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고 결혼에 대한 짧은 생각

손바닥소설


 

사랑 그리고 결혼에 대한 짧은 생각

오문회 0 1860
"사랑이란 상대방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다 - 에리히 프롬"

 복학하고 3학년때의 일로 기억한다. 입대하기 전에 나의 지도교수였던 선생님께서 책 겉장 뒷면에 적어 주신 글귀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 사랑이란 단어에 대해 처음으로 대한 순간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졸업 후 그 분과의 만남은 몇 번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 분의 적극적인 관심은 지금까지 나의 영혼을 감싸 안고 있다.

 한 여인을 소개로 만나서 짧은 기간 열심히 정성껏 그녀를 관찰한다. 그리고 나와 남은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 결정한다. 결혼이란 "동반자로서 한 여성/남성에 대한 감정을 지켜가는 과정"이라고 나름대로 정의하고 나는 이 여인에 대한 나의 마음을, 나의 결정을 지켜가야하는 의무을 동반한 생활을 시작한다.

 "결혼이란 상대방에 대한 나의 사랑을 지켜내는 과정이다 - 평상심"

 결혼생활은 의무감 만으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다. 서로 다른 인격이 만나 한 방향으로 나아 간다는 것은 의무감만으로는 지속이 될 수 없는 신비한 조합이고 불가능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이다. 김어준의 말, "사랑하게 된다는, 그렇게 좋은 게 공짜일 리 없지 않은가"라는 말은 지극히 합당한 것이다.

 아이들이 커가고 뉴질랜드로 이사를 와서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참으로 많아진다. 결혼 전 알고 있던 상대방에 대한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벗겨지고 가슴 설레이던 감정들은 벗겨진 양파껍질 마냥 눈을 따갑게 한다. 그때마다 아내는 나의 손을 잡아 주고 기다려 주고 가슴 아파한다. 그렇게 아내는 나의 사랑을 지켜주고 있다. 상하기 직전의 나의 마음을 항상 새롭게 해준다.

"결혼은 사랑의 유효기간을 늘려가는 행위이다 - 평상심"

 지금 아내와 한 달째 떨어져 지내고 있다. 장모님이 많이 불편하신고로 그녀는 지금 그 분의 손발이 되어 있다. 아내를 보내며 나는 생각한다. 보이지도 않는데 유효기간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그런데 역시 아내는 나보다 한 수 위다. 아내는 이미 그 유효기간을 한 10년 쯤으로 늘려 놓았다. 유효기간은 그 내용물에 따라 다르다. 쉽게 변질 될 수 있는 재료가 있는 반면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재료들도 있다. 아내가 23년 동안 나에게 쏟아 부은 재료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그것을 무엇인가로 바꾸어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나 나름대로의 언어로 정의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은 <사랑> 그 자체이다.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 최훈"

 나는 요즈음 이 간절함을 조금씩 맛보고 있다. 현대 문명의 이기(利器) 덕분에 메신저로 만나기도 하고 목소리를 듣기도 한다. 새삼스럽게 그 순간들이 기다려지고 가슴 설레이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또 조금만 노력하면 얼굴과 얼굴을 마주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상황과 간절함이 어찌 감사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제야 겨우 사랑이란 단어의 의미를 문 틈으로 훔쳐본 기분이 드는데 이전에는 왜 그리 당돌하게 그 의미를 정의하려 했는지 부끄럽기만 하다.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 성경"

사랑이 없이도 구제하고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는 지난 23년간 사랑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를 향해 내 몸을 불 사르게 내주었고 그녀는 그것을 사랑으로 받아 주었다. 그리고 이제야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다른 설명이나 정의가 필요없는 그 <사랑>만으로 사랑한다.    저자  /평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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