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손바닥소설


 

<글의 향기를 나누며 37>종자

오문회 0 1999

종자

울음 그친 하늘이 다시 내게로 온다
짓눌렸던 평온을 쓰다듬어
희망의 늦잠을 깨우며

거리엔 청소 끝난 하수를 흘려 보내듯
그 눈물로 긴 여정 끝의 내 더러운 머리 가루들을 씻어
수채 구멍으로 말끔히 퇴장시킨다

다행히 하늘의 연민으로
오늘의 거리는 다시 맑게 허락되었다

하늘이 내 눈을 열어 주고
희망이라 잘못 이름 붙여진
친구들을 불러내
다시 새 판을 재촉한다

내 또 그 속삭이는
기회의 유혹을 따라
오늘도 노름을 하러 간다

도대체 하늘은 왜 이 몹쓸 판들을 열어주고
우리 생을 걸고 놀게 하는지

그래서 저질러진 어둠의 부스러기들을
연민의 비로 씻어주면서

버릴 수 없는 자식이
이생서 좋은 씨앗을 제 손으로 따내
다음생에 뿌릴 수 있게

죽음으로 끝나기 전까지
어떻게 놀아도 잃는 생명

다만 다음 생엔 무슨 열매가 열릴까


지운_오클랜드 문학회 회원


詩作노트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生은 하늘이 준 기회이다. 그 生을 통해 우리는 본인의 자유의지로 매순간 겪는 삶의 현장에서 씨앗(본질, 정수, 깨달음)을 따내야 한다. 그 씨앗은 다음 세상의 새 삶을 시작하는 종잣돈이고, 그 씨앗을 다음생의 시작에 뿌려 그 열매로 풍성한 출발을 할지가 결정되어진다. 결국 좋은 종자의 씨앗을 따내기 위해 매순간 우리는 삶에서 마치 노름같은 선택을 하여야하고, 그 선택이 잘못되어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어도, 하늘은 눈물의 비로 씻어주듯 깨끗히 용서해준다. 하늘은 우리가 이 生에서 우리의 의지로, 옳고 풍성한 씨앗을 따내 다음 생에서 좀더 쉽게 깨달음 혹은 궁극의 善으로 가도록 항상 도와주고 끊임없이 사랑해준다. 결국 우린 하늘이 원하는 모든 것을 깨우치고 얻은 후엔 궁극의 선, 전체와 합일하여 더 이상의 生을 맞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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