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해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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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해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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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과장 & 李대리 - 비주류들의 송년회 생존전략 (下) 나만의 해장법

해장법도 세대차이
40대 이상은 짬뽕·복국 찾고 젊을수록 커피·쌀국수 등 다양

해장의 달인들
링거 맞으며 한숨 자면 OK…30분 땀 빼고 물 2ℓ 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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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기획팀에 근무하는 강 대리는 출근 후 오전 내내 컴퓨터 모니터 한 구석의 시계만 쳐다보고 있다. 아침에 부장으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은 것 같긴 한데 뇌 기능이 정지된 느낌이다. 머릿속은 오로지 “점심시간에 뭘로 해장할까”라는 생각뿐이다. 어젯밤 거래처 사람들과 가진 연말 송년회에서 3차까지 술을 퍼마신 탓이다.

연말이 되면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거의 매일 세 번의 전투를 치른다. 송년회 자리에서 술과 한바탕 격전을 벌이고, 자리가 파한 뒤엔 야밤 도로 곳곳에서 택시를 잡기 위한 각개 전투를 치러야 한다. 세 번째는 전날 전투에서 입은 내상 치료를 위해, 이름난 해장 식당을 찾을 때면 기나긴 줄서기를 피하기 어렵다.

연말만 되면 부글부글 끓는 뱃속을 달래기 위해 점심 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김과장, 이대리들. 그들의 천차만별 해장법을 살펴보자.

◆해장의 대명사 ‘빨간 국물’

가장 전통적인 해장 방법은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뜨거운 국물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한 그릇을 해치우고 나면 뒤틀렸던 속이 가라앉는 느낌이다. 직급별로는 차장급 이상, 연령대로는 40대 이상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방식이다.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오 부장은 해장음식으로 김치찌개를 가장 좋아한다. 그는 깔끔한 김치찌개 애호가다. 돼지고기를 팍팍 넣되 국물을 넉넉히 잡아 걸쭉하지 않은 찌개를 좋아한다. 오 부장과 함께 근무하는 조 대리는 “전날 부장과 회식하거나 저녁 술자리가 있었던 다음 날 점심 때는 으레 김치찌개를 먹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나이 지긋한 부장님들만 빨간 국물을 선호하는 건 아니다. 유통기업에 근무하는 문 대리가 가장 즐겨찾는 해장음식은 ‘라면계란탕’이다. 끓는 물에 라면수프를 풀고, 계란 하나 넣어서 휘휘 저어주면 그것으로 조리는 끝이다.

뜨겁고 칼칼한 라면 국물에 부드러운 계란이 속을 달래주기 때문에 해장에는 그만이라는 게 문 대리의 설명이다. 그는 “가난한 학생 시절 기숙사에 살 때 자주 애용했던 해장음식”이라며 “입사해서도 바쁜 아침 출근 시간 와중에도 끓여먹고 있다”고 전했다.

◆송년회 이튿날 점심은 거래처와 함께

대기업 계열 전자 회사에 근무하는 안 과장은 송년회 다음 날엔 꼭 거래처와 점심약속을 잡는다. 값비싼 복지리 국물로 해장한 뒤 법인카드로 결제하면 되기 때문이다.

술은 아무거나 먹어도 해장음식은 아무거나 먹으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치찌개나 라면국물은 오히려 위를 상하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송년회 술자리에 시달리는 거래처 고객들도 해장 점심자리를 반긴다. 그는 “접대 대상이 대부분 부장급 이상이다 보니 복집 가면 다 좋아해서 일석이조”라고 털어놨다.

다른 대기업에 다니는 조 과장은 해장을 위해 베트남 쌀국수를 즐겨 먹는다. 빨갛고 매운 국물이 들어간 음식은 너무 자극적이어서 속에 더 무리가 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안으로 발견한 음식이 바로 쌀국수.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도 얼큰하면서 맑은 국물맛이 일품이다. 그는 “해장도 할 수 있는 데다 후배들한테 센스 있는 선배라는 말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냉동피자로 위를 달랜다고?

해장음식이라고 해서 반드시 뜨거운 국물만 있는 건 아니다. 40대 이상 직장인들이 들으면 황당할 수 있지만 피자나 파스타 등의 느끼한 음식으로 해장을 즐기는 신세대 직장인들도 상당수다.

자취를 하는 직장인 강씨의 냉동실엔 언제나 피자가 들어있다. 평소 피자 등 느끼한 음식을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일에 대비해 미리미리 피자 몇 조각은 얼려둔다. 이 피자들이 유용한 때는 바로 술먹은 다음날이다.

강씨는 이상하게도 술먹은 다음 날엔 느끼한 음식을 먹어야 속이 풀리곤 한다. 그는 “평소엔 느끼하던 피자가 술먹은 다음 날 먹으면 속을 든든히 해주는 느낌”이라며 “피자 해장이 부족한 날은 점심 때도 크림 파스타 등을 먹으러 간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는 과음을 한 다음 날엔 하루종일 굶으면서 시럽을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 커피만 마신다. 배가 고프기도 하지만 이렇게 해야 술독이 빠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디톡스(해독)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다른 음식 대신 커피만 먹는 것이 술깨는 속도도 빠르고 속도 편하다”고 털어놨다.

◆해장 괴물, 그대의 비법은 ‘링거’

병원에서 일하는 차 과장은 주위 친구들로부터 해장 괴물로 불린다. 날마다 이어지는 연말 술자리에도 불구하고 저녁에는 항상 쌩쌩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차 과장의 해장 비결은 바로 충분한 수면과 수분 섭취. 그는 이 모든 걸 근무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과음한 다음 날엔 언제나 빈 병실에 들어가 링거주사를 맞으며 푹 잠을 청한다. 차 과장은 “아무리 해장음식이 좋다고 해도 최고의 해장은 다름아닌 수면”이라고 했다.

항공사에 근무하는 안 차장은 해장운동 마니아다. 평소에도 운동으로 다져진 강철 체력인 그는 과음한 다음날엔 숙취해소를 위해 회사 헬스클럽에서 무조건 뛴다. 30분 정도 땀을 쭉 빼고, 2ℓ의 물을 원샷하면 바로 정신이 돌아온다는 게 안 과장의 지론이다.

운동하면서 흘린 땀은 노폐물과 독소배출에 효과적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그의 평소 주량이 보통 사람의 두세 배에 달하지만, 회복 속도가 남들보다 두세 배나 빨라 안 차장은 ‘음주계의 사기 캐릭(캐릭터의 준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비닐 봉지 쓰고 사우나 하는 현 과장

중공업 회사에 근무하는 최 과장은 과음 다음 날엔 사우나에서 땀을 쏙 빼야 제 정신으로 돌아온다. 그는 거래처 방문을 핑계로 회사를 나온 후 항상 전철역 한 정거장 거리의 사우나를 찾는다. 회사 근처 사우나는 노출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건으로 얼굴도 가린다. 며칠 전 옆 부서 정 대리와 사우나 수면실에서 마주친 후 서로 민망했던 기억 때문이다.

IT업체에 근무하는 현 과장은 사우나에 갈 때면 머리에 비닐 봉지를 쓴다. 헤어 스타일을 재정비해야 하는 부담이 없고 사우나에 다녀온 티도 덜 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변에서 힐끗 거리는 시선도 있지만 대부분 이해하는 눈빛으로 넘어간다고 했다.
1 Comments
곤드레 2011.12.16 21:46  
오클랜드 잘하는 해장국집좀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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