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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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의힘

일요시사 0 1434
20여년 전 배낭 메고 찾았던 유럽. 당시 충격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로 기억되는 것은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지던 과감한 키스다.
누가 보든 말든 자신들의 감정에 충실한 키스를 오랫동안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아니 훔쳐보면서) 꽤 어리둥절했었다.

이제 이 땅에서도 연인들의 키스는 자주 볼 수 있다. 버스, 지하철, 음식점…. 하긴 영화관에 커플석이 등장했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 해야할까?


몇 년 전, 배우 안성기 씨와 인터뷰할 때 나눈 얘기가 생각난다. “앞으로 베드신은 안하려구요. 서양인들한테는 그게 자연스러운데 동양인이 하면 어색해요. 좀 퇴폐적이랄까…. 키스도 좀 그래요.” 요즘처럼 키스가 흔해진(?) 세상, 안성기씨 생각은 그대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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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야구장을 찾은 대통령 부부가 키스 타임에 포즈를 취한 사진이 눈길을 끈다.

기자는 이 모습을 보고 ‘우리에게도 이런 날이 왔구나’ 할 정도로 즐거웠다. 대통령 부부의 가벼운 입맞춤에는 수줍음과 자연스러움의 황금 비율로 배합되어 있었다.

대통령 부부의 키스가 과연 즉흥적이냐, 치밀한 계획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냐에 대해 따지는 시선이 있다. 속내야 어찌되었든 키스를 감행(?)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정치인의 표정을 생각하면 대부분 고민과 투쟁이었다. 물론 그래야 한다. 그러나 때로 인간적인 모습은 오히려 위안이 될 때가 있다.

감독들은 키스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드라마틱한 인기를 끌어낸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철망을 뚫고 키스를 나누는 주인공의 애절함은 1991년 방송 당시 최고의 화제 장면이었다. <아이리스> 에서 김태희와 이병헌이 나눈 사탕키스, <시크릿 가든>에서 입술에 묻은 카푸치노 거품을 키스로 닦아내는 주인공의 모습이 숱한 패러디를 낳으며 관심을 모았다. 배우들 중에는 키스신을 활용해 진짜 속마음을 고백하고 드라마속 커플에서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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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비비안 리의 긴 목선이 황홀하게 드러나는 키스 장면은 얼마나 드라마틱한가! <시네마 천국>엔딩에 등장하는 다양한 키스모음은 따듯하다.

키스는 과학적으로도 해석된다. 황홀한 키스는 자연적인 '환각'상태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키스할 때 엔도르핀, 도파 민 등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러한 물질들이 행복한 기분을 만들어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남녀에게 키스는 좀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지도 모른다. 남성에게 키스는 짝짓기로 향하는 고속도로일 수 있고, 여성에게 키스는 상대와 결혼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초기 지표 정도일 것이다.

잠자던 공주가 왕자의 키스로 깨어나고, 사랑하는 이의 키스를 받지 못해 물거품이 되는 여인의 운명은 전세계가 알고 있는 키스에 관한 최대의 에피소드일 것이다.

침팬지는 우정을 할 때 키스하고, 박쥐는 프렌치 키스를 한다는 조사도 있다. 도대체 박쥐의 프렌치 키스는 어떻게 확인했을까 궁금하다.

키스에 관한 종합 보고서라 할 수 있는 책 <키스의 과학> 저자 셰릴 커센바움은 ‘키스의 유일한 부작용이라면 세균을 옮긴다는 것’이라 했다.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는 질병을 옮긴다며 키스를 금지했단다.

매일 하는 사람도 있고 간혹 하는 사람도 있다. 키스를 계기로 사랑이 불타오르기도, 작별의 마지막 수순이 되기도 한다.

요동치는 정치, 전망이라는 말이 무색한 증시 앞에서 키스 얘기는 비현실적이다. 원래 애정 표현이라는 것이 현실에 뿌리내린 다큐멘터리이기보다 동화같은 것 아닐까?

피켜 스케이트 선수들이 연기를 마친 후 점수를 기다리기 위해 앉는 곳이 ‘키스 & 크라이 ’ 라는 심판대다. 자신의 연기에 만족스런 선수들은 카메라를 향해 키스를 보내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아쉬움의 눈물을 보인다. 오늘 우리 삶의 무대는 키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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