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봉 시조시인 /수필 작가; 빈털터리가 된 은혜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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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봉 시조시인 /수필 작가; 빈털터리가 된 은혜의 선물

일요시사 0 313 0 0

청자빛 수국이 하나씩 꽃망울 잡히고 

뿌려지는 햇살이 가득해지면 

새들의 배설물은 쉴 틈 없이 자유를 누리는 

순수한 하루가 시작된다 


다양한 즐거움도 낮보다 상큼한 

새들의 노랫소리로 흥을 주는 일상에 

욕심도 내려놓으면 

넉넉해지는 여유가 따르기도 한다 


빨간 바탕에 검은 점이 

툭툭 박힌 투박한 개똥벌레가 눈에 들어오기도 했던 

겨울과 여름에 풍광이 교차되기도 하는

봄의 끝자락이기도 하는 오늘  


또 다른 에너지를 주는 

계절의 순환 속에  함께라는 

아름 다운 계절에 숙연해지기도 하는 12월 

 

켜켜이 싸였던 곳곳을 다듬을 수 있다는 것에 

한해를 뒤 돌아보면 힘들어했던 것들에


곤장 몇 대 맞을 일 있기도 하는  

달이기도 하지만 

모자람이 있기에 감사도 따른다 


뾰족했던  개성에 

작심삼일이라도 

변화룰 줄 수 있어 감사할 수 있는 

각별한  시간이기도 하다  


지난 사월 

왼쪽 팔에 오십견이 왔다

"명의들에 경고" "위대한 식탁" 틈만 나면 

나를 장악하고 있는 염증을 알아가기 위해 

고정 시청자가 되었던 시간이었기도 


건강은 축복 중에 축복 


지우고 싶은  암도 두 번이나 찾아와 

용감했던 11월 앞에  텀벙거렸던 

거꾸로 된 십자가를 바로 세우기까지 힘들었던 

우중충한 날들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로 

마무리하는 소박한 마음 거칠었던  숨소리마저  

내려놓을 수 있던 무게에  더하기를 한다면 

더럽고 낡은 생각까지도 다 내려놓고 


감사로 채워가는 난

또 새해를 맞을 것에 서두르지 않고 

용감하게 십자가 앞에 서 있다 


하나님께서 주신 경이로움에 소망을 품고 

또 넘어야 할 곳을 넘을  힘도 생긴다 

색다른 일들에 

새롭게 다져가는 한 해 끝 자락 

 

많은 사람들 틈에 묻혀 

낯선 길을 가다 가도 

단단하게 뭉쳐 있었고 힘들었던 일들과 


상상도 못 했던 일들도 걸러질 수 있다는 감사가 

특별한 시간 일수도 있겠다 두 손을 모은다 


오랜만에 한국에 나갔던 생각에

잊히질 않는 일 년 전 행복한 이야기를  펼친다 


지오그래픽 문자가 새겨진 

녹색 배낭 하나 달랑 짊어지고 

비바람도 피해 가며 춘천에서 서울로 

바쁘게 오갔던 4개월 


분주했던 많은 웃음들이 서성이며 

메어 터질 것 같은 호흡으로  

꾹꾹 눌러 타도 헐렁했던 좌석들이 많았던 경춘선 


계단을 오르내리던 12월 4일  전철역 낯설었던 

고향길이지만 

3년 만에 나가 특별한  만남으로 채워졌던 

지인들의 감사가  시끌벅적했던 수필집 출판 기념 날 


모두들 느긋하게 쏠쏠한 대화가 이어지는 

입맛 당기는 숙성된 열무김치처럼 

때로는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미미하게 남는 웃음꽃 


지금쯤 김장하느라 바쁠 고향 친구들 

첫눈이 오는 날 

어린애가 되었던 환호성도 노을빛에 묻혀간다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는 친구가 해준 

청양고추 잘게 다져 넣었던 매콤한 부추전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매콤한 북어찜 

손맛이 특별했던 친구 

아들이 목회하는 교회 점심 밥상 

소중했던 사랑들  


부산했던 한 해가 

옅어지는 십이월 그믐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얘진다는 속담도 있듯

옛 어르신들의 지혜는 구수한 청국장 맛 


송편 빚다 남은 사랑 덕지덕지 발라놓은  허연 눈썹을 

보고 울었던 추억으로  남는 

온기 있던 한 해가  또 저문다 


**

잘 가,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 절 볼 수 있다는 거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야 


               <생텍쥐베리작  어린왕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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