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시장 '역전'… 세입자, 이전보다 낮은 임대료 낸다

이민 둔화·신축 주택 공급 증가에 집주인 인하 압박 가중
뉴질랜드 임대 시장에 이례적인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규 임대 계약 세입자 상당수가 이전보다 낮은 임대료를 적용받는 등, 수년간 이어져 온 임대료 상승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주택도시개발부(HUD)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새로 임대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 가운데 약 30%는 기존 세입자보다 낮은 임대료로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 명 중 한 명꼴로 임대료 인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전체 신규 계약의 약 41%는 기존과 동일한 임대료 수준에서 재계약이 이뤄졌다.
HUD는 “계약 종료 시점의 실제 임대료를 기준으로 보면, 더 많은 주택이 낮은 가격에 재임대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임대료 하락 압력이 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오클랜드·웰링턴 중심 하락세 뚜렷
이번 임대료 하락은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HUD는 건설 붐에 따른 주택 공급 증가와 이민 둔화로 임대 수요가 감소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오클랜드와 웰링턴은 지난 1년간 임대료가 하락했으며, 캔터베리 지역 역시 최근 6개월 사이 하락세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 기준 전국 평균 임대료는 전년 대비 0.1% 하락했다.
부동산 업체 바풋앤톰슨(Barfoot & Thompson)도 현재 임대 매물의 약 38%가 최초 제시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계약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8월 당시 25%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임대 시장의 약세 전환이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세입자에겐 ‘호재’, 집주인엔 부담
부동산 투자 컨설턴트 스티븐 구디는 “이번 변화는 세입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높은 금리와 보험료 부담 속에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코털리티(Cotality)의 켈빈 데이비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신규 임차인뿐 아니라 재계약 세입자들도 인하된 임대료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임대료 하락이 드문 현상이라는 점에서, 오클랜드와 웰링턴에서 지난 1년간 약 2% 하락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임대료가 소폭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은 높은 수준”이라며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반등 요인 부족… 하락세 지속 전망
뉴질랜드 통계청(Stats NZ)에 따르면 기존 계약을 포함한 임대료 총지수는 8월까지 1년간 2.1% 상승했으나,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임대 수요를 크게 끌어올릴 요인이 부족한 만큼, 임대 시장이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대료 하락 또는 정체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