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지금여기; 자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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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흠의 지금여기; 자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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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일은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의 유혹으로부터 나를 구해주었다.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주었다.”


작고하신 박완서 작가님의 말씀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한 편의 작품이 세상에 선을 보일 때, 작가의 마음은 독자와 통하기 마련이다.


이야기가 서로 통했다는 것은 마음과 마음이 공감했다는 것. 상대의 말을 들어주고 조언이나 충고보다는.


그 입장을 공감해 주고 칭찬을 곁들이다 보면 어느새 마음과 마음이 가까워져 있음을 느낀다.


가족이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 뜻이 맞는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참 평화로운 일상이다. 가진 것 적어도 마음으로 얻는 그 기분은 어떤가?


한때 고국에서 흥행했던 영화 ‘스캔들’의 포스터 문구, “통하였느냐?”.


동양 사회에서는 소통이고, 서구사회에서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생각이나 말 따위가 다른 사람과 막힘이 없이 소통하는 것이니, 이 통함이야말로 우리네 일상생활의 필수 요소다.


성경의 바벨탑 이야기는 하느님처럼 되고자 하는 인간 교만의 파멸 이야기 다. 인류의 소통 부재로 겪게 되는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늘날도 현대판 바벨탑의 비극이 일어난다. 진정성이 통하는 가정과 사회 그리고 공동체가 되는 게 우선적인 일인걸. 행복한 소통이 그리운 세상이다.


빌 게이츠가 '부의 세계' 정상에서 이제 하산하고 있다. 그는 자산을 늘리는 대신 계속 비워내 자선재단에 기부하면서.


최종적으로 전 재산의 95% 이상을 기부할 계획이란다. 주요 관심사는 두 가지다. 최 극빈자들의 보건위생과 발전, 그리고 미국의 교육 개선이다.


관심사는 공평함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엄연한 현실에서 사람들은 평등하지 않고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통찰.


만약 그가 미국이 아니라 후진국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면, 시애틀 부촌 사립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면.


열악한 환경속에서 잠재력을 키울 수 없는 아이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많은 것을 얻을수록 그에 비례해 많이 나눌 의무가 있다는 것. ​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도달할 수 없는 경지가 있는데. 그 비범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아웃라이어다. 보통 사람의 범위를 뛰어넘은 사람.


빌 게이츠도 비범한 인물 중 하나인 아웃라이다. 소유와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훌훌 털어내는 영혼의 자유로움, 그 정신의 비범함을 갖고 있다.


“중년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본다. 중년은 눈으로만 우는 것이 아니고 가슴으로도 운다. 중년은 진정한 사랑을 가꾸어갈 줄 안다.


중년은 아름답게 포기할 줄도 안다. 중년은 자기주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안다. 그래서 중년은 앞섬보다 한발 뒤에서 챙겨가는 나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살아야 한다고 한 이야기다. 눈과 가슴이 열린 세상. 이민자에게 더욱 절실해지는 기대치다.


어느 분이 한 특강, “청춘을 노래한다”.


그 가운데 공감이 느껴져 메모해둔 말을 다시금 읽어 본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가. 자유란 ‘자기 이유’의 준말이라 생각한다.


어떤 선택에서 나의 이유가 분명할 때 자유가 된다.”


모든 것을 뒤로 물리고 자유를 찾아가면. 시대 흐름에 부화뇌동으로 편승하지 말고 분명한 자기 이유를 택해 자기답게 사는 모습이기를 기대해 본다.


뉴질랜드의 추운 8월이 벌써 중반이다. 새벽이나 밤엔 손발이 시리다.


산책길에 봄소식이 살랑댄다. 살포시 입을 열려는 백목련이 한 송이씩 ~ 아! 이제 봄기운 9월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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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백동흠 

수필 등단: 2015년 에세이문학. 수필집: 아내의 뜰(2021년). Heavens 지금여기(2022년).

수상: 2017년 제 19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대상 (깬니프!). 2022년 제 40회 현대수필문학상 (Heavens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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