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TV 보기- ‘맨발의 친구들’

손바닥소설

뉴질랜드에서 TV 보기- ‘맨발의 친구들’

일요시사 0 1595

 ‘맨발의 친구들’ 그들만의 집밥

뜨끈한 국물에 뚝뚝 떼어 넣은 수제비 한그릇, 온갖 해물이 가득한 해물 파전이 간절한 비 내리는 어느 날, 하지만 우리네 밥상은 여느 때와 같은 소박한 한국식과 뉴질랜드 밥상이 합쳐진 국적 불명의 식탁이 되고 만다. 한국 슈퍼에 가면 한국과 똑같은 먹거리들이 가득 하지만 그래도 한국식으로만 고집할 수 는 없는 형편이고 보니 아무래도 절충안을 찾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문득문득 한국의 먹거리가 그리울 때가 있는데 요즘은 한국의 TV 를 보기 두려울 정도가 되어 버렸다. 프로그램 마다 ‘먹는 방송’ 즉 먹방이 유행인지라 먹방계의 꼬마 스타인 ‘윤 후’ 부터 새롭게 떠오른 데프콘까지 먹방은 대세가 되어 버렸다.

팔도 각지에 소문난 맛집을 찾아 다니면서 우리의 미각을 자극하더니 이젠 손맛이 유명한 연예인의 집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SBS ‘일요일이 좋다’의 ‘맨발의 친구들’이 바로 그것인데 원래 이 프로그램은 강호동을 주축으로 세계를 누비며 맨몸으로 부딪쳐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취지로 시작했다. 하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하다가 다시 국내로 돌아와 다이빙과 자작곡에 도전하는 등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도무지 기획 의도가 무엇인지도 모를 도전에 프로그램 무용론과 함께 강호동의 위기론이 강하게 대두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결국 요즘 대세인 먹방으로 급선회한 ‘맨발의 친구들’은 이제 겨우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어찌되었든 탤런트 김나운을 처음으로 집밥 프로젝트를 방송하면서 냉장고 전용방과 곳곳에 가득한 젖갈과 효소등 김나운을 둘러싼 남편과 뒷이야기 까지 관심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뒤를 이어 요리연구가 이혜정의 프로페셔널한 효소 사랑과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집밥 아닌 집밥, 그리고 저택을 소유한 심혜진의 집밥을 둘러싸고 예전에 없던 화제를 몰고 왔던 것만은 분명하다. 기본 4개 이상의 냉장고를 집안에 둔 연예인들, 가득한 젖갈과 각종 김치, 장아찌들 모두 놀라움 그 이상이었다.

본인만의 비법으로 만들어지는 전복 장아찌, 일반인은 좀처럼 보기 힘든 각종 피클들, 효소등 부러울 정도의 식재료와 식감을 자극하는 명품 요리들은 거의 고문에 가까웠다.

보글보글 끓고있는 ‘명란 두부찌개’, 저걸 만들려면 명란젖이 도대체 얼마나 있어야 하나, 큰 맘 먹고 산 8불 짜리 명란젖에는 달랑 3알 밖에 들어있지 않았는데 말이다.

‘저건 집밥이 아니야.’ 욕을 하면서도 일요일 밤에는 꼭 ‘맨발의 친구들’을 보게 된다. 오늘은 또 어떤 스타의 집밥이 공개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집이 궁금하고 또 어떻게 해놓고 사는지 항상 궁금해하던 차에 ‘맨발의 친구들’은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면서 이제야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맨발의 친구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들이 제시하는 집밥은 일반적인 의미의 집밥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고 등장하는 손맛의 고수들의 사는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늘 평소에 먹던대로 차리겠노라고 말하지만 그들의 평소 밥상과 우리네 밥상은 근본적으로 거리가 멀다. 전복 장아찌를 , 보리 굴비를 재어 두고 먹는 집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 말이다.

양푼만한 밥 그릇을 싹싹 비우는 강호동의 먹성에 감탄하기 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집밥의 제시가 먼저되어야 할 것이고, ‘독거’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부유하고, 젊은 연예인들을 찾아 갈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한 끼의 집밥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 프로그램의 취지에 더 잘 부합하지 않을까 한다.

Almaz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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