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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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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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서든 누구나 한 번쯤 이국에서의 삶을 꿈꿀 것이다. 그러나 현지 가족도 없고 돈도 없고 기술도 없는 우리는 이민이 그저 나완 상관없는 이야기로만 여겨질 뿐이다. '세월'도 하수상하고 머리도 복잡해 지금 이 순간,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한 컨설팅 업체의 세미나 현장에서 만나봤다. 그들의 고민, 이민으로 해결될까?





사례 1


정년을 앞두고 있는 회사원이다. 한국의 높은 물가에 허덕이며 사는 것보다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동남아 쪽 은퇴이민을 생각하고 있다. 필리핀이나 태국은 치안과 정치사회가 불안정하니 적당하지 않고, 말레이시아의 마이 세컨드 홈 비자(MM2H)를 염두에 두고 있다.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깝고 안전하고 깨끗하며 저렴한 물가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그곳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싶다. 1억원 정도의 예치금만 있으면 10년 비자가 나온다고 한다.
(55세 남자, 회사원)

사례 2


유치원생 자녀를 둔 엄마다. 요즘 화병이 생길 것 같아 뉴스조차 보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허술한 사회제도로 인해 우리 아이들을 맘 놓고 키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크다. 또 치열한 성적 위주의 경쟁 속에 아이를 내몰아야 하는 상황만 생각하면 답답하다. 아이를 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일찌감치 이민을 떠나 미국 시애틀에서 시민권자로 거주하고 있는 시누에게 직계가족 초청이민을 부탁할 예정이다.
(37세 여자, 주부)

사례 3


현재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대학 1학년생이다. 주변에는 한국 유학생 선배들이 있지만 졸업 후에는 대부분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간다. 한국에 돌아가도 명문대 몇 곳을 제외하면 취업이 쉽지 않다. 또 미국 취업 시장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아무리 스펙을 갖춰도 노동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외국인 취업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만약 아버지가 투자이민으로 영주권을 딴다면 22세 미만 동반 자녀인 나도 영주권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고지식하신 아버지가 "이민은 절대 안 된다"라고 못을 박는 통에 요즘 고민이 많다. (20세 여자, 대학생)

사례 4


대학 때 어학연수로 1년간 미국에 체류해본 경험이 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어울려 누구의 시선에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취업 준비로 팍팍한 현실의 벽에 부딪칠 때마다 더욱 그곳이 생각난다. 올해까지 취업하지 못하면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EB-2)도 고민해보려 한다.
(27세 남자, 취업 준비생)

사례 5


나는 미대 지망생이었다. 다들 그렇듯 서울 유명 대학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내 꿈은 3D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에서 재능을 펼치는 것인데, 대학 입학부터 좌절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유학 비용을 대줄 만큼 집이 잘사는 것도 아니다. 그러던 중 퀘벡 경험이민(PEQ)을 알게 됐다. 1,800시간 전문 직업학교 수련 후 프랑스어 능력만 통과하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다. 이후 캐나다 대학에서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해 내 꿈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려 한다. (20세 여자, 대학생)

이민, 변하는 패러다임


이민에 대해 알면 알수록 궁금증이 쌓인다. 이민법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우리나라나 일본은 이민제도 없이 '귀화'만 있다)가 구분돼 있을뿐더러 또 그 이민법이라는 것이 워낙 종류도 다양하고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민 컨설팅을 하고 있는 '클럽이민' 홍석표 과장이 인터뷰에 응했다. 요즘 한국인이 이민을 선호하는 국가는 과거와 별반 차이 없이 미국, 캐나다, 호주 순이라고 한다. 그중 호주는 이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고, 꽤 선호하던 이민지였던 뉴질랜드는 거의 막힌 상태다. 캐나다 또한 이민법이 바뀌어 투자이민(자국 기업에 금전적 투자를 해준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제도)은 중단한 상태다. 퀘벡이나 BC 주에서만 주이민법으로 따로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중국인의 이민으로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점점 각 분야를 점령하고 있어 정부가 위기감을 느낀 거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에요. 요즘은 해당국에서 원하는 인재를 선정해 영주권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캐나다는 24개 우선순위 직업군 리스트가 해마다 변경되고 있어 매년 확인하는 것이 좋아요."





작년 리스트를 보자면 엔지니어링 관리자, 재정 및 투자분석가, 물리치료사, 토지측량기사, 지구과학 및 해양학자 등의 직업이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민을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자녀 교육 때문이다.

"과거 이민 1세대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떠났지만 요즘은 교육 문제로 이민 가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해외 유학을 보내는 것보다 미국 영주권을 취득해 대학에 다니는 것이 학비나 생활비 면에서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 졸업 후 취업에도 영주권의 유무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죠."

자녀가 음악 등 예체능 분야에 소질이 있는 경우 유럽 영주권을 알아보는 부모들도 있다. "유럽 이민은 보편적이지 않지만 EU협정으로 생활권이 통합돼 유럽 중 한 곳의 영주권을 취득하면 어디에서든 거주의 자유권이 주어집니다. 저희도 스페인 이민 컨설팅을 준비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민을 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단일민족이란 강한 유대감 속에서 자라온 우리는 '내 나라를 져버려도 되는 건가' 하는 마음에 왠지 부도덕한 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이민을 갔더라도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고, 과거처럼 부동산 등 모든 것을 정리하고 '굿바이 대한민국' 하고 떠날 필요가 없지요. 영주권은 하나의 국제자격증 개념이 강합니다. 자신의 조건에 맞는 그 나라의 교육을 포함해 사회보장제도를 이용하는 거죠."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 등 일련의 사회문제로 막연하나마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형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문의 전화가 많이 걸려오는 건 사실이지만 순간적인 감정으로 연락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나라는 더 이상 안 되겠다'라는 마음에서 이민을 생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민은 하나의 수단일 뿐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무슨 일이든 전부를 걸수록 리스크와 실패 확률은 크다.

Tip 이민 준비시 고려 사항

1 사전 답사는 필수

자신이 살 곳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자신과 기후가 안 맞거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6개월 정도 가족 중 한 사람이 미리 생활해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2 언어

언어란 그 사회로 들어갈 수 있는 티켓이라 했다. '닥치면 다 하게 된다'라는 말만 믿으면 안된다. 이민국의 정치, 법률, 사회제도 등을 익히기에도 이민 초창기는 빠듯하다.

3 자본 상황과 기술 점검

이민국을 신청할 때 자본 상황 점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리해서 떠나는 이민처럼 위험천만한 것도 없다. 또 이민국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습득해 준비하는 것이 이민 생활에 큰 도움을 준다. 이민 후 언어를 배우고 그 지역에 맞는 기술을 익히거나 관련 사업을 벌이면 그만큼 늦을뿐더러 실패 위험도 크다.

4 객관적인 비교 분석

한국과 이민국의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친 손익계산, 대차대조표 등을 검토해야 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자문해보자. '아이들 때문에' 혹은 '한국이 싫어서'라는 피상적 이유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라는 관점에서 이민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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