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망령들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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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망령들의 출현

손규태 0 509
                                                손규태 / 성공회대  명예교수


요즘 한국사회에서는 서구 사회에서는 이미 극복된 좌우 이데올로기 논쟁이 치열하다 못해 극렬하다.

 

종편방송들은 방송답지 않게 거의 모든 뉴스시간을 할애해 뉴스가 아니라 편향된 시각의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일관한다.
그동안 뉴스에서 사라졌던 편향된 시각을 한물간 사람들을 출연시켜 북한 때리기에 열을 올린다.

 

처음에는 새로운 것이라도 있나 해서 더러 시청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하도 지나쳐서 안 본 지 오래다.

그들은 방송 본래의 사명인 공정보도와 국민통합은 도외시한 채 편파왜곡보도와 국민을 분열과 불신으로 몰아가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필자는 과거에 오랫동안 동아일보의 독자였고 박정희 시절 언론탄압시절에 여러 차례 백지광고에 참여하고 해고에 저항하며 조판실에서 농성하는 기자들을 위해서 몇 차례 먹을 것들을 투입해준 일도 있다.

그런데 동아일보 등 굴지의 회사들이 운영하는 종편은 왜 이렇게 한심하게 타락했는가?

이런 방송을 하라고 인가해준 이명박과 그 일당의 행태가 한심했다.

이런 사태가 용인되는 것은

첫째 우리 국민과 사회의 정치적 후진성의 표현이며,

둘째는 아직도 남북한의 분단과 대결을 극복하지 않고 남한에서의 기득권을 항구화 하려는 반민족적 정치 및 경제세력들의 준동의 결과들이다.


우선 정치적 후진성을 말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선진국들에서 허용되고 누리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민주화의 과정에서 쟁취했던 사상적 자유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도 제한되어 있다. 이것은 소위 자유민주주의를 국시로 하는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우방국가인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용인되는 공산당은 물론 진보적 정당의 존재나 활동도 국가보안법을 통해서 금지되거나 극히 제약된다. 단지 보수적이고 우편향적 사상이나 정당 그리고 사회단체들만 자유를 누리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비정상적인 격차사회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엄격한 의미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

그 다음으로 정치적 후진성을 말할 때 이렇게 오랫동안 남북한의 민족적 분단의 극복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의 분단은 유럽의 독일처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강대국 미국과 소련의 이데올로기 국가들의 전쟁의 결과로서 생겨났다.

그런데 성숙한 정치적 문화를 가진 독일인들은 맹목적으로 미소의 이데올로기적 대결의 악순환에 매몰되지 않고 1990년 독자적으로 통일을 이루어냈다.

 

물론 독일국민들은 이미 전쟁 이전에 이데올로기나 정치사상에서 대결적 이데올로기를 구성하고 있는 자본주의나 사회주의의 철학과 가치들, 장점과 단점들을 체득했었고 그것들을 놓고 서로 토론과 정치투쟁의 경험들을 겪었고 그것이 동서독간의 대결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는 데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정치적 경험이 천박했던 후진국 한국의 정치가들이나 국민들의 미성숙성은 1945년 해방 이후 강대국들에 의해서 강요된 분단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이후에도 남북한의 미성숙하고 철학 부재의 정치지도자들은 강대국 외세에 맹목적으로 의존함으로써 분단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결국은 동족간의 잔혹한 전쟁까지 일으켰다.

또 다수의 외국 군대들이 이 전쟁에 가담함으로써 분단은 더욱 고착화되고 대결은 더욱 첨예화되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당시의 친미적이고 친소적인 정치지도자들은 권력욕에 사로잡혀 민족의 고통이나 미래를 외면한 채 오히려 통일지향적인 민족적 지도자들을 제거하고 숙청함으로써 민족의 미래를 왜곡된 길로 나아가게 했다.

그 결과 남북분단 반세기를 훨씬 넘은 오늘날까지도 남북한은 서로 증오하고 적대시하며 양쪽의 정치가들은 그 분단과 대결을 이용하여 자기들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만을 챙기는 데 전념하고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매우 기괴한 일들이 사방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망령들의 출현이다.

그동안 피 흘려 쟁취한 자유와 민주주의의 성과들을 무로 돌리고 과거의 반민주적 독재의 망령들을 되살려 내려는 주술적 행위들이 사방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선 한 예로서 독재와 부정선거로 추방 당해 하와이에서 죽은 이승만의 망령이 “건국의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갑자기 되살아난 것이다.

그 다음은 잔혹한 군사독재자로 수많은 사람들을 가두고 고문하고 죽음으로 몰아갔던 박정희가 “근대화의 아버지”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박정희 독재시절에 독재를 위해서 고안했던 공공기관들이 다시 그 본연의 임무를 외면하고 정치에 관여하는 현상이 되살아난 것이다.

 

박정희가 김종필을 시켜서 만들어 국민감시, 반대자 탄압과 고문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했던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 그리고 경찰, 군대, 심지어 보훈처까지 나서서 대통령선거에 개입함으로써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더욱 기괴한 것은 이들 이승만, 박정희,김종필 등의 망령을 되살려 내려는 주술가들 중 몇몇 수구적 사고를 가진 비이성적 역사가들도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나치시대에 히틀러를 메시야로 찬양했던 일단의 역사가들을 연상하게 한다.

그들은 이명박 시절에 8.15광복절을 “건국절”로 만들어서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조상의 시조로서 단군이 나라를 세운 건국일로서 개천절을 기념하는데 왜 이승만이 단독정부수립을 반대하고 1945년 남한만으로 선거를 치르고 생겨난 분단정부를 세운 것을 건국절로 기념하자고 하는가?

그렇다면 고구려, 신라, 백제는 그만 두고라도 고려를 세운 왕건이나 조선을 세운 이성계도 건국의 아버지로 기념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남북한이 통일되면 북한이 나라를 세운 1945년 9월9일을 건국절로 하자고 하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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