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억+α', 故김종학 PD 빚더미 진짜 이유는…
길동
0
977
2013.09.12 14:04
'210억+α', 故김종학 PD 빚더미 진짜 이유는…
[김종학, 왜 죽음 택했을까]<中> '태왕사신기' 실패, 투자기관 오히려 수익
하지만 '태왕사신기'는 제작비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한채 실패작으로 끝났고 김종학 PD는 이를 계기로 서서히 내리막 길로 들어섰다. 업계는 김종학 PD가 드라마를 사업으로 연계하는 과정에서 무리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김종학 PD의 사례는 아직도 드라마를 '대박'의 재료로 생각하는 수많은 드라마 제작사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제작비도 못 건진 '태왕사신기'=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당시 '태왕사신기'의 총 제작비는 406억원이었다. 기획 단계에서 315억원을 예상했으나, 91억원이 초과됐고 결국 김종학프로덕션이 추가비용을 떠안기로 했다.
제작비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김종학 PD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MBC와 41억원에 방영권 계약을 맺었고, 일본 에이벡스와 55억원에 수출 계약까지 체결한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김종학프로덕션이 원제작비 315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면 70%를 갖기로 한 점도 투자 결정에 한몫했다.
뿐만 아니라 김종학프로덕션은 초과된 제작비용을 제주도 '태왕사신기' 테마파크 수익으로 충분히 감당할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종학프로덕션은 2005년 청암영상테마파크를 설립한 뒤 제주도 묘산봉관광지 일대 20만8000㎡에 영상테마파크를 조성키로 하고, 사업권을 취득했다. 세트장 외에 115실의 혼합형 콘도 등을 설립하고 상가 분양을 통해 손실을 보전할 계획이었다.
배용준이 출연했던 '겨울연가'의 남이섬이 한류 명소로 떠오른 만큼 태왕사신기 테마 파크도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김종학 PD가 믿었던 '태왕사신기'는 그에게 커다란 빚으로 되돌아왔다. 드라마 '태왕사신기'는 누적 매출액이 213억원으로 총 제작비의 절반에 그쳤다. 테마파크 역시 분양사업이 무산되면서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다. 결국 김종학프로덕션은 청암영상테마파크에 빌려준 116억원과 부담하기로 한 초과 제작비까지 총 210억원을 모두 손실처리했다. 설상가상으로, 이후 제작한 드라마 '하얀거탑', '히트' 마저 손실을 보면서 부담은 가중됐다.
이를 계기로 김종학 PD는 김종학프로덕션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고, 문제가 된 테마파크는 지난해 철거돼 사실상 한류 효과는 신기루로 끝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왕사신기만 실패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며 "결국 드라마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려던 것이 역효과가 났다"고 말했다.
◇무리한 자금 끌어 모으기..투자기관은 손실 無='태왕사신기'로 김종학 PD는 실패의 쓴 맛을 봤지만 투자기관들은 손실을 보지 않았다. 드라마 및 사업에 대해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 탓에 수백억원의 손실이 난 상황에서도 투자금을 챙길 수 있었던 것.
유진자산운용의 '서울TSG사모특별자산1' 펀드를 통해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유진자산운용은 투자원리금 확보를 위해 별도 계좌를 설정하고 국내외 방송권부터 VOD 권리, 보험금지급청구권 등을 질권으로 설정했다. 또, 펀드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김종학프로덕션이 손해배상을 책임지는 계약도 체결했다.
사실상 한류 대박 효과를 노리면서 원금은 보장받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리은행도 청암영상테마파크에 80억원을 빌려주면서 청암영상테마파크 주식 100%를 근저당으로 설정했고, '태왕사신기'에 대한 이익배당금을 받기로 했다.
김종학프로덕션은 '태왕사신기'와 별도로, 후속 드라마인 '하얀거탑', '인순이는 예쁘다' 등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원금상환 후 이익의 7.4%~50%의 이익 배분을 조건으로 한 차입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때 일부 차입금은 일정기간에 약 10%의 최저수익률을 보장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종학 PD가 무리하게 테마파크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드라마제작사들이 자금을 조달받기 어려운 현실이 더 큰 문제"라며 "각종 펀드들은 투자가 아니라 론(Loan)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다보니 드라마 제작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