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찻집, 그 음악, 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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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찻집, 그 음악, 그 친구

루루 0 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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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기에

속마음을 어지간히 주고받았던 우리들이었지만

왠지 조금은 서먹서먹함을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어디서 만날까?”,

“ 그 찻집”

“ 잘 웃는 건 여전하겠지?”,

“ 글쎄, 그랬으면 정말 좋겠어.”

짧은 대화였지만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기엔 충분했습니다.


친구를 만나기로 한 토요일 오후,

기억 속에서도 가물가물해진 그 찻집을 찾았습니다.

주변은 온통 신세대의 물결로 넘실댔지만

그 집 만큼은 그대로였습니다.

첫 계단을 오르는데 ‘삐그덕, 삐그덕’ 나무계단 소리…

그리고 발이 편안하게 닿는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문을 열었을 때 그 옛날 피아노가 바로 보이고,

모짜르트, 슈베르트 스케치도 낯이 익었습니다.

창가 쪽에 앉아서 손을 흔들고 있던 친구가 활짝 웃었습니다.


사소한 것에도 중독되어 사는 우리들이지만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 찻집, 그 음악, 그 친구,

그리고 가슴 한구석에서 솟아오르는 기쁨….

이런 것들은 변하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 가지고 온 글 -


우연히 스쳐지나는 음악으로 그옛날 추억에 빠져봅니다

주택가 골목 골목을 지나 있는 고갈비집,

새길난다고 이리로 잘리고 절로 잘리면서도

계란말이를 덤으로 주던 왕개미집 아줌마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다락방 술집

빈강의실 찾아가며 공부해보겠다던 복학생 선배들

막걸리에 유독히도 약했던 친구

실습한다며 한박스씩 펀치카드 들고 다니던 그때

지금의 옆지기와 듀엣으로 부르던 노래

노래 신청하며 시간 보내던 그때 그 다방

음악하는 선배 공연보며 분위기 잡아보던 그때

........

그때가 그리워지는 오후입니다.







어느날 불쑥 찾아온 친구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왔니?"

그 친구가 대답합니다..

"그냥 왔어..

" 전화도 마찬가집니다..

불쑥 전화를 한 친구가 말합니다..

"그냥 걸었어..


" 그냥..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냥'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인은 있지만.. 그 원인이 아주 불분명할 때 쓰는 말입니다..

마치 예술이라고 하는 것처럼 즉흥적이기까지도 합니다..

그냥..여기에는 아무 목적이 없습니다..

무엇을 위해서..라는.. 정확한 까닭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그냥..이라는 말이 가지는 유유자적 허물없고 단순하고

그러면서 오히려 따스하게 정이 흐르는 이 말..

그냥 ..이라는 말이 가지는 여유를 우리는.. 때때로 잊고 삽니다..

"그냥 왔어.." "그냥 전화해 봤어.." "그냥 거길 가고 싶어.."

"그냥 누군가가 만나고 싶어.."

기능만이 만능이 되어야 하는 사회..

목적이 없으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우리들의 가치관..

원인과 이유가 분명해야만 하는 우리의 인간관계..

사람과 사람사이를 잇는 향기로운 다리가 그리운 나날입니다..

그냥..보고 싶던 친구를 찾아가보고..

그냥 듣고 싶은 목소리이기에 전활하고,

겨울바다여도 좋습니다..

지난 여름에 찾았던.. 어느 계곡이어도 좋겠습니다..

그냥 가고 싶어서 거기엘 가보고 싶습니다..

그냥 만나고 싶어서 그 사람을 찾아가는..

그런 마음의 빈자리가 그립습니다..


- 한수산님의 에세이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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