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마운 나라 ... 김재동 노인복지사, 사랑방 트러스트 대표
일요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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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2016.06.23 12:37
나에겐 좋은 이웃이 있다. 어느덧 팔순이 훌쩍 지난 인자한 모습의 경상도할머니이다.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니를 연상케하는 그분은 불편한 다리로 인해 아파하시지만 늘 네게는 다정한 모습으로 건네는 인사말이 있다.
“자네에게 할 말이 있네. 뉴질랜드는 참 고마운 나라야. 이런 늙은이에게 병원치료와 생활비를 거저 지원해 주니 말이야.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이렇듯 감사함으로 살아가는 그녀가 얼마전 집안에서 혼자서 주방일을 하시다가 넘어져 다친 후로 한동안 병원 치료를 받은 후 한껏 자신없는 목소리로 건강을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낯선 곳에서 비워버린 자신의 통장잔고를 바라보며얼마남지않은 자신의 인생에 많은 회한이 남는다고 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타향살이에 억울한 일이 있어도 하소연 할 데없이 혼자서 쓸쓸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녀를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측은지심이 생겨 눈시울이 붉어진다.
뉴질랜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자랑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실제로 정부는 2016/17 회계연도에 총 785억불의 국가 수입 중 건강분야에 162억불, 노인연금에 129억불, 사회 안전과 복지에 123억불로 직접적인 복지에 414억불, 53%에 가까운 엄청난 재정을 사회복지 분야에 쏟아 붓고 있다. 수치상으로만봐도 노인들은 물론 전체 국민이 만족하며 안전하게 살수 있는 천국과도 같은 나라라고 불리워지는 것에 큰 이견은 없는 듯 하다.
http://www.treasury.govt.nz/budget/2016/at-a-glance
실례로 해마다 세계 노인의 날인 10월 1일이 되면 Global Watch Index라는 것이 발표된다. 이는 전세계 국가들 간에 노인복지의 정도를 수치화하여 순위로 비교한 것으로 지난해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90만명에 달하는 60세 이상의 뉴질랜드 노인들이 누리는 복지 수준은 세계에서 16위로 발표된 바 있다. 이 발표에 따르면 74.4%의 노인들이 일을 하고 있으며 연금 수입 만으로도 생활의 98%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비록 적은 인구로 인해 노인들에게 편리한 도시 기반시설 즉 교통이나 사회 안전장치가 미흡하고 노인들의 사회활동이 부족한 현실인 것으로 분석되었으나 노인연금과 의료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이에반해 21세기들어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은 발달된 도시 인프라에 비해 연금과 무상 의료혜택이 미흡해67위에 머물러 뉴질랜드 보다는 한참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http://www.helpage.org/global-agewatch/population-ageing-data/country-ageing-data/?country=New+Zealand
필자도 이민자로서 낯선 뉴질랜드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 미래가 걱정되는 마음이 있다. 나의 노후는 누가 책임져 줄까? 무얼 준비해야 하나. 그저 막연하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뉴질랜드에서 사업을 정리하고 노인복지를 공부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비교적 많은 현지인들을 만났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를 받고 있는 그들 중 일부는 여러가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적절한 시기에 받지 못해 절망하고 자신을 내팽겨두는 선택을 하는 경우를 종종 봐왔었다.
진정한 복지, 특히 그것들 중에서 노인복지란 무엇일까? 복지란 더불어 사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생각한다.
유한한 인생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복지가 아닐까? 때로는 정부가 한 개인의 인격적인 삶을 책임져 주기도하지만 근원적인 책임은 일상 가운데서 쉽게 접하는 각각의 이웃 공동체가 그들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본다. 장애인과 비 장애인들이,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어린이와 어른들이, 가난한 이들과 부유한 이들이 서로의 편견을 버리고 아름답게 하나될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의 한인 어르신들은 여러모로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국가에서 불안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그들과 우리들의 미래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공생의 방안을 모색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써 내려 갈 생각이다.
노인문제 상담: 022 649 6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