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켄헤드 한바퀴 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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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켄헤드 한바퀴 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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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OnepotoDomain 의 주차장에 모인 것이 2025년 새해 1월 1일이었다. 남들이 보면 새해 첫날을 가족과 함께 보내야지 뭐하는 거냐?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이 그동안 같이 만나기 힘들었던 우리에게 천금과 같은 모두의 공휴일이란 것과 우리 나이나 위치가 가족들의 눈치나 남의 이목을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는 것이 이유가 되었다. 이제는 가족행사가 예전의 우리가 주가 되어움직여야 했던 상황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홀가분하고 어찌 보면 안스러운 우리들의 위치,,,


공원만 한바퀴 돌아도 좋건만 우리들은 여기서 공원을 거치고 오네와 로드를 건너서 그곳의 계곡으로 들어갔다가 히네모아 스트릿으로 나와서 버켄헤드 다운타운을 거쳐서 노스코트 고등학교 뒷길의 Kauri Glen보호지역을 통해서 다시 오네포토 도메인으로 돌아오는 약 3시간짜리 워킹을 하기로 했다. 예전에 이쪽에서 근무하면서 틈나는 대로 흩어진 워킹 코스를답사했는데 그 결과 오늘과 같은 3시간짜리가 탄생한 것이다. 단점이 있다면 번잡한 시멘트 인도도 많이 걸어야 연결이 된다는 거…


나는 내심 Exmouth Rd. 너머에 있는 Tank Farm 지역도 연결해서 4시간짜리를 걷고 싶었는데 오늘 일행중의 한 분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곳은 빼고 진행하기로 했다. 이거 뭐 산에서의 워킹이 아닌만큼 다들 물 하나만 챙기고 점심은 돌아와서 이곳에서 먹기로 하였다. 우리는 룰루랄라 오랜만의 우리들만의 시간으로 기분이 업되어서 누구라고 할 것이 없이 말들이 많아졌다. 그러다가 Tarahanga St. 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로 들어가면서 한 줄로가게 되면서 말이 줄어들었다. 역시 말이란 얼굴을 보면서 주거니 받거니 해야 재미가 있는데 말이다.


이 산책로는 Lake Rd. 에서 오네포토 도메인으로 연결되는 곳이고 여기 동네 분들이 많이 이용한다. 특히 개를 끌고 나온 사람들이 많아 마주치게 되면 그 중 한쪽은 가만히 비켜주어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 만조가 되면 물이 넘쳐서 때로는 여기 산책로까지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려면만조수위가 3.4미터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그 정도 들어오는 날은 1년에 손꼽을 정도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곳을 10분 정도 가게 되면 노스코트 테니스 클럽의 구장을 지나가게 되는데 새해 첫날부터 공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 이분들도 우리와 같은 부류? 하하…


Lake Rd. 를만나서 우리는 오네와 로드 쪽으로 올라간다. 이윽고 bp주유소가 나오고 횡단보도에서 건너가는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는 부부가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나를보고소리를 지른다. 곱게 차려 입고 있어서 어디 갑니까? 했더니 “성당” 이라고 소리치면서 바삐 사라진다. 성당엔 새해 첫날에 모임이 있구나…그랬다. 우리도 우리만의 새해 첫날의 모임이니 종교행사는 아니지만 다들 뜻깊은 2025년이 될것이라고 다짐을 해본다. 과연 올해는 또 무슨 일이 이 세상에, 우리 주변에,그리고 우리네 가정에 벌어질 것인가?


이윽고 Church St. 을 만나서 내려오면서 만나는Wilding Ave. 를 통해서 숲속으로 들어섰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곳에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비가오면 질퍽거리는 곳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산책로가 다리처럼 되어있어서 재미있게 건너갈 수 있도록 되어있다. 다시 평지가나타나면 노스코트 볼링 클럽의 잔디구장이 왼쪽에 있다. 이제부터는 North Point 지역의 사람들도 많이들 워킹을 하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버켄헤드 타운 쪽으로 계속 올라가게 되는데 산책로가 그리 넓지 않은 관계로 오가는 사람들은 서로 교차할 때 인사를 하거나 비켜서서 기다려주게 된다. 또 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큰 개나 사나워 보이는 놈이 지나갈 때는 조금은 조심을 해야 한다. 원래 이런 곳에는 줄을 묶어서 다녀야 하건만 많은 오클랜드 사람들이 그냥 줄 없이다니는 경우가 많다.개주인은안심하겠지만 우리는 아닌데 말이다. 


예전에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내가 개를 무서워하지 않는데 그날 이후 개가 무서워졌다. 사나운 개였는데 왕~ 하고 내 손을 툭 스치며 지나갔는데 내 손 여러 군데가 벗겨지고 피가 나고 그랬다. 그때는 한국처럼 광견병이 무서워서 병원 이머전시를 찾아가서 두시간을 대기했고 내 손은 점점 쓰려 왔다. 담당의사 말이 뉴질 개는 광견병이 하나도 없으니 안심하라면서 알약 하나를 주었다. 파상풍 예방주사 안 맞았으면 맞으라고 그러면서.개 이빨에 살짝 스쳤는데 이렇게 아프니 그 옛날 칼 싸움하던 시대는 칼에 찔려 정말 얼마나 아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큰 상처가 생기면 오히려 우리 몸은 무감각 해진다고 한다. 인체의 신비라고 할까? 조금 베이기만 해도 그렇게 아픈데 크게 베이면 아프지 않다는 거…


햇볕 좋은갈림길에서 양편으로 앉아 쉬고 있는데 사람들이 지나간다. 동네 사람들이다. 우리가 다행이도 오늘은배낭 없이 다녀 그렇지. 예전처럼 배낭을 모두가메고 모자도 다같이 쓰고 그랬으면 아마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우리 일행 중 한분은 그 사이에 양말까지 벗고 발을 말리고 있으니 한 아주머니가 지나가다가 묻는다. 왜그러냐고…그 선배는 무좀 때문에 그렇다고 답을 하는데 아무래도 여기 이 사회에서는 특별하게 보였을 것이다. 한국 에서야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인데 여기 사람들한테는 노멀하지 않은 것이다. 선배님 다음엔 참으세요…하하.


