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일상톡톡; Pinnacles Coromandel 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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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흠의 일상톡톡; Pinnacles Coromandel 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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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nacles Coromandel NZ(Kauaeranga Kauri Trail) 트램핑 1박2일!

트램핑 코스를 밟으며 Pinnacles에 감전된 가슴은 100% 충전으로 출렁인다.

첫째는 산을 오르면서 느끼는 뉴질랜드 산세의 아름다운 숲속 정기!

둘째는 겨울 산장에서 묵으며 보는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의 노래!

셋째는 새벽에 정상을 오르며 맞는 코로만델 일출 장관에 새긴 희망!


***


한 가지만 경험해도 족할 텐데 세 가지 선물까지 주어지니 그토록 많은 사람이 미리부터 산장을 예약하고 기다리는 건가? 나도 간신히 예약 대열의 마지막에 동참하면서 설렘으로 기다리고 준비한다. 겨울 산장 hut에서 슬리핑 백으로 하룻밤을 잔다는 게 우선 설렘이다. 가슴 설레고 발 튼튼할 때 다녀와야지, 발 떨릴 때는 가슴도 밋밋해서 가라고 해도 못 간다.


코르만델에 있는 피너클을트램핑하는 여정, 공식 사이트에 등재된 이름은 ‘Pinanacles Walk Coromandel New Zealand’이다. 오클랜드노스쇼에 사는 교민으로 구성된 팀이 12명. 차 3대에 분승해 오클랜드에서코로만델로 향하는 시작 여정이 상쾌하다. 뉴질랜드 겨울 7월의 잦은 비도 비켜 가고 햇살이 따갑게 내려쬔다.


오클랜드로부터 2시간 반 거리의 코르만델템즈를 향해 우선 달리기 시작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전원적 뉴질랜드 초록 들판이 상큼하고 목가적이다. 소들도 풀을 천천히 되새김질하며 가끔 하늘을 쳐다보다 지나는 차량도 힐끔 쳐다본다. 

‘저 사람들은 뭐가 급하기에 저렇게 빨리 달리는감?’

‘그러게 말이야. 너네들처럼 한가하게 보내는 것도 좋을 턴데~’


드디어 코로만델템즈에 도착한다. 한때 카우리 목재 가공산업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템즈가옛풍경을 간직한 채 아직도 건재하다. 이민 초기 20여년전 전문대 Unitec에서 카펜트리 목수 과정을 공부하며 견학 왔던 터다. 뉴질랜드 최고 기록을 간직한 템즈, 와이모모 숲의 카우리 나무직경이 4.2m인 걸로 기억된다. 2,000년 수명에 52m 높이 그리고 13.2m 둘레라니 상상이 가는가? Kauaeranga Visitor Centre에 도착한다. 두시간 쯤 걸렸나? 멀지 않다. 잠깐 쉬면서 일행 차를 기다리며 안내소 건물로 들어간다. 발걸음이 가볍다. 


피너클 산행 관련 안내 그림과 등고선 지도가 벽에 큼지막하게 딱 서서 반긴다. 험난한 산속에서 거대한 카우리 나무를 여러 마리 소들이 운반하는 사진이 퇴색된 추억을 선보인다. 커피 한잔 씩 마시며 다시 출발이다. Trestle View Campground 까지 20여분을 더 달려간다. 마치 오클랜드숲속티티랑이 계곡 길 같이 꼬부랑꼬부랑 하다. 숲속 외길 비포장 도로다. 옆에서는 개울물 소리가 졸졸거린다. 트램핑 시작 점에 안내판이 반긴다. 


Kauaeranga Kauri Trail! Pinnacles Hut 까지 3hr 이라고 알려준다. 1박 2일 세워둘 주차장에 차를 놓고 산 정상을 향해 올려다 본다. Hut 1차 목적지까지 6km에 약 3시간 걸리는 루트가 가슴속에서 꿈틀댄다. 등산로 초입에 소형 검문소? 같은 게 먼저 반긴다. 카우리 숲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자연보호 소독 기기들이다. 등산화 바닥을 닦고 소독하는 장치에 발을 대고 비비고 통통 밟아본다. 


한참을 걸어가자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 출렁다리. 그 다리 위에서 휘청휘청 그네를 탄다. 출렁다리 아래에서는 계곡물이 콸콸콸 거침없이 흐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동료가 양쪽 로프줄을 잡고 거북이 걸음으로 건넌다. 짓궂은 동료가 뒤따르며 훅훅 발판을 출렁이자 앞에서 어머나! 하고 기함을 한다. 출렁다리를 건너자마자 마주치는 거대한 카우리 나무, 그 안쪽이 반은 비어있다. 비 올 때 쉬어가는 움막 같아서 한 번 몸을 들였다 놨다 해본다. 악동 어린애 장난기가 발동한다. 어린애가 되고 만다.


트레일에는 무성한 양치류와 니카우 야자수가 늘어서 있어 아열대 분위기를 자아낸다. 뉴질랜드의 상징인 고사리과 fern이 무성하기 그지없다. 뉴질랜드에는 고사리과 fern 종류가 무려 200여가지라고 한다. 코로만델 영봉과 주변 기암절벽 산세가 좋아 반지 제왕 3편에 소개되기도 한 곳이라니. 이 절경을 배경으로 피터잭슨 감독은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세 번째 작품 ‘왕의 귀환' 길 장면을 촬영했다고.


