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정의, 평화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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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정의, 평화의 길

손규태 0 464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


2013년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10일간 한국의 항구도시 부산에서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가 열린다.

이번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이 총회의 개최를 열렬히 환영하며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 총회에는 세계 110개국의 349개 교회(교단)에서 약 7000여명의 대표들이 참석하여 예배와 성서연구 그리고 오늘날의 현안들을 토론하여 앞으로 개신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양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7년마다 열리는 이번 총회의 주제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에게 정의와 평화의 길을 보여주소서.”이다.

이 주제는 오늘날 세계의 현실과 특히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적절한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뜻 깊은 WCC 총회에 대한 바람을 말하기 전에 이 총회가 이와 같은 주제로 한국에서 열리게 된 의의를 몇 가지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세계의 거의 모든 개신교회를 아우르는 이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게 된 것은 그 동안 한국개신교가 WCC운동에서 차지하는 교회적 신학적 위상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의미한다.

한국개신교회는 짧은 선교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괄목할만한 양적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한국개신교회는 선교초기에 한국의 역사의 고난의 현장에 동참함으로써 민족과 희로애락을 같이 했고 또 계몽사업, 교육사업, 사회복지사업, 의료사업 등을 통해 한국의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한국개신교회들은 일본 식민지시대에 전통종교들과 협력하여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위해 투쟁함으로써 해방 후 한국의 근대적 민족. 민주국가 형성에 이바지했다.

나아가서 한국개신교회들은 여러 독재정권에 항거하여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분단된 조국의 통일과 평화를 위해 헌신했다.

또 한국개신교회는 한국의 민중들과 고난에 동참함으로써 얻은 경험과 영감을 이론화해서 고유의 민중신학을 발전시킴으로써 세계 신학계에도 크게 기여했다.

성서의 출애굽전통과 예언자들의 전승 그리고 예수의 갈릴리 복음을 한국의 민중의 현장에서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형이상학적이고 사변적인 서구신학들의 전통을 극복하고 생명력 있는 현장의 신학을 생산해 냈다.

따라서 한국의 민중신학은 남미와 아프리카의 해방신학, 미국의 흑인신학, 유럽의 혁명신학 및 여성신학과 더불어 20세기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들을 제시했다.



둘째 세계교회협의회 제 10차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게 된 것은 이번 총회의 주제와 관련해서 볼 때 매우 적절하고 또 한국교회와 민족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번 총회의 주제 “정의와 평화”는 바로 오늘날 한국이 처한 매우 모순된 현실들을 잘 반영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인들은 지금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정)의에 굶주리고 목말라하며 동시에 평화를 갈망하고 있다.



먼저 평화문제, 남북한의 평화문제부터 생각해보자.

우리는 한 핏줄을 나눈 민족이면서도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고 서로 갈라진 후 60여 년 동안 불안한 휴전상태에서 서로 적대시하고 있다.
38선을 기점으로 130만 명 이상의 군인들이 동족에게 총 뿌리를 겨누고 있다.
동해와 서해 그리고 공중에서도 최신의 전투기와 함정들로 무장을 한 젊은이들이 24시간 감시의 눈초리를 멈추지 않고, 호시탐탐 공격의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

그 뿐인가?
남북한 정부는 지난 60년 동안 정치적으로 적대시하고 외교무대에서 대결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남북대결의 결과 과도한 군사비 지출로 북한은 경제적 파탄에 직면해서 주민들이 기아에 시달리고, 남한은 국민들의 복지에 쓸 돈을 고가의 무기구입에 탕진하고 있다.

남한에서만 매년 30조이상의 군사비를 지출하는 대신 그 돈으로 교육비, 의료비, 복지비 등으로 사용했다면 우리는 대학까지 무상교육, 무상의료는 물론 서민들과 노인들에게 충분한 복지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정의의 문제, 사회경제적 정의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남북한의 대결로 생기는 불평화로 북한의 경제는 파탄에 이르고 남한사회에서는 사회적 경제적 불의가 판치고 있다.

1990년 소련해체와 동구사회주의 국가들의 해체 이후 세계는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경제체제로 재편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같은 개발 도상국가들은 다국적 기업과 국제금융자본의 먹이사슬로 전락했다.
 
이들 다국적 기업과 금융자본들은 미국의 주도하에 세계무역기구(WTO)를 개편해서 어느 나라에나 들어가 마구잡이로 투자하고 장사하여 이윤을 갈취해 간다.

이들은 약소국가들에게 압력을 넣어 노동법을 개정하여 비정규직을 양산함으로써 다국적 기업의 노동자들의 노임을 착취하고, 투기자본들을 들여보내 돈 장사(놀이)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이러한 다국적 기업과 금융자본의 추세에 편승한 한국의 재벌들도 국민경제를 망각하고 노동자들을 임의로 해고하고 저임금으로 부려먹으며 동시에 금융업에 진출하여 사회적 약자들의 피 같은 이자를 빼앗아간다.

그 결과 1996년 김영삼 정부시절 신한국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비정규직법과 근로자파견법으로 한국의 노동자들은 삶의 한계선상으로 밀려났다.
 
가난해진 그들은 금융업과 사채업의 그물망에 걸려들어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었다.

현재 가계가 진 빚이 1000조에 달하며 그들은 국내외 부자들에게 매년 약 80조원을 이자로 빼앗긴다.
대학생들마저도 빚내야 공부하게 됨으로써 전 국민이 채무자로 전락했다.
 
한국사회는 양극화되어 부자들은 돈더미에 올라앉고 빈자들은 빚더미에 앉아 신음하고 있다.

“부유한 자들은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전당으로 잡은 옷 위에 눕고, 벌금으로 거두어들인 포도주를 마신다.”(아모스 2:8).

“가난한 사람이 경작한 밭에서는 많은 소출이 날 수도 있으나, 불의가 판을 치면 그에게 돌아갈 몫이 없다.”(잠언 1:23).

이렇게 평화가 없고 불의가 판치는 오늘날 한국의 모순된 현실에서 제10차 세계교회협의회 총회가 열린다.
 
이번 기회에 한국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한국의 현실을 올바로 직시고 예언자들과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과 가르침에 굳게 서서 이 땅에 평화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WCC의 정신과 행동프로그램에 비추어 자신들을 성찰하고 갱신하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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