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십자성 아래 사람 향기나는 이야기...;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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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십자성 아래 사람 향기나는 이야기...;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일요시사 0 417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다면 ……

세상은 바뀌었을까?

세상을 살면서 뱉었던 그 많은 한숨과 후회의 순간들을 피할 수 있었을까?

 

자식이 철들 때까지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모두들 얘기하지만 자기자신은 언제나 예외인 줄 아는 나를 포함한 모든 자식들에게 이제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해준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아니… 아마도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다. 타임슬립으로 과거가 바뀌고 그로인해 다가올 미래가 바뀐다고 해도  또 다른 선택에 대한 후회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닐까 싶다. 그저 지금의 선택이, 하루하루의 일상이 나의 최선이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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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문 너머 떠오르는 태양에 눈이 부셔 억지로 잠을 깨는 아침,생각하기도 싫은 수탉의 울음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온다. 도대체 오클랜드 한 복판에서 수탉의 울음소리가 가능한 일인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태생부터 인간을 제외하고 다리 두개 가진 짐승과는 상극인 이유로 세상의 모든 조류를 무서워 한다 특히 최고봉인 닭은 TV에만 나와도 아이들이 먼저 채널을 돌린 정도로 유난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 내가 아침마다 그 엄청난 소리에 잠을 깬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아침마다 주문을 건다.
 
 나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좋은 아침!!!

 이런 불쾌한 아침을 맞게된 건 아마 가까이 야산이 있기 때문인 것같다. 그 숲 어딘가에 산닭이 산다는 얘긴데 이 동네 사람들은 아침 저녁으로 건강을 챙기느라 등산을 한다고 부지런을 떠는데 아마도 난 이 동네를 떠나도록 한번도 등산은 커녕 동네 한 바퀴도 못 돌 팔자인가 보다. 어느 나무 아래, 숲에서 불쑥 닭이라도  튀어나온다면 필시 기절 초풍하고 말테니 말이다. 그래서 일까 오늘은 바다가 그립다. 반짝 반짝 석양빛을 머금은 푸른 바다가 있다면 저녁 산책도 좋을 텐데……

 사실 작년 이맘때까지 우리 가족은 바닷가에 살았다. 걸어서 3분 거리, 귀를 기울이면 파도 소리가 들릴것 같은 지척에 바다를 두고 7년여를 살았었다.  처음 이사를 갔을 때만 해도 매일 저녁 바닷가를 걷겠다고 다짐했고,그 때는  아기였던 우리 고양이 코코와 저녁 산책을 하는 꿈을 잠깐 꾸기도 했었다.  여름이면 비치에 앉아 아이스크림도 먹자고 약속했는데 그것도 딱 한번, 맨발로 모래를 밟은 것도 딱 한번, 그 뿐이었다. 가끔씩 비치옆  데어리에서 칩스를 시켜놓고 기다리는 몇 분이 바다를 보는 유일한 시간 일 뿐이었다. 한 여름이면 하루종일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네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 가족은 물놀이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서 지척에 바다를 두고도 데면데면……  다음에, 날 좋은 다음날 가자, 그랬었다. 

 마음 한구석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당연히 우리를 기다려 줄 거라 믿었었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리라……  시간만 있으면 지친 나를 반갑게 맞아줄 거라고 ….
하지만 다시 일년…… 그 후로는 곁에 있던 그 바다를 다시 보지 못하고 있다. 왜 가까이 있을때 자주 가지 않았을까 자신을 채찍하며 후회 한들 소용이 없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다면 ……

 세상은 바뀌었을까?
 세상을 살면서 뱉었던 그 많은 한숨과 후회의 순간들을 피할 수 있었을까?

 자식이 철들 때까지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모두들 얘기하지만 자기자신은 언제나 예외인 줄 아는 나를 포함한 모든 자식들에게 이제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해준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아니… 아마도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다. 타임슬립으로 과거가 바뀌고 그로인해 다가올 미래가 바뀐다고 해도  또 다른 선택에 대한 후회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닐까 싶다. 그저 지금의 선택이, 하루하루의 일상이 나의 최선이기를 기대할 뿐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했는데 아무도 막을 이 없는 숲속 어딘가에서 내일도 그 놈들은 새벽이 온다고 목을 놓아 울어대겠지. 그럼 또 난 떠나 온 바닷가 옛 집을 그리워 하고…..그렇게  나의 2017년이 가고 있는 중이다.


조수현  Almaz33@naver.com
필자 소개 – 조수현;  한국에선 방송작가로 활동했고 현재는 뉴질랜드 사람들의 한 가운데서 그들과의 만남을 즐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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