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물아비 (무상 -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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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물아비 (무상 - 원본)

유종옥 1 936

무상(無想)

오백년(五百年)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오백년간 도읍지인 고려의 수도, 개성에 한 필의 말을 타고 들어오니 산천의 모습은 예와 같되 사람들은 간 곳이 없네. 아, 고려의 태평했던 시절이 꿈만 같구나.'

조선 새 임금이 벼슬을 준다 해도 그것을 마다하고 고향인 선산 땅 금오산에 숨어 여생을 마친 지은이 야은(冶隱) 길재는, 죽음으로 절개를 지킨 포은(圃隱) 정몽주와, 그리고 끝내 이씨 조선의 벼슬을 사양하고 향리에서 숨어 지낸 목은(牧隱) 이색과 함께 고려 말 지조를 목숨으로 여긴 삼은(三隱) 중 한사람이다.

이성계의 쿠데타로 조선왕조가 세워지고 도읍지는 한양으로 천도되면서 하루 아침에 황량한 폐허가 된 고려의 도읍지 개성을 둘러보면서 길재는 회고의 정에 젖어 국가 흥망성쇠의 덧없음을 노래하고 있다.

개성은 500년 동안 밤낮으로 사람들이 붐비는 고려시대 도읍지로서 낮에는 태양이, 밤에는 온갖 등불이 도시를 밝혀 24시간 어둠이 찾아들지 못하는 찬란한 도시였다. 그런데 이제 세상이 변하니까 등불은 커녕 아예 사람조차 찾아볼 수 없는 한적한 촌락으로 바꾸어 버린 풍경을 길재가 노래하면서 바람 부는 대로 흐느적거리는 인간 갈대들을 그려주고 주고 있는 것이다.

힘이 좋은 정승 집의 개새끼라도 죽으면 많은 사람들이 조문을 온다지만, 힘이 쇄진된 정승이 막상 죽으면 오히려 사람들의 조문이 뜸하다는 옛말은, 이재에 밝고 권력 지향적인 한때의 VIP 인간, 인간 갈대들을 들을 비유해 주면서 아울러 인생의 무상함을 표현하고 있다.

‘인생은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것’이라는 한자 성어의 ‘공수래 공수거 시 인생(空手來空手去是人生)’이 인생 무상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다. 1960년대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은 가수 최희준씨의 ‘하숙생’ 노래 가사도 여기서 인용된 것이다.

근세기 최고의 갑부 록펠러가 세상을 뜰 때 다음과 같은 유언을 했다. “내 관 뚜껑에 구멍을 두 개 만들어 내 양손을 밖에서 볼 수 있도록 내 놓아라. 그래서 인간은 빈 손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한번 죽으면 위세 좋았던 몸둥이가 땅 속에서 덧없이 썩어 문들어 져서 흙이 되고, 불에 넣으면 한줌의 재가 되어 버리면서 산이나 강과 같은 자연 속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 무상, 이것은 진리이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는 헛됨을 이야기 하는데, 수 천년전 솔로몬 대왕이 깨달은 인생 무상을 지금 살아있는 현대인들은 안간힘을 쓰면서 부정하려 하고 있다. 솔로몬 왕이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 준 이야기를 소개한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한 세대가 가고 다른 세대가 오지만 땅은 영원히 변하지 않고, 해는 떳다가 지고 다시 떠 오르기 위해 그 떳 던 곳으로 급히 돌아 가는구나. 바람은 남쪽으로 분다 싶다지만 다시 북쪽으로 향하고 다시 이리저리 돌아 제자리로 돌아간다. 강들은 모두 바다로 흘러들지만 바다는 결코 넘치는 법이 없다.....

이것이 진리인 것이다.

그래서 권력 지향적 해바라기 같은 인간들이 사회에 앞장서서 침을 튀기며 뭔가 특별난 인생인척 하는 자들이 특별히 중요한 사람이라는 착각으로 VIP라는 명성을 갖는데, 만일 그들의 인생이 모범적이지 못하다면 이는 사이비 VIP라는 진리를 명심해야 한다.

얼마 전 교민 사회에 VIP 한인회원이라는 별스런 명칭이 등장했다.

스카이 시티 공개홀에서 VIP 한인회원들의 축제모임이 있었고 이들은 수 백달러에 달하는 조수미 공연 티켓을 홍영표 한인회로부터 향응 받았다는 소리가 있으며, 전체 금액도 3만달러에 달한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들려온다. 그러면서 한인회는 조수미 공연과 세시봉 공연 취소 사태로 3만여 달러의 적자 소식을 전했고, 또 한편으로는 교민대표 의결도 없이 3만달러를 한인회 임원들에게 빌렸다는 재무제표 보고서도 눈 앞에 선보이고 있다.

교민 사회의 오랜 숙원인 한인회관 건립.

그 한인회관 건립 기금을 선뜻 기부하겠다는 명목의 이들 VIP 회원(?)들은 만일 약정한 금액이 있다면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 만일 교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회비를 공연티켓 초대장 명목으로 받았고 적어도 우리 일반 교민과는 별 다른 VIP 회원이라면 이를 그냥 먹어 삼키는 장물아비는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한인 사회에 누가 VIP이며 누가 땅을 기는 교민들이란 말인가.

인생 무상은 모든 인간들에게 공히 적용되는 진리이며, 잘되고 못되고를 떠나 시간이 흐르다 보면 결과는 모두 마찬가지로 자연으로 복귀하는 미물들의 공용 정차장이 인생의 말로인 것이거늘 .....

단지 인생무상은 우리들 평범한 교민들의 낭만적인 단어이지 사기와 위선으로 점철된 인간들의 의도적인 유세와는 거리가 멀다는 말을 하고 싶다.

1 Comments
교민 2012.06.20 22:49  
유종옥사장님 요즈음 무슨일 하십니까?
궁금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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