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익스피어 파크 한바퀴 돌기
이 공원을 갈 때마다 곤란한 것이 쉐익스피어, 빨리하면 쉑스피어 파크라고 해야 하는데 한국 사람인 이상 자꾸 섹스피어라고 발음을 해서 발음을 따지는 분들한테서 놀림을 받는다는 생각을 해본다. 쉐 쉐 쉐 라고 입술을 오므리고 신경 써서 발음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그리고 보니 학교때 배운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William Shakespeare 도 같은 스펠링인만큼 이 양반 발음도 앞으로는 쉐익스피어라고 정확하게 발음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앞으로 내가 윌리엄 쉐익스피어를 몇 번이나발음해 볼 수 있을런지…
이곳은 오클랜드의 북쪽, 너무 외진곳에 있어 잘가진 않지만 나름대로 유명한 것이 있다. 나도 2번 정도 가본적이 있는 곳인데 바로 해변의 조개줍기이다. 간조때 바다가 드러나면 양동이를 들고 들어가서 1인당 50개씩 조개를 주은 적이 있었다. 한국처럼 발로 비비고 모래를 헤치고 그럴필요없이 그냥 널려 있는게 조개이니 줏기만 하면 된다. 50개 다 채웠는데 더 큰 조개들이 발견이 되어 다시 모두 버리고 줏어온 적도 있다. 가지고와서 그걸 삶아 먹었는지는 모르겠다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그런 걸주워 왔는지 지금은 까마득한 예전 이야기다.
이곳에는 워킹 코스가 4개정도 있는데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한바퀴 돌기, 가장 긴 8.2km 의 2시간 14분짜리를 택했다. 동료를 픽업해서 1번 모토 웨이를북쪽으로 달렸다. 알바니를 지나면 곧이어 좌측으로 큰 BP 주유소가 나오는데그러면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398번 출구를 이용해서 나가고 이어 나타나는 커다란 라운드어바웃을 우회전하면 Hibiscus Coast Highway 이다. 말만 하이웨이지 속도제한 60 km 이니 주의하시라! 이 동네는 곳곳에 경찰이 있다. 5분쯤 달려 언덕 네거리를 만나면 거기서 다시 우회전 하는데 이것이 Whangaparaoa Rd. 이고 끝까지 가면 오늘의 목적지 쉐익스피어 파크에 이른다. 뭐 어디에서던시작하면 되겠지만 걷기로 한바퀴 돌기에는 Waterfall Gully Carpark 가 좋다. 이곳은 도로가 끝나는 길의 바로 옆에 있는데 구글맵으로 써치하시면 될 것이고 뭐 바다경치를 고집하는 여자분들이 오면 그분들의 고집에 따르라…그게 평화이다.
여기 무슨 폭포가 있길래 주차장 이름이 워터 폴이냐? 이런 분들은 폭포를 먼저 보는 시계방향으로 한바퀴를 도시고 그러지 않은 분들은 그 반대로 도시면 된다. 일반적으로 그 반대로 가는 거, 즉 시계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면 운동장 트랙 경기도 자동차가 우측 통행이던 좌측통행이던 이 지구상 모든 나라가 이렇게 시계 반대방향으로 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여기 뉴질랜드 사람들을 보면 동네 공원에서 워킹을 할 때 보면 시계방향으로 많이들 도는데 나하고 틀리니 마주치게 되면서 불편할 때가 있다. 그리고 좌우측 도로 통행과는 별개로 세계적으로 걷는 것은 모두 좌측 통행인데 그러면 시계방향으로 돌던 그 반대 방향으로 돌던 지나갈 때 부담이 없는데 그걸 지키지 않는 뉴질랜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은근히 마주칠 때 지나칠 마다 신경이 쓰인다. 기싸움…니가 비키냐 내가 비키냐 해보자 뭐 이런 거…
우리는 시계반대방향으로 돈다. 폭포는 나중에 보기로 했다. 주차장을 따라 나와서 먼저 Okoromai Bay 쪽으로 갔다. 거기서 해변과 평행으로 되어있는 오솔길을 따라 가다가 숲속으로 들어갔다. 조그마한 계곡을 건너어가면 목초지가 펼쳐진다. 트랙은 이 목초지를 횡단하면서 진행되는데 사람이 다닌 흔적이 희미한 곳도 있으니 스마트폰의 위성지도를 참고하시라. 결국 Okoromai Bay 를 목초지 언덕을 통해서 넘어오면 다음 바다가 바로 Te Haruhi Bay 가 되는 것이다. 물론 간조인 경우에는 해변을 통해서 건너오는 것도 괜찮지만 바닷물이 들어오는 시간에는 지나가지 못하는 곳도 있으니 이 점을 유의하시라. 여튼 이 코스는 바닷길이 아니고 목초지를 넘어가는 육로로 표시되어 있다.Te Haruhi Bay 로 오게 되면 이곳이 본격적인 Shakespear Beach 이다. 여러가지 시설물들이 있고 언덕위에는 The YMCA Shakespeare Lodge 도 있다.이곳은주로학생들의캠프로사용되는 곳인데 여러가지 액티비티도 주관을 한다.
