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정월은 하늘의 뜻에 따라 화합하는 달”> 전 한국신문 발헹인 유종옥
일요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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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3 11:02
우리 선조들에게 보름달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해가 양력이라면 달은 음력 에너지의 근원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다방면에서 사용해 온 행위는 음양설에 바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달은 음에 해당하여 여성으로 본다. 달은 여신, 땅으로 표상되며 여신은 만물을 낳는 지모신으로 출산하는 힘을 가졌다고 여겼다. 달은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특히 조선시대의 여인들에게는 아이의 출산과 관련하여 달의 정기를 흠뻑 마시게 하는 풍속이 성행되었다. 아이를 출산하지 못한 여인네나, 남편의 살 속 사랑이 미흡한 여인들은 보름달이 뜬 심야의 구석진 곳을 찾아 옷을 풀어 헤치고 달의 정기를 가슴속 깊이 흡입하는 흡월정(吸月精) 풍속이 전래되었다. 여인들은 소원을 빌면서 달을 똑바로 쳐다보고 숨을 크게 들이켜기를 아홉 번씩 아홉 차례, 곧 81번을 기통(氣通)시키면서 기력을 보강하기도 했다.
아무리 엄한 가정이라도 평소 지붕 밑에 가두어 놓고 살게 하는 여인들을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다리 밟기’니 ‘직성풀이’니 하여 서슴없이 야밤에 여인을 밖으로 내보내 달의 정기를 마시게 하는데 인색하지 않았고, 또한 이 날 만큼은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유교적 예의범절을 따지지 않았다.
또한 우리 조상들은 ‘달은 악령을 추방하는데 효험이 있다’고 믿었다.
‘나경’이라고 하여 정월 대보름 날, 양반들은 건장한 머슴을 불러 발가벗긴 뒤 논밭을 갈게 하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일련의 섹스 보너스로 인한 악령 추방을 기원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달이 여성에 속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풍속은 비단 대한민국에만 전래되는 것이 아니다.
북구 지방에서는 보름달이 걸린 밤에 여자들이 나체가 되어 씨앗을 뿌렸고, 인도에서는 여자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밭을 가는 기이한 풍속이 있다. 이는 수확을 해치는 악령에게 섹스를 제공함으로써 달래서 보내기 위함이었는데, 이 나라에서는 달이 남성에 속한다고 믿고 있어 우리의 정서와는 다소 다르지만 행실은 대등 소이함을 볼 수 있다.
보름달은 쳐다보기만 해도 탐스러운데 이렇듯 소원을 빌고 악령을 추방하는 음의 기원으로도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주는 의미가 깊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주요 명절은 보름달이 휘영청 하늘에 걸린 날 들이다. 설날이 그렇고 대보름날은 물론, 추석이 그러하다.
지난 2월22일이 정월 대 보름이었다.
이 날은 새해가 되고 나서 일년 중 처음으로 맞는 보름날로써 새해 아침에 기원했던 희망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현실화 시키는 것을 다짐하며 시작하는 의미 깊은 날이다.
지난해 오클랜드 한인회관을 도마 위에 올려 놓고 몇몇 극소수 교민들이 자행했던 어글리 코리안의 욕설과 비방행위가 타국에서 이민 생활을 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였지만 정월 들어 멍든 상처가 아물어 지는 듯하여 희망이 솟는다.
재외동포재단에서 2년여 전 오클랜드 한인회에 넘겨 주라고 오클랜드 총영사관에 임시로 맡긴 회관 건립 지원금을 대다수 교민들의 이유있는 지불요청에도 불구하고 총영사관측은 오클랜드 한인회의 교민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는 자기 멋대로의 해석을 겁 없이 펼쳤다. 심지어는 회관 지원금의 지급처를 국민은행으로 정해주려는 오만도 모자라서 청와대에 투서를 하라며 배를 내밀고 코미디를 연출했던 전, 현직 총영사관 지도자급 공무원들도 신임 총영사관이 부임하여 해결시켜주는 모양새를 보고 새해의 희망을 가슴에 안는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2년 동안 남의 돈을 은행에 맡겨 놓았으면 이자가 약 2만불(?) 정도 발생하였을 텐데 원금뿐만 아니라 당연히 불어난 까지도 함께 건네 주었으면 국민 은행 이자를 부담해야 할 한인회 재정에 도움이 되어 더욱 희망 찬 새해를 맞이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인회장은 총영사관 측으로부터 ‘이자 없다’라는 말만 들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하여 한인회장은 이번 한인의 날 행사 또는 정기총회에서 교민들에게 명확하고 분명한 ‘무이자’ 이유를 서면으로 설명할 책임이 있으며, 그렇게 해야 신뢰의 교민 사회가 조성되는 새해가 될 것으로 믿는다.
눈으로 태양을 보고자 한다면 눈이 부셔 그 형체를 명확히 알아 볼 수 없지만 달은 다르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린 밤하늘의 달은 인간의 어두운 마음에 빛과 희망을 가져다 주며, 특히 커다란 둥근 원형의 보름달을 눈앞에 두고 뚜렷한 형체를 가슴에 안으면 어머니의 정기를 느껴 마음에 품었던 희망을 다짐하게 된다. 흐리멍텅한 달은 달이 아니고 달무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 고유명절인 대보름날을 며칠 넘긴 지금, 뉴질랜드 밤 하늘에도 커다란 보름달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보는 저 보름달에도 토끼가 방아를 찢고 있으며, 그 모습이 얼마나 크고 탐스러운지 이를 보는 순간 희망찬 한 해를 헤쳐나가는데 희망이 솟는다.
지금 2016년 양력 3월 초순도 아직까지는 음력으로 정월이다.
율력서(律曆書)에 의하면 "정월은 천지인(天地人) 삼자가 합일하고 사람을 받들어 일을 이루며, 모든 부족이 하늘의 뜻에 따라 화합하는 달"이라고 한다. 따라서 정월은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해 동안 이루어야 할 일을 계획하고 기원하며 점쳐보는 달인 것이다.
설날이 지나 대보름을 맞이하여 휘영청 큰 보름달이 뜨는 밤을 맞이한 우리는, 과거 달을 쳐다보면서 여인들이 출산을 기원하고 농부들이 수확을 기원했듯이 지금껏 고생했던 이민생활이 다소라도 윤택해 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
(2016년 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