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whata and Whites Beach Loop

교민뉴스


 

Anawhata and Whites Beach Loop

일요시사 0 312 0 0

오랜만에 와이타케레에 들렸다. 뻔질나게 동료들과 이곳에 와서 산행을 하고 하루를 보내고 희희낙락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먼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세월이 흘렀고 그 결과 우리네 활동량이 많이 줄었다. 나이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카우리 다이백이라는 명목 하에 이곳의 그 많은 트랙들이 대부분 출입금지가 되었고 또 코로나 19도 있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이곳의 진입을 허용하지 못했던 원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코스는 Anawhata and Whites Beach Loop 인데 길이가 9.3km, 3시간 정도의 중급 난이도라고 나와 있지만 중간중간 어려운 부분들이 있고 해안가를 제법 지나가기 때문에 간조시간에 맞추지 않으면 고립될 수도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또 해안가의 많은 바위들이 날카로운 데다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가야 하는 부분도 있는 만큼 반드시 경험자와 동행하여야 한다. 장갑은 필수이고 등산 스틱은 익숙한 사용자가 아니면 불편할 수도 있다. 물론 해안가 바위를 지날 때는 접어서 배낭에 넣는 방법도 있다.


노스 피하의 유치원 앞 주차장에 파킹하고 우리는 Marawhara Track으로 올라갔다. 몇 년 전 비가 많이 와서 이곳도 계곡의 범람으로 많이 망가져 있다. 한국에서 장마철이면 으레 볼 수 있었던 현상이 이곳 뉴질랜드도 이제 매년 일어남은 그만큼 기후변화가 지구상에 심해졌다는 것이다. 오클랜드도 여름엔 점점 더워지고 겨울엔 점점 추워지고 있다는 느낌…출발한 이후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 오랜만의 산행인지라 짐을 별로 지지 않았지만 숨이 가빠진다. 헉헉거리면서 거의 정상 가까이 올라왔는데 지도를 보니 해발 200미터정도 되었다. 


Anawhata Road 를 만나면서 우리들의 오르막은 끝이 났다. 비포장 길이지만 넓고 평평한 길을 걸어가니 마치 소풍 나온 것처럼 즐거워졌다. 오늘 같이 온 분은 최근까지 일을 하다가 그만두었다고 한다. 이제 더 이상의 일을 안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니 정말로 축하할 일이었다. 생각해 보시라! 한국남자라면 학교다니고 군대갔다 온후 사회생활을 30년 정도 하게 되는데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갈등과 고민이 있었겠는가…그리고 우리는 또 이곳으로 이민까지 와서 고국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온갖 험한 직업과 은근한 차별속에서 살아왔는데 이제 그 생계의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니 말이다. 


길 옆으로는 한 번씩 주택들이 나타난다. 사람이 사는 집도 있지만 별장으로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 Bach 도 많아 보인다. 푸르디 푸른 타스만 해를 볼수있는 이곳은 인기가 많을 듯하다. 오늘 날씨도 좋아서 정말로 뉴질랜드의 자연을 느끼기에는 더할 나위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길이 끝나면서 이제는 Anawhata Beach Track 으로 접어들었다. 이곳에도 적당한 파킹장이 있어 꼭 피하 쪽에서 올라올 일이 아니라면 이곳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아 보이는 곳이었다. 내리막을 조금 내려가는데 갑자기 잘 걷지 못하는 노인들이 나타났다. 근처 뷰 포인트를 다녀오는 분들이라고 한다. 아마도 조금 전에 지나왔던 그 파킹장을 이용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가는 저 대열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오늘 이렇게 헉헉거리는 것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차가 하나와서 길을 비켜줬는데 시티카운실에서 나온 차량이었다. 여기 부근에 Keddle House 라고시에서운영하는 Bach 가 있는데 관리 차 점검을 나온듯하다. 우릴 보고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오클랜드 카운실이라고 차량에 표기되어 있으니 더더욱 반가워했으리라.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개인 차량으로 갈 때보다 회사로고가 있는 차량으로 일을 하다 보면 좀더 정중해지고 좀더 부드러워지는…하하. 나도 여러 번 시에서 운영하는 별장을 사용해봤는데좋은 곳도 있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은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곳이란 게 도심에서 가깝고 차량으로 접근이 편한 도로 옆이나 바다가 있는 곳이었다. 이곳은 아마도 그런 조건과는 무관하리라…


거의 다 내려오니 오른쪽에도 별장 같은 게 있었다. 사람이 사는 것 같진 않은데 마오리 문양의 장식품이 집 앞에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쪽 사람들의 시설물처럼 보였다. 잔디밭도 있고 바다도 가깝고 하니 요긴하게 사용되리라. 그러다가 드디어 모래를 밟았다. 바다에 이르는 모래길도 제법 널찍하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우리 눈에 마침 한 청년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복장으로 보아 뉴질랜드 비치에서 흔히 보이는 Lifeguard 였는데 이곳에 순찰을 왔다고 한다. 여기 내려오는 길목에서 이곳은 라이프가드가 없는 곳이니 주의하라는 표지판이 있긴 하였는데여튼 오늘 이쪽 바다엔 수영하는 사람은 없다. 


