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봉 시조시인 / 수필 작가 ; 칠월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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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봉 시조시인 / 수필 작가 ; 칠월의 맛

일요시사 0 339 0 0

폭우와 강풍으로 

두들한 상흔을 안고 두 달이 지나간다 


모두들 아픔으로 지나치는 곳곳에 기억은 

을씨년 스런 계절 변화에 간사스러운 마음은 저울질에 묶이고 


옹골진 산천에 향내음 조금씩 싸 그러 트리던 

추억을 줬던 매미 소리와   

남 서풍 흔들어대던 코스모스 꽃

자연스레 풀씨로 흔들리며 땅속 깊게 터를 잡는 초겨울


유난히도 낮달 있는 햇살이 좋아 

무수히 꽃망울을 터트렸을 동백꽃 찾아

깊숙이 자리 잡은 달달한 곳을 향해 퍼즐 맞추어가듯  

보타니 공원을 걷는다 


비 온 뒤 촉촉해진 푸른 잔디에 

쉼터로 단장해 놓은 듯 산뜻한 잔디 냄새

한바탕 풀각기가 끝날는지 

여물은 참새 때 춤사위가 요란하다  


여름 입구에 향기 가득했던 장미꽃 

근육질이었던 모양새도 후줄근해지고 

액자 속의 주인공은 낯선 자로  남은 길 따라간다  


남자보다 높은 순위를 입에 물고 

이리저리 뛰는 개똥밭에  매듭짓는 시를 쓰는 사연들 


꾸역꾸역 건강을 들고 나온 사람 

이야기 들고 나온 사람들에  살아가는 공통점에 

호탕한 걸음으로 또 걷는다 


곤충들 집합소였던 

계절에 젖어 들은 빛바랜 라벤더 향마저

꺼무죽죽 수묵화로 변해버렸다 


쌍 단오리 줄이어 부르수 탱고 이어지는

며칠째 햇살에 달궈졌던 호숫가 


세월에 장사 없다는 억지를 빈자리에 한 뭉치 놓으면 

주님이 반갑게 풀어놓을 것 같은 싱그러움의  이야기 공원 


은유를 들고 40분 남짓 


물 흐르듯 겨울풍경을 그리다 보니 

굽이진 도랑 언저리에 

아쉽다 할 만큼 피고 지는  빨강 분홍 하얀 동백 꽃잎  

크레파스로 그려 놓은 듯 널브러져 

한 움큼 사진기에 넣는다 


맑은 공기를 가슴에 품고  휠체어에 앉으신 할머니 

하얀 찔레꽃처럼 고운 웃음으로  이야기하는 딸이 

부럽기도 하고 애틋 함에 서성이기도 한다 


딸은 없어도 

가볍게 기댈 수 있는 사랑이 있어 오늘따라 감사함을

조화롭게 배열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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