이곳을 건너서 올라가면 오네와 로드 건너편의 히네모아 스트릿이 나오게 된다. 건너는 부분은 제번 키가 큰 수풀사이로 나무로 된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서면 나오는 도로는 Glade Pl. 인데 거기엔 Kauri dieback 을 방지하는 신발 소독 게이트가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그걸 지나니 이곳의 산책로가 Le Roy Bush and Little Shoal Bay 라고 간판에 나와있다. 여기 있는 집들은 마치 티티랑이의 와이타케레에 있는 집들처럼 고즈넉하고 크다란 나무로 덮여 있어 도심속의 공원에 있는 듯하다.


우리는 다시 도시로 나왔다. 히네모아 스트릿을 올라서 버켄헤드 타운의 중심지로 올라가는데 하마와 캥거루를 집 정원에 조형물로 설치해 놓은 곳을 지나갔다. 거기에 대한 설명도 있었는데 그냥 지나쳐서 아쉽기도 하다. 예전에는 필요 없는 것도 많이 찍어와서 참고하곤 했는데 이제는 필요한 것도 잘 찍지 않음을 본다. 나태함 일까? 아님 건망증? 둘다 일 것 같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열의가 없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예전엔인생사많은 것에관심이 있고 흥미가 있고 열정이 있었던 것이 이제는 그러지 못하다. 그렇다고 새로운 다른 무엇에 의욕을 느끼지도 못하고. 사람들이여! 첫사랑을 회복하라. 첫사랑의 그때처럼 숱한 번민과 고통과 방황속에서 우리는 성장하는 법이다. 늙은이에게는 그것이 없다. 


오늘이 1월 1일인만큼 문을 여는 가게가 없다. Highbury 라고도 이야기하는 버켄헤드 중심지를 지나가는데 딱 하나 Family Store 가 문을 열고 있다. 오늘 같은 날 누가 물건을 사러 올까 그랬는데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리는 것을 본다. 누가 그랬는데 도네이션 물건을 받기위해서 열어놓았 다나?...하지만 무슨 도네이션을 새해 첫날에 꼭 해야 하나 그랬다. 하이버리 네거리에서 길을 건너서 인도를 한참 내려가서 우리는 노스코트 칼리지 옆의 카우리 글렌로드로 들어섰다. 이 학교는 지금 교실은 아니고 그렇다고 체육관도 아닌 마치 관공서 같은 큼지막한 건물을 신축중이다. 우리 같으면 공사현장에 무얼 짓는다는 표시판이 있을 터인데 그런 것이 좀 아쉽긴 하다.


학교 체육관이 있는 곳에서 이제 우리는 Kauri Glen Reserve 로 들어간다. 이곳도 최근에 잘 단장을 해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는 곳인데 아쉬운 것은 카우리 다이백으로 인해서 다양했던 산책로가 많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계곡을 건너 푸푸케 로드 쪽으로가지 않고 노스코트 칼리지를 끼고 계곡을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여기서부터는 시간도 제법 되었고 오늘이 공휴일이고 해서 가족단위로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또 말없이 일 열로 진행하다가 아무도없는카우리 뷰 포인트의 휴식처에서 우리만의 시간을 가졌다. 


노스코트칼리지가 끝나는 곳에서 개활지가 있는데 여기에 아주 큰 소나무가 있다. 한국같으면 서낭당으로 쓸법한 분위기에서 동네사람들이 그네를 달아서 신나게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쭈글쭈글한 나무 틈에굴뚝도 달고 창문도 그려서 마치 사람이 사는 것처럼 미니어처 형태가 만들어져 있었다. 아마도 반지의 제왕에 나오던 Hobbiton 마을이 영감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제 길은 완만하게 경사로 내려가고 깊은 산속 같은다리도 건너고 물도 흐르는 도랑을 보게 된다. 도랑에는 야생 마나리가 가득하고 고기는 살 것 같지 않은데 여러 물고기에 대한 설명이 간판으로되어있다. 어린 학생들과 부모님들이 같이 온다면 학습효과가 많아 보인다.


이렇게 걷다가 Woodside Ave 를 만나면 그 길을 건너 바로 앞의 산책로로 들어서면 다음으로 만나는 Lake Rd. 까지 갈 수 있다. 레이크 로드에선 조금 걸어 내려가서 아침에 출발했던 노스코트 테니스 클럽으로 해서 다시 오네포토 도메인으로 들어오면 끝이 난다. 내가 거기서 “좀 더 걸어 보실래요?” 그랬는데 “아니 다음에…”라는 말과 함께 우리는 차를 파킹 했던곳의 근처 잔디밭에 앉아서 신년담화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별것 없는 점심이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우리에게는 이 신년 잡담이 참 좋은 시간으로 다가왔다.


교민 권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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