바다내음이 없는 바다, 뉴질랜드 바다. 내가 어릴 때가 생각났다. 여름방학이면 할아버지 댁이 있는 포항으로 가서 일주일정도 해수욕장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 동네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다들 리어카(이것도 카 글자가 들어가니 차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하) 에 살림살이를 싣고 바닷가로 가서 피서를 했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다다르면 그때의 내 작은 가슴은 얼마나 쿵쾅거렸는지 여러분은 모를 것이다. 그러다가 바다에 이르면 나도 모르게 뜨거운 모래사장을 뛰어서 바다로 들어가곤 했다. 그때의 바다내음을 나는 이곳의 바다에서는 아직 찾지를 못했다. 아니 영원히 찾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뉴질랜드의 바다는 가짜다. 하하…


그곳의 이름이 칠포 해수욕장이었는데 많이 알려지기 전이어서 도시에서 온 나에게는 신세계 그 자체였다. 생각해 보시라! 60년대에 리어카에 짐을 싣고 근처의 바다로 피서를 떠나는 시골동네 사람들을. 그리고 지금도 잊히지 않은 장면은 이제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놀이배를 타고 동네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었다. 그때의 곡명은 기억나지 않지만(아마도 어려서) 나는 산타루치아라고 정해 버렸다. 그래야 더 멋질 테니까 하하. 내 인생 사는 동안 그때의 낭만과 그 여유가 나에게는 크나큰 기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렇게도 가난하고 헐벗었던 시대에 피서를 가고 놀이배를 타고 곤한 일상의 시골사람들에게 주어졌던 일주일의 여유가 나는 부럽다.  그분들의 정서가 부럽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빠졌다. 우리는날씨가 좋아서 너무 황홀한 서해 바다를 이제 지나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서 서해 바다는 한국의 동해바다가 아닌가! 밀려오는 큰 파도와 바위에 부숴지는 포말을 보면서 Anawhata Beach 를뒤로하고 바삐 해안가의 바위길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이들 이 길을 지나간지라 따로 트랙 표시나 나무에 달아놓은 리본은 없지만 바위에 사람 다닌 흔적이 만들어져 있어 길 찾기가 그리 어렵진 않았다. 그러다가점심시간이되어서자갈이엄청 깔려 있는 곳에서준비한 도시락을 펼쳤다. 그런데 밥을 다 먹어 갈 때 보니 물이 점점 빠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뿔싸…시간 계산을 잘못한 것이다.


이 코스는 간조시에만 길이 열리는 바 우리가 지나가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통상 간조 전후 2-3시간은 큰 문제가 없는데 우리는 지금 만조에 가까운 시간에 이곳에 도달한 것이었다. 언젠가 Pakiri Beach 라는 곳에 카와이 낚시를 갔고그곳은 만조 전후로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인데 계산을 잘못해서 간조에 그곳에 가서 욕을 먹은 적이 있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 되어 버렸다. 다시 계산을 해본 바 지금은 만조가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결국 빠르게 짐을 챙겨서 한잔의 커피타임도 없이 길을 재촉했다. 마음이 바빠지니 점점 많이 나타나는 이곳의 기기묘묘한 바다 풍경을 감상할 시간도 없이 우리는 서둘러 가야만 했다. 정말로 멋지게 생긴 Keyhole Rock 이란 곳을 지나고 Paikea Bay 를 지나는데물이 계속 불어나서 위태위태하게 바위지대를 지나가게 되었다. 이미 편하게 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 빤빤해진 길은 물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결국 없는 길을 만들어서 지나 가게 되니 바쁘게시간만 흘러갔다. 


그러다가 더 이상 지나갈 수 없을 만큼 바닷물이 차버렸다. 길이 끊어진 것이다. 낭패가 된 것이다.낭과 패라는 짐승은 따로따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바 오늘 우리는 같이 다니는데도 일이 이렇게 어긋나게 되었다. 그래서 할 수없이 되돌아가서올라가기 쉬운 길을 찾기보다는 우리 머리위에는길이 반드시 있다 라는신념 하에 절벽 부시 지대를 오르기 시작했다. 절벽길이란 게 밑에서 보면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올라가보면 가슴이 조마조마 해지는 곳이 많다. 거기에다가 해안가는 단단한 용암으로 된 바위인데 절벽 쪽은밟을 때마다 부스러지는푸석돌과 흙으로 되어있어 잘못하다간 추락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젊은 시절의 암벽등반이 도움은 되었지만 헉헉거리고 올라오면서 다시는 이런 얼빠진 짓을 하지 않으리란 다짐을 했다. 나는 어찌해서 왔지만 따라 올라오는 동료분을 위에서 보면서 다시한번 조마조마한 기분을 느껴야했다. 그렇게 올라간 곳에서 우리는 결국 길을 찾아내고 봉우리를 수월하게 내려와서 원시성을 가지고 있는 White Beach 에 다다랐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 우리의 발자국을 남기며 모래를 걷는 맛이 남다르다. 이렇게 해안가 트랙은 끝이 나고 이번에는 쇠사슬이 설치되어 있는 등산로를 올라갔다. 그리하여 정말로 이제는힘든 부분이 없을 거야 그랬는데 아니나 다를까!또 쉽지 않은 길이 도사리고 있었다. 


Fisherman’s Rock 을 우측으로 보면서 Kohunui Bay로 내려가면서 오늘 산행의 마무리를 하는데, 여기 유명한 낚시터인 Fisherman’s Rock 을 낚시꾼들이 이제는 못가게 되었다는 이야기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몇년전의 폭우로 이곳으로 오던 길이 중턱에서 산사태로완전히 무너진 것이었다. 우리도 묶어놓은 줄을 이용해서 급경사의 길을 내려온 바 낚시꾼들이많은 장비에 배낭에 거기에 잡은 고기마저 많게 되면 예전처럼 쉽게 드나들기가 힘들어진 곳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우리들의 산행은 끝이났다.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 산도 좋고 바다도 좋은 분이라면 금상첨화인 곳, 여러분들은 꼭 물때를 확인해서 우리같이 고생하지 않으시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감사합니다!


-교민 권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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