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가든 소녀상 설치 공청회, 다양한 목소리 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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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가든 소녀상 설치 공청회, 다양한 목소리 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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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의견을 듣습니다"


시민단체뉴질랜드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가 오클랜드 코리안가든 내 소녀상 설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인사회에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9 19일 오후 4시 오클랜드 한인회관에서 한인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가 개최됐다. 예상보다 많은 한인들이 참석해 저마다의 의견을 제시했다.

 

26년 긴 여정의 코리안가든

오클랜드 코리안가든 건립 프로젝트는 1997년 시작되어 26년의 긴 여정을 거쳐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봉사정신으로 시작된 지역사회 활동이 한국 전통정원 건립으로 발전했고, 부지 선정과 승인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2009년 최종 승인을 얻어 2023 1월 착공식이 열렸다.

현재 1단계 사업이 완료된 상태에서, 2, 3단계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인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문화 소개, 국가 브랜드 제고, 한인사회 위상 향상 등 다양한 가치를 지닌 중요한 사업이다.

 

'설치 반대' 의견 표명

뉴질랜드 타카푸나 베리스포인트에 조성 중인 코리안가든 프로젝트가 소녀상 설치 논란에 휩싸였다. 공청회에서 다수 참석자가 소녀상 설치를 반대했으나, 정작 발안자와 현 코리안가든 BOT 위원들은 참석하지 않아 논란이 가중됐다.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는 측은 코리안가든이 한인들의 기부와 노력으로 조성된 공간인 만큼 한인사회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일방적인 추진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코리안가든은 설립 초기 약 35천 명의 한인들이 열정으로 참여하며 함께 만든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그런 장소에 사전 협의도 없이 소녀상을 설치하려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고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리안가든은 애초에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공간으로 조성된 만큼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조형물 설치는 뉴질랜드 정부와 시의회, 그리고 한인사회 간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평화를 중시하는 뉴질랜드 사회에서 이러한 불협화음이 발생할 경우, 시로부터 제공받은 33년 장기계약 부지가 철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한인사회 전체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치적 이슈로 코리안가든 자체 위험"

"찬반의 논리가 아니라 퍼블릭 이슈에 정치적 이슈가 더해지면 코리안가든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 참석자는 "미래를 위한 한인사회 경제 활성화를 고민을 하던 차에 이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 우리 모두가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굳이 과거의 치부를 끌어낼 필요가 있냐"고 말했다.

"소녀상 말고도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세종대왕 또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순신 장군 같은 좋은 의미의 설치물도 많다"며 대안을 제시하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개인 사유지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은 말릴 수가 없지만 모두가 이용하는 코리안가든은 우리 선배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얻어낸 땅"이라며 "이런 장소에 소녀상을 설치하면 이슈가 되어 찬반여론을 떠나 수치스러운 일이 될까 상당히 우려된다. 보다 공익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길 바란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해외사례 보니 파장 우려"

"정치적 이슈를 굳이 조용한 뉴질랜드까지 가져오는 것은 좋지 않다"며 해외 사례를 언급한 참석자는 "호주에서도 소녀상 설치로 인해 피해를 봤다. 특히 일본과 관련된 업종인 스시가게가 영향을 받았다고 하던데 이처럼 우리 한인들도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자라갈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1945년 당시에 머물길 보단 미래를 생각하길 바란다" "오늘 여러 의견을 나누기 위한 이 자리에 소녀상 설치를 추진하려는 측에서의 불참이 안타깝다. 이런 자리를 통해서 우리 모두 슬기로운 지혜를 모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석자는 "뉴질랜드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 대표조차 나오지 않아 아쉽고 답답한 생각이 든다", "이미 추진위원회에서는 시에서 허가까지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에 내심 놀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치적 이슈를 만들지 말아라. 한인들 의견을 듣지않고 허가부터 받았다는 것도 분란이 된다. 코리안가든은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라며 "분쟁을 야기하는 설치물보다는 우리 모두가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립적 우려도 제기 "한일 관계 고려해야"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에서 30년을 살았다고 소개한 참석자는 "저는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오래 살았기에 일본이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하고 있다. 저는 그저 한국과 일본이 사이좋게 잘 지내길 바란다"며 중립적 입장을 밝혔다.

"반대나 찬성 의견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선 한국과 일본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서 공청회에 참여하게 됐다", "설치 시 장점으로는 보편적인 인권 메시지, 한인의 위상 높일 수 있고 다양한 관광객들에게 역사설명 계기, 후세교육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단점은 일본과의 갈등조장 우려이며, 이는 오클랜드 카운슬에서 한인사회를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위원회 측에서는 코리안가든 소녀상 설치 목적을 명확히 밝히고 모두의 의견을 들어야할 필요가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코리안가든에 설치하기보다는 다른 곳에 설치하길 바란다. 우린 향후 한일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찬성 의견 "역사를 기억해야"

