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BAY TRAC
동네산행 가는 날 중에 가장 많은 9명의 사람들이 모였다.이렇게 저렇게 장소를 물색하다가 가까운 곳이지만 가지 않았던 곳을 골랐다. Long Bay Path, 3.4킬로 워킹에 소요시간 53분으로 나오는데 더욱 좋은 것은 출발 장소로 다시 돌아오는 트랙이다. 산행으로 치면 원점 회귀 산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말이 53분이지 우리는 자주 쉬면서 갈 것이고 또 점심도 한참이나 먹어야 하니 아마도 2시간은 더 추가해야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오늘이 공휴일이어서 공원에 사람들이 많다. 롱베이 파크의 끝자락에서 출발하는데 벌써 도로 옆에는 주차된 차들도 만원이다. 먼저 온 분들이 손을 흔드는 가운데 남은 자리에 겨우 차를 주차했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공지로 아동, 기념사진도 찍고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각자의 소개도 하고 또 오늘 워킹에 관한 정보도 공유했다. 오랜만에 왕년의 우리 산악회 고참 선배님도 나오셨다. 강남 한의원 원장님 참가로 오늘 의료문제는 해결되었네…
이곳은 와이타케레 골프장 옆에 위치한 인기 있는 코스,Auckland City Walk 처럼 걷기를 작정하고 온 많은 사람들로인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전에는 그리 많지 않았던 등산복 차림의 시민들도 이제는 제법 보인다. 아마도 이런 달라진 풍경은 이민 왔던많은 코리안 등산객의 영향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트레일에 잔잔한 자갈 부스러기를 깔아서 비가 오거나 혹은 왔더래도 질척거리지 않도록 해둔 것이 인상에 남았다. 개는 데리고 올 수 없다고 표지판에 나와 있으니 유의하시라…
오늘은 참가한 분들이 많다 보니 결국 둘씩 혹은 셋씩 짝을 지어서 걸어가게 되었다. 날씨가 쨍하고 햇빛이 나는 날은 아니어서 비만 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결국 비를 만났다. 허허벌판이어서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은 근처의 숲 밖에 없어서 급히 그쪽으로 들어갔다. 우리를 따라 아이와 함께 온 중국인 부부도 들어왔다. 그렇게 5분 정도 비가 오더니 다시 맑은 하늘이 나왔다.
숲을 나와 언덕을 내려가면서 보니 멀리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 꼬불꼬불 꺾어지면서 보이고 있다. 그리고 아까 보다는 적어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서 가고 오고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도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유명한 Okura Bush Track 으로 연결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가하늘이 환해지면서 세상이 온통 Green 으로가득 찼다. 일행들은 저마다 탄성을 지르면서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이것이 뉴질랜드에 사는 행복이지. 비록 화려하고 부티나는 곳은 없지만 자연이 준 이 보석 같은 모습으로 인해서 사람들 얼굴이 행복으로 가득 찼다. 우리에게 온 보너스 같은 오늘의 이 풍경을 마음속에 그리고 사진속에 담기에 잠시 걷기가 지체되었다.
이렇게 사진촬영이 끝난 후 둘싹 셋씩 짝을 지어 다시 출발했다. 사람들이 3-4명만 오게 되면 싫던 좋던 모두가 함께 이동하고 모두가 함께 이야기하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많다 보니 결국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그리고 또 서로 공통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끼리 그렇게 나뉘어서 움직이게 되었다. 나는 아무래도 사진을 많이 찍게 되니 여기도 끼고 저기도 끼면서 다니게 되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들었는지 가물가물... 이렇게 중간쯤 되는 Granny’s Bay 에 도착하니 바닷가 모래밭에 고사목 같은 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오늘 우리가 목표로 했던 Long Bay Path 는 왼쪽으로 턴을 하여 100 Acre Track으로 가야하는데 강남 한의원 원장님의 리딩으로 좀 더 진행하기로 했다.
길은 여기서부터 언덕을 다시 오르게 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Pohutukawa Bay 를 거쳐서 왼쪽으로는 고사목이 많이 보이는 언덕에서 진행을 멈추었다. 한국 같으면 지리산이나 1,000미터 넘는 산이 되어야 볼 수 있는 고사목이 해발 0 가 가까운 오클랜드 바닷가에 즐비하게 서있는 게 무슨 영문이냐? 그러면서 뒤에 쳐져서 오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이곳에서 가지고 온 간식을 먹을까 하다가 오늘의 날씨가 하수상해서 돌아가서 롱베이 공원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다시 돌아온 Granny’s Bay 에는 아까와는 다르게 바닷가에 사람들이 많았는데 무슨 행사라도 있나? 그러면서 보고있자니 꼬마들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세상에! 겨울인데…한국 같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될 터인데 말이다. 뭐 작정하고 수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여기를부모 따라와서 바닷물에서 신발 벗고 놀다가 보니 옷을 벗고 수영까지 한다는 그런 느낌…그것도 작은 꼬마애들이.
이런 게 키위 스타일 같다. 그냥 마음이 동하면 하는 것. 체면도 부끄러움도 다른 사람을 의식함도 필요 없는 그냥 쟈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자유로움. 아마도 사방이 깨끗하고 풍요로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품성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Granny’s Bay 에서 100 Acre Track 으로 진행을 했다. 이렇게 하면 왔던 길을 거치지 않고 새로운 길로 해서 출발했던 곳으로 가게 된다.
이윽고 도착한 롱베이 파크에서 우리는 점심 먹을 장소를 찾다가 마침 야외 테이블에서 막 빠져나가는 팀을 발견해서 그곳에 보따리를 풀었다. Good timing! 이집 저집 가지고 온 것을 풀었더니 진수성찬이 되었다. 여기도 깁밥 저기도 김밥, 여기도 과일 저기도 과일, 그러다 보니 색다른 것이 인기가 있었다. 그게 바로 삶은 계란과 그리고 자기 집에선 맛볼 수 없는남의집에서만든개성 있는 반찬들…메추리 알도 있더라. 다들 건강관리로 소식을 하는 가운데 물 만난 물고기 처럼 나는 이집 저집 음식으로 대식을 했다.
그렇게 여유 있고 행복한 시간을 즐기면서 다들 커피까지 한잔 때리고 유유자적 하고 있는데 우리 옆으로 인디안 팀이 도착했다. 우리가 테이블에 있으니 풀밭에 돗자리를 깔고 있길래 자리를 비켜 주기로 했다.좋은 시간 보내라는 우리의 인사와 비켜줘서 고맙다는 그들의 인사를 뒤로하고 우리는 주차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새 차들이많이빠져나가서복잡했던 주차장이 듬성듬성 이가 빠진 것처럼 보인다. 이제는 우리만의 인사. 잘가세요 또봐요 오늘 즐거웠어요 언제 또 보죠? 등등등. 이렇게 즐거움과 아쉬움을 한단어로 나누면서 우리는 헤어졌다.아침에 이곳으로 오면서와! 이런 데가 있었네…라고 감탄했던 깔끔하고 현대적인 롱베이 타운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내가 물었다. 여보! 오늘 저녁은 뭘 먹지?
-교민 권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