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장 선거제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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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장 선거제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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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장 선거제도에 관하여

 

11대 오클랜드 한인회장 선거가 끝이 났다. 이번 오클랜드 한인회장 선거는 여러 가지로 많은 화제와 진기록을 남겼다. 우선 한인회장 입후보자가 3명이나 돼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또 최초로 여성 입후보자가 나온 것도 한인사회의 또 다른 발전된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여기에다 투표 참가인원이 무려 2,793명으로 거의 2,800명에 육박해 교민들의 뜨거운 관심사를 반영했다. 이 정도면 이제 한인회도 어엿한 교민 대표단체로서의 위상을 톡톡히 갖출 수 잇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반해 한인회장 선거제도는 여기저기서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 동안 교민들의 호응도와 투표 참가율이 저조했던 까닭에 단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땜질식 처방이 계속돼 온 탓일 것이다.

  이제 문제점이 될 수 있는 사항을 몇 가지 점검해 보고 이의 개선책을 한번 생각해 보자.

우선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이 선거인 명부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입후보자나 선거관리 위원회가 모두 함께 어려움을 겪는다.
입후보자는 실체가 확실치 않은 불특정 대상을 향해 선거 운동을 벌여야 하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많은 교민이 선거에 참가할지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답답한 관리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사전에 조금만 준비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선거인 등록이 바로 그것이다. 전화 한 통화나 혹은 인터넷을 통해 접수하면 세밀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이번 선거에 참가할 교민 숫자가 얼마 정도라는 수치는 나올 수 있다. 이래야 제대로 된 선거와 무차별 비방이나 흑색 선전을 막을 수 있고 입후보자의 선거인 동원을 막을 수 있다. 적어도 선거일 전까지 선거인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은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게 좋을 듯싶다. 선거인 등록이 무슨 거창한 서식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관심도, 성의 표시도 없던 교민이 여권이나 운전면허증만 달랑 들고 투표할 수 있는 제도라면, 그리고 이로 인해 한인회장의 당락이 결정된다면 이는 진정으로 한인사회의 대표를 뽑은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두 번째로 선거인 자격 문제이다. 현재 한인회 정관에는 정회원 준회원 등의 규정을 만들어 놓고 이들 모두에게 선거권을 주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인회비를 납부한 사람만이 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는데 적극 찬성하는 사람이다. 한인회원으로서 권리가 있다면 의무도 필요하다. 최소한의 의무조차 소홀히 하면서 교민사회 발전을 함부로 논한다면 이는 자가당착이다.
연간 한인회비 30불은 개인에게 그리 큰 부담도 안 될 것이다. 과거에는 선거 당일 회비를 납부하면 투표권을 줬는데 입후보자가 표를 매수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고 해서, 또 더 많은 한인들의 선거 참여를 높이기 위해 이 제도를 바꿨다는 궁색한 소리를 들었다

한인회비가 기준이 된다면 앞서 말한 선거인 명부 문제도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이번 한인회장 선거에서 나는 오클랜드 한인회의 희망을 보았다. 투표 참가 인원 2,800명이 만약 모두 한인회비를 냈다면 그 금액이 자그마치 84천불로 넉넉하진 않지만 한인회 살림살이를 꾸려나갈 재원이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5,000명의 교민이 한인회비를 냈다면 무려 연간 15만불 이란 거금이 한인회에 들어오게 된다. 한인회가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야 크고 작은 행사 때 마다 교민 업소를 찾아 다니며 궁색한 찬조금을 구걸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에서 탈피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입후보자 기탁금 문제이다. 솔직히 기탁금 1 2,500불은 너무 과하다. 아무리 리더십이 뛰어나고 봉사 정신이 투철하다 해도 돈이 없으면 한인회장에 출마할 수 없도록 사전에 봉쇄하는 좋지 않은 제도로 판단된다.
여기에는 우리 교민들의 고착된 생각, 즉 ‘한인회장을 하려면 돈도 좀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이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고, 교민들의 의식도 달라졌다. 자기 돈을 써가면서 교민들에게 봉사하겠다고 말하는 입후보자가 있다면 솔직히 그 진정성에 의문이 간다.

이것 역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상징적인 수준인 한 5,000불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다

마지막으로 선거 공영제도에 관한 문제이다. 앞서 말한 기탁금의 사용처에 대한 것도 이제 다시 한번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 기탁금은 선거비용을 공제하고 한인회 운영 경비로 넘겨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기탁금은 가능하다면 선거를 치르는 비용에 집중 사용돼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이번 선거에서 논란이 되었던 입후보자 선거 벽보 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현실적으로 자원봉사자의 적극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겠지만 적어도 선거 벽보 만금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일괄 제작하여 부착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무차별 벽보를 도배하는 일도, 이로 인한 낭비 요소도 최소화 할 수 있다
또한 TV 토론 등도 한, 두 차례 시도해 볼만 하다. 솔직히 교민들이 누가 누군지, 어떤 후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그저 풍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우리 교민 사회는 월드 TV란 좋은 매체를 갖고 있고, 많은 숫자의 교민 신문 잡지가 있다. 이들 매체를 패널로 활용하면서 이 같은 시도를 해본다면 한인회장 자질의 검증과 함께 옥석을 가리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가지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선거가 끝난 지 불과 2주일 밖에 되지 않았고, 아직 신임 한인회장이 취임도 하지 않았는데 다음 한인회장 선거를 거론 하느냐고.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런 문제점이 유야무야 되고, 선거가 가까워지면 입후보자가 각각 처한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선거제도가 개선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하루가 달리 바뀌는데 결국 잘못된 과거로 회귀할 수 밖에 없다면 교민 사회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기왕 드러난 한인회장 선거제도가 정말 문제점이 많다고 모두 공감한다면 차제에 새로운 한인회장이 출범하는 그 시점에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된 제도를 바로 잡는 일을 내일로 미룰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성우>

뉴질랜드 타임즈 전망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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