공청회에서는 소수이지만 찬성 의견도 제시됐다. 한 참석자는우리가 뉴질랜드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기억하듯, 다음 세대도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역사를 배워야 한다. 마찬가지로, 아픈 역사 역시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다음 세대 앞에 우리가 부끄럽지만 자랑스럽게 이겨낸 우리 역사를 자손들에게 기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코리안가든 설립에 애써주신 분들께 감사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해를 구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정치적 이슈를 두려워하는 것보단 우리가 가진 기억들을 자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것이 코리안가든이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소녀상을 설치할 장소가 마련되지 않은 건 사실이나 코리안가든과 같은 곳에 있어야 의미를 더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참석자들, 위원회 측 공청회 불참에 아쉬움 토로

공청회 참석자들은 "나름의 설치하고자 하는 뜻과 의견이 있을텐데 이 자리에서 듣지 못해 참 아쉽다"는 의견을 표했다. 취재결과, 이에 대해 위원회 측은 공청회에 관한 공식적인 참석요청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반대 의견이 다수를 이룬 것과 관련해, 찬성 입장을 가진 일부 인사들은 참석이 오히려 분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현장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공청회에는 반대 입장을 가진 참석자들이 주를 이룬 것으로 파악된다.

 

본 취재 과정에서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 기자는 소녀상 추진위원회에 입장을 요청했고,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달해왔다 이하 입장 전문. 


평화의 소녀상,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과 여정: 소녀상 추진위원회 활동방향

오클랜드 코리안 가든에 설치될 예정인 '평화의 소녀상'은 전 세계 140여 장소에 세워진 역사적 기억과 인권의 상징입니다. 이 기념물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전시 성폭력 생존자들의 용기와 진실을 기리는 공간이며, 뉴질랜드의 여성 인권 리더십과도 깊은 결을 함께 합니다.

최근 오클랜드 한인회에서 평화의 소녀상의 코리안 가든 내 설치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왜 뉴질랜드 평화의 소녀상 추진 위원회는 참석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저희 위원회의 입장을 정중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우리의 설립 목적과 방향

저희 '뉴질랜드 평화의 소녀상 추진 위원회'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풀뿌리 조직으로, 역사적 진실과 생존자들의 존엄을 중심에 둔 교육적, 인권적 사명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념물은 특정 정치적 논쟁이나 민족 간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시 성폭력의 역사적 진실을 기억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교육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광범위한 지지와 연대

현재까지 750명이 넘는 뉴질랜드 거주 한인 커뮤니티 멤버들과 현지인들, 그리고 다양한 단체들이 평화의 소녀상 설치에 대한 환영과 지지의 뜻을 밝혀주셨습니다. 그 중에는 일본계 뉴질랜드인, 마오리 지도자들, 키위 주요 기업인들, 뉴질랜드 대학교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생존자들의 용기를 기립니다. 소녀상을 환영합니다."라는 연대의 선언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공청회 참석에 관하여

저희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번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1. 위원회의 설립 목적과 공청회의 논의 방향이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저희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 여부'에 대한 찬반 토론보다는 평화의 소녀상을 중심으로 역사 교육과 인권 증진 활동을 펼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2. 자원봉사 기반의 조직으로서,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매우 제한된 소중한 자원입니다. 현재는 설치 준비, 교육 자료 개발, 커뮤니티 행사 기획 등 핵심적인 업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3. 공청회가 '설치 여부'에 대한 찬반 논의로 흐를 경우, 저희가 전달하고자 하는 교육적 메시지와 생존자들의 존엄을 중심에 둔 접근이 충분히 존중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

저희는 앞으로도 뉴질랜드의 다양한 커뮤니티와 협력하며, 생존자 중심의 역사 교육과 인권 증진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저희는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지역사회의 의견을 경청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어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뉴질랜드 평화의 소녀상 추진 위원회 공동위원장 전혜정 & 정레베카>

 


위원회 구성과 활동 배경

뉴질랜드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2017년부터 뉴질랜드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을 포함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세계적 운동에 참여해온 뉴질랜드 시민 주도의 자원봉사 단체다.

공동 대표 전혜정, 정레베카를 포함해 뉴질랜드 전역의 한인들과 학생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공중보건, 기후, 사회심리학, 인권운동, 학계, 금융, 경영)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프로젝트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위원회는 오클랜드, 해밀턴, 타우랑가, 크라이스트쳐치, 퀸스타운 등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뉴질랜드 5개 도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어폴로지' 상영,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 상영, 마이랑이베이 아트센터에서 '여성과 전쟁' 사진전 주최 등이 있다.

 

역사적 사실 vs 현실적 우려, 교차하는 시선

이번 공청회는 코리안가든 소녀상 설치 문제를 둘러싼 한인사회의 다양한 시각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역사 교육과 인권이라는 숭고한 가치와 현실적인 우려 사이에서 한인들은 각자의 경험과 철학에 바탕해 의견을 제시했다.

한 측면에서는 과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후세에 전해야 한다는 역사적 책임감이, 다른 측면에서는 평화로운 뉴질랜드 사회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현실적 고민이 교차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슈는 단순한 찬반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한인사회 전체가 충분한 대화와 성찰을 통해 지혜로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청회가 그러한 사회적 대화의 출발점이 되어 한인 여러분께서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박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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