오늘은 바람이 강하다. 이쪽은 막아주는 곳이 없으니 더더욱 그러하다.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눌러쓰고 진행. 평일이어서 그런지 트랙은 물론이고 해변에도 사람들이 별로 없다. 우리는 해변을 걷는 것이 이곳 뿐인지라 열심히 걸어가는데 이곳은 Pukeko 가 참 많다. 그리고 다른 곳보다 크기가 사뭇 다르다. 정말로 장닭만큼 큰 놈들도 보인다. 공룡 중에서 사나운 티라노사우루스 처럼 두발을 들때마다 큰 발톱이 무서워 보이기도 한다. 해변이 끝나갈 무렵 나타나는 바로앞의 숲을 통해서 다시 목초지로 올라섰다.뒤로 보이는 우리가 지나왔던 초지와 해변의 모습이 아름답다.이렇게 뒤를 돌아보는 시간은 언제나 여유가 있다. 앞을 보면 갈 길이 멀어 보이고 무언가서둘러야하는 느낌이 들지만 이렇게 뒤를 돌아보는 시간은 우리에게 여유를 준다.
이제 트랙은 높낮이가 없는 평평한 길을 간다. 바다는 보였다가 안보였다가를 반복하는데 아마도 해발 100m 가 안되는 곳을 우리는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팻말에 Pink Beach 라는 곳을 만났다. 하고많은 지명 중에 왜 Pink 일까? 호기심을 자극해서 바다 쪽으로 내려갔더니 해변의 돌들이 조금은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지금은 사람이 없어 모르지만 혹 연인들이 와서 핑크 빛 무드를 발산할지도…아님 오클에 몇몇 있다는 누드비치 일수도. 하하…
참고로 오클랜드의 누드비치 7군데를 소개한다.
1. Ladies Bay Beach(St. Helliers)
2. St. Leonards Bay(Takapuna)
3. Pohutukawa Bay Beach (Okura)
4. Orpheus Bay (Waitakere Foreast)
5. Little Palm Beach (Waiheke Island)
6. Herne Bay Beach (Auckland CBD)
7. Point Chevalier Beach (Point Chevalier)
이게 구글에 나와있는 오클랜드의 누드 비치인데2023년 자료이니 거짓말은 아니리라. 그리고 이중에 넘버 원으로 나온 레이디스 베이는 내가 낚시하다가 정말로 봤던 곳이다. 숲속 으슥한 곳에서 할아버지가 홀랑 벗고 있는 것을…뉴질랜드 사람들은Shy 한 게 많아서 그런지 대놓고 다니지는 않는 것 같고 이중에는 다벗는 사람, 일부만 벗는 사람 뭐 이렇게 나누어지는 것 같더라. 그리고 젊은 사람 보다는 나이든 노인들이 누드비치에 많은 걸 봐서 나이 들면 부끄러움이 없어지는 것은 동서양이 비슷한 듯하다. 나도 부끄러움이 예전보다는 없다. 아이고…
핑크 비치를 뒤로하고 아늑해 보이는 풀밭도 걷고 예전의 시골길 같은 신작로길도 걸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한다. 바람이 세기 때문에 앞뒤로 걷기보다는 좌우로 같이 걸어가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어느때보다 우애가 많은 워킹이 되었다. 여기가 목장을 지나가는 그런 트랙이니 게이트도 제법 있고 또 길 주변에는 양들이 많이 나와있다. 산악자전거는 탈 수 없는 곳이고 개도 같이 할 수 없는 곳임을 명심하시라. 그러다가 이 언덕의 정상쯤에 위치한 Observationtower viewpoint 에 이르렀다. 사방팔방 360도가 여기에서 모두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었다. 여튼 다 보인다. 날씨 좋은 날, 구름 없는날 꼭 한 번 방문하시라. 이곳과 가까운 곳에 파킹 하면 거의 20분만 걸어도 될 것이다.
여기 왔다 가다가 우리는 길을 놓쳤다. 확실한 팻말이 나와있지 않은 대신에 말뚝에 그려져 있는 색깔로 이곳은 트랙을 표시하는데 이게 불분명 한곳도 있으니 그럴 때면 지도를 꼭 참고하시라. 우리는 지도를 보면서 다시한번 목장을 횡단하여 숲속으로 붙었다. 그렇게 큰 지역이 아닌만큼 길을 잃더래도 큰 걱정은 없는 곳이다. 숲속으로는 트랙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갈림길이 나와서 이쪽이다 저쪽이다 그러고 있는데 동네 사람을 만났다. 자동 해결…그렇게 얼마가지 않으니 폭포가 나타났다. 그렇게 높진 않지만 벤치도 만들어져 있었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날 더운 날 이쪽에 와서 계곡에 수박 둥둥 띄워놓고 놀다 가면 좋겠다는 생각…
이제 조금만 가면 우리가 파킹 했던 주차장이 나온다. 2시간 조금 넘는 곳을 뷰 포인트에서 시간을 소비하는 바람에 3시간이나 걸렸다. 아마도 우리들의 걸음도 느렸으리라. 빠르면 빠른대로 늦으면 느린대로 세상일에 구애받지 않고 오늘 우리는 걸어왔고 아마도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주차장으로 나가는 곳을 마치 영화 ‘쥐래식 파크’ 처럼 웅장하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았다. 맹수가 있는 곳도 아닌데…때로는 별것 아닌 것을 이렇게 오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을 본다. 그럴 때 마다 생각나는 것은 웃기는 뉴질랜드 아니 웃기는 오클랜드. 하하…
-교민 권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