뉴질랜드 7월 겨울에 산행이라, 전에 온 비가 아직도 마르지 않아 길이 조금 젖어 있다. 가파른 계곡에 이르자 물살이 제법 폭포수마냥 흐른다. 이런 계곡 물소리를 언제 또 들어 볼 것인가. 실컷 듣고 가슴에 담아가야지. 천계의 울림이다. 오르막 내리막 산행 두 시간 무렵, 드디어 피너클 정상이 보인다. 3시간의 가파른 등반 끝에 피너클스 hut 산장에 도착한다.


지친 다리를 쉬고 장비를 점검해본다. 관리인이 올라와 예약 이름을 체크하고 hut 숙소 사용 안내를 자상하게 해준다. hut 양쪽에 있는 방 중 한 곳에 단체 등산객부터 배정을 해준다. 다행히 12명 일행 모두 창가 편 1층 침상에 자리를 이어서 잡는다. 매트리스 하나씩 받아 그 위에 침랑과 잠자리 옷들을 올려놓고 배낭은 침상 앞에 걸쳐놓는다. ’이 겨울에 침낭 속에서 잠이 올까?’


취사 시설이 갖춰진 아래층은 음식을 해 먹기 좋게 가스, 요리대, 탁자, 벽난로까지 아주 잘 구비되어 있다. 코펠에 음식을 준비해 일행이 창가에 앉으니 view가 환상적이다. 음식이 절로 넘어간다. 백지 한장 내놓으면 그냥 시 한편이 줄줄 나올 것 같다. 선계에서 내려다보는 세상~ 이 순간, 지금여기에 살아있음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더는 아무런 말이 안 나온다.


Hut에서의 백미는 역시 밤하늘 여행이다. 한밤중 외치는 동료들의 환성에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선명하게 쏟아지는 별빛에 눈이 멀고 만다. 은하수에 실려가는 줄도 모른채우뚝선 돌기둥이 되고 만다. 50여년전 초등학교때 시골에서 보던 바로 그 밤하늘이었으니. 다이돌핀이 따로 없다. 엔돌핀 4000배의 대자연 은총 주사에 온 몸이 전율한다. 그냥 이대로 머물기를~


추운 가운데 침낭속에서 아주 꿀잠을 잘 줄이야. 새벽 잠에서 깨자마자 등산장비를 갖추고 정상까지 가는 일출 맞이 피크산행에 나선다. 후래쉬 줄을 머리에 차고 오른 새벽 산행. 거칠고 가파르기가 말도 못한다. 어제 3시간 오른 거랑은 비교가 안된다. 


피너클허트에서 50분 거리에 정상 Pinnacles가 있다. 활력을 되찾고, 정상이 한 시간도 채 안 남았다는 것을 알기에 묵묵히 앞사람 뒤꿈치만 보고 한발 한발 나아간다. 600여개의 오르막 계단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것은 오로지 두 다리로만 갈 수 있는 거라서. 두 다리 고통의 연속이어도 걸을 수 있음에 비로소 두 다리가 한없이 고맙고 미더운 시간. 달래며 걷고 또 걷는다. 조그만 서두르자. 다 왔어! 가파른 경사가 이루 말 할 수 없이 계속 이어진다. 13칸 짜리 나무 사다리 계단을 걸쳐놓은 게 수도 없다. 그냥 걸을 수 없으니 사다리계단 틀을 경사 지형에 맞게 설치해 둔 배려도 감사할 따름. 산정상까지의 경사가 너무 심하자 헬기로 이 사다리틀을 날라다 이어서 트램핑 루트를 만든 모양이다. 고맙지 뭔가. 이렇게 까지 해주니. 


계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70~80도 경사로에는 특별 철근 사다리(16칸)까지 설치해 놓다니. 거의 수직에 가까워 뒤를 보면 아찔하다. 수직으로 몇 번 올라가야 하니 앞만 보고 한 발씩. 트램핑의 마지막 구간은 너무 협소하고 가파른 바위라서 바위에 볼트로 고정된 철제 가로대를 붙잡고 기어오르는 수밖에.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는 좀 부담이겠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는 길. 마지막 바위 오르기는 그만한 가치를 숨겨둔 터. 드디어 정상에서 코로만델 반도의 놀라운 파노라마 뷰를보상으로 받는다. 하늘의 때는 누구도 모른다. 하늘은 거기까지 오른 이를 빈손으로 보내는 법이 절대 없다. 바로 거기에 숨겨둔 대자연의 서사시 일출이 붉게 바다를 뚫고 올라온다.


아! 밤하늘의 별에 더해 떠오르는 코로만델 일출이 온몸을 다시 전율시키고 만다. 그 일출 기운에 새기는 나의 희망과 꿈이 그대로 나를 삼키고 만다. Hut에서 하룻밤 묵는 이유가 바로 이거였네. 그뿐인가. 정상에서 바라본 코로만델 영봉의 파노라마에 나도 모르게 몸이 빙그르르 돌고 돈다. 어디 중국의 장가계를 갖다 댈 것인가. 내 발 디딘 지금 여기, 코로만델피너클이면 족하지. 두 다리가 건강하면 또 올 수 있는 뉴질랜드 삶터가 그만이지.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내 발 딛고 선 지금 여기다. 귀환해서도 마찬가지다. 내 사는 곳 내 삶터다. 나를 둘러싼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인간! 이 삼간 속에 내가 있고 서로 공유하며 사는 게 작은 행복이다. I See You!!!*


***


백동흠수필가

2017년제 19회재외동포문학상수필대상수상.

2022년제40회현대수필문학상수상.

수필집 :아내의뜰. The Heavens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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