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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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미래

박화중 0 575


미국 최대 장로교단인 미국장로교(PCUSA)가 심각한 노령화와 다양성 부재, 교단 신학에 대한 내부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최근 조사 결과 나타났다.

PCUSA가 2011년부터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13년7월 발표한 보고서(Religious and Demographic Profile of Presbyterians, 2011)에 따르면, '비관적 전망'만 남았다는 해석이다. 



         절대 다수가 '백인 노년층'…"'전미퇴직자협회'라 불러도 될 정도"

이 보고서에 따르면, PCUSA 목회자 10명 중 9.4명은 백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도층 장로들도 같은 결과를 나타냈다.

그밖에 병원·학교 등 특수 사역자의 89% 역시 백인이었다. 교단을 구성하는 인종·민족 구성 비율이 지난 40년과 거의 같아 PCUSA의 폐쇠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는 평가다.

"PCUSA가 그동안 이민 사회나 유색인종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왔다.

백인 중심의 인종 구성보다 심각한 것은 PCUSA의 노령화다.

이번 조사에서 교단 회원 평균 연령은 60~63세 정도로 나타났다.

특히 성도의 절반은 실업 상태다. 전업주부의 비율이 7%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의 성도들이 은퇴자인 셈이다.

"PCUSA를 AARP(전미퇴직자협회)로 불러도 될 정도"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목회자 평균 연령은 54세, 특수 사역자는 57세로 조사돼, 미국 인구조사국이 발표한 미국 전체 평균 연령 36.8세와 큰 차이를 보였다.

PCUSA 구성원의 연령대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이다.

늙어 가는 미국 교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번 조사를 두고 젊은 층에 복음을 전하고 신앙 유산을 전달하는 것에 실패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미국 전체 연령과 PCUSA 회원 연령을 비교한 그래프. 연령별 비율이 정반대다. ('RELIGIOUS AND DEMOGRAPHIC PROFILE OF PRESBYTERIANS, 2011' 갈무리)

 

 

                           교단 신학 '흔들' 개인 경건도 '흔들'

노령화와 백인 중심의 교단 구조를 안고 있는 PCUSA.

근본적인 문제는 흔들리는 교단 신학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를 떠나, 한 교단에서 서로 다른 신학적 견해로 구성원들이 크게 나누어진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직 예수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질문에 PCUSA 목회자 중 45%는 동의하지 않거나 강하게 반대했고, 41%만 '믿음을 유지하고 있거나 강하게 견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복음에 대한 입장이 반으로 갈린 셈이다.

또, 자신의 신학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방식도 크게 갈렸다.

PCUSA 목회자들은 자신의 신학적 태도에 대해 매우 보수적 혹은 보수적(33%), 온건한 보수주의(33%), 자유주의 혹은 매우 자유주의적(34%)이라고 답했다.

정확히 삼등분됐다. 신학적 견해 차가 커 교단이 분열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PCUSA에서는 이미 2012년 동성애자 목사 안수에 반대 교회들이 교단을 탈퇴해 'The Evangelical Covenant Order of Presbyterians'(ECO)를 창설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서로 다른 답을 내린 일부 그룹이 교단을 실제로 이탈했다는 얘기다.

개인 경건 생활에 대한 헌신도 크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PCUSA 목회자의 80%는 '거의 매일 개인적으로 기도'하고 있지만, 성도의 약 56%만이 '헌신적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성도의 39%만이 매주 성경을 읽는다고 답했고, 장로 등 직분자들은 이보다 조금 높은 49%가 성경을 매주 읽는다고 답했다. 교단 지도층에서는 "기도와 성경 읽기를 멀리하고 있다는 것은 교단 내 값싼 복음이 편만해 있다는 증거"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PCUSA에 대한 공동체 의식도 약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PCUSA 성도의 46%가 "개인은 어는 교회에서든 자신의 종교적 믿음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답한 동시에,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믿음'을 강조하고 '굳이 PCUSA 소속 교회가 아니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목회자가 동성 결혼을 주례하는 것에 대한 찬반 비율을 나타낸 그래프. 일반 성도보다 목회자들이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RELIGIOUS AND DEMOGRAPHIC PROFILE OF PRESBYTERIANS, 2011' 갈무리)

 
 
논란이 된 동성 결혼 문제에 대해서는 일반 성도들보다 목회자들이 더 관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 법에 따라 목회자들이 동성 결혼식을 주례하는 것을 허용해도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성도 30%, 지도급 장로 33%가 찬성한 반면, 목회자의 44%, 특수 사역자의 56%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폐쇄성·고령화로 변화 시기 놓쳤다"

PCUSA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자료로 평가되는 이번 조사 보고서가 던지는 파문은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최대 장로교가 노령화, 백인 중심, 신학 불일치로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교단 내 소수 인종 중 보수적인 신학을 유지하면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한인 교회들이 최근 잇달아 이탈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몰락의 징조라는 평가다.

"PCUSA가 그동안 폐쇄적인 모습으로 인종적 다양성을 상실하면서 지도급 인사들의 고령화로 변화와 개혁의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혁 시기를 놓치면서 교단 탈퇴 행렬도 가속화되고 있다.
2011년에 비해 교단을 탈퇴한 비율이 2012년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는 늙어가지만 젊은 피는 수혈이 안 된다.

전통적인 장로교 이미지는 자유주의와 복음주의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일관된 신학으로 교단을 변혁할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평가는 비관적이기만 하다. 

1789년 교단의 전신이 세워진 이래 PCUSA가 맞은 최대 위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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