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컴백이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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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컴백이 반가운 이유

추억의 그 앨범 0 1564
그의 컴백이 반가운 이유

작년 많은 화제를 모았던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가장 반가웠던 이름은 최민식이나 이병헌이 아니었다. 물론 악마는 더더욱 아니었다. 바로 [악마를 보았다] 사운드트랙 맨 마지막 트랙에 적혀있던 박광현이란 이름 석 자였다. 베이스 연주자로 이름을 알린 모그(Mowg)가 음악을 맡은 사운드트랙에서 박광현은 '사랑하고 싶어'를 부르며 오랜만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어서, 중요한(?) 장면만 빨리 돌려보느라 정확한 내용은 파악하지 못한 영화 [두 여자]의 사운드트랙 음악감독을 맡으며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개가 늦었다. 비록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면 '비소'를 부른 동명이인 배우 겸 가수보다 뒤에 이름이 나오지만, 영향력으로 따지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박광현은 1990년대를 대표했던, 개인적으로는 오태호와 함께 가장 신뢰하던 작곡가 겸 가수였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를 만들어주며 오늘날의 이승철이 있게 해준 장본인이고, 신승훈(우연히)과 김건모(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를 비롯해 수많은 가수들에게 곡을 준 작곡가였다. 또한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 송이 저 들국화처럼'를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서의 경력도 탄탄하게 쌓아간 가수이기도 했다.


박광현의 음악 이력을 다소 거칠게 분류하자면 록과 재즈로 나뉠 것이다. 스쿨 밴드 시절부터 록 음악을 해왔던 박광현은 자신의 첫 번째 앨범에선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에게 편곡과 연주를 맡기며 퓨전 재즈 내음이 물씬 풍기는 음악을 선보였다. 2집과 3집에는 시나위의 신대철을 초빙해 전통적인 록 세션을 들려줬고, 피아니스트 이영경과는 데이지(Daisy)란 재즈 밴드를 결성해 '나의 작은 새' 같은 노래를 히트시키기도 했다. 신윤철과 이영경을 양 옆에 포진시키고 만든 네 번째 앨범은 그의 음악적 지향점이 가장 잘 드러난, '성인 취향'의 록과 재즈가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앨범이었다.

'한 송이 저 들국화처럼'의 성공 이후 발표한 두 번째 앨범에도 역시 박광현의 음악적 성향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신대철의 영입을 단박에 확인할 수 있는 '비오는 날의 추억'과 '외로운 여자'에서의 강렬한 록 세션과 함께 다른 한 쪽에는 '추억을 잊으면'이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같은 재지한 트랙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다소 상반된 성격의 노래들이 함께 하고 있지만 박광현만의 전형적인 곡 쓰기를 통해 무리 없이 어우러진다. 박광현은 한 번만 들어도 그가 만든 노래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스타일리스트다. 특히 발라드에서 더욱 그런 편인데, 이 앨범에선 타이틀곡 '비의 이별'이 그 맥을 이으며 박광현표 발라드 세계의 영역을 좀 더 넓힌다.

이미지정보
앨범명 2집 비의 이별

이 앨범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다른 가수들이 불러 유명해진 노래를 박광현의 목소리로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의 원곡인 '잠도 오지 않는 밤에'가 그렇고 이승철의 노래로 유명한 '그녀는 새침떼기'가 그렇다. 또한 1998년 제9회 강변가요제에 참가해 탈락의 쓴잔을 마셨던 '추억을 잊으면'을 새롭게 편곡해 다시 부르기도 했다. 박광현은 이 노래들을 한없이 나른하고 끈적이며 퇴폐적인 느낌을 주는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불렀다. '비의 이별'에서의 애절함과 '추억을 잊으면'에서 쥐어짜듯 부르는 특유의 창법, 그리고 '회상'에서의 흩뿌리는 듯한 말간 감성은 작곡가뿐 아니라 가수 박광현을 다시 평가하게 만든다. 박광현은 훌륭한 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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