들이 불만이었다.


어느 날 출근하려는데, 자가용이 펑크가 나 버스를 타게 되었다. 출근할 버스를 타며 여자 버스 운전사, 조이를 만나며 인생이 달라졌다. 차를 고치는 2주 동안 출근 버스 운전사 조이로부터 10가지 룰을 조지는 배웠다. 


당신 버스의 운전사는 당신 자신이다. 당신의 버스를 긍정에너지로 가득 채워라. 당신의 버스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긍정의 연료로 가득 채워라. 당신 승객을 사랑하라. 승객들이 당신 버스를 타고 있는 동안, 그들을 매료시킬 열정과 에너지를 뿜어라. 당신의 버스에 타지 않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 조지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들였다. 부정의 삶이 반전되어 긍정으로 살아가며 감사와 행복을 느낀다는 이야기였다.


앤디의 에너지 버스에 타는 모든 승객과 유쾌한 하루가 열렸다. 잔잔하고 훈훈한 인생을 드라이브하면 충분했다. 앤디의 운행패턴은 Nice &Smooth 상태로 이어졌다. * 




작가 백동흠 

수필 등단: 2015년 에세이문학. 소설등단: 2015년 문학의 봄

수필집: 아내의 뜰(2021년). Heavens 지금여기(2022년).

수상: 2017년 제 19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대상 (깬니프!).

           2022년 제 40회 현대수필문학상 (Heavens 지금여기).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