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사는 슬기

손바닥소설


 

느긋하게 사는 슬기

오문회 0 1818
대표적인 장수동물인 거북은 행동거지가 느리다.
오래 사는 축에 속하는 코끼리도 굼뜨기는 마찬가지다.
느리게 살아야 오래 산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슬로시티란 느림보 마을을 말한다. 매사 느리게 하나하나 다져가며
사는 사람들이 모여 건강하게 사는 마을이다.
청산도, 가거도, 임자도 등 슬로시티가 근자에 도처에 생겨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흐름은 가속화된다.
50대는 50마일, 60대는 60마일로 달려간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그야말로 부지불식간에
나이가 한참이나 들어버렸다.
마음은 여전히 청춘인데 나이만 들었고 몸만 늙어버린 것이다.

선착순으로 다그치던 군사문화에 익숙했던 탓일까
우리는 유별나게 서두르며 사는 경향이 있다.
식당에 가도 빨리 빨리를 외친다.
오죽하면 한국관광객들에게 식당주인들이
빨리 빨리라고 웃으며 손짓을 할까.

이렇게 서두르는 경향 때문에
한강의 기적을 일군 일면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서둘며 살다보니
생겨난 부작용도 한둘이 아니다.
사회는 각박해졌고 인정은 말라버렸다.
사람들은 강퍅해졌고 인심은 야박해졌다.
여유 없이 살다보니 정서도 마음도 건조해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여유를 되찾아 느긋하게 사는 연습을 해야겠다.

매사 서두는 사람은 병을 부른다고 한다.
조급증이 병을 부른다는 말은 예부터 있었다.
급히 달리는 것보다 느긋하게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말이다.

장수하는 사람들을 보면 특징이 있다.
밥을 천천히 ?어가며 먹는다. 걷는 걸음도 서두르는 법이 없다.
어디를 가도 침착하고 느긋하게 행동한다.
굼떠 보이지만 행동거지에 실수가 없다.
욕심이 없으므로 용심도 없다.
불평불만을 모르므로 끄달릴 것도 없다.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살면서 청빈낙도의 멋을 즐기므로
사는 것이 여유가 있고 보기에 좋아 보인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천천히 뒤뚱뒤뚱 기어가는
코끼리 거북처럼 우리 역시 하나 하나 따져가며
천천히 침착하게 나이를 먹어야겠다.
주말마다 여럿 모아서 가까운 산을 찾아야겠다.
도서관에 가서 미쳐 읽지 못했던 역사서도 읽고
교양서적도 읽으며 영혼의 빈터를 채워나가야겠다.
그러며 나를 스치며 달아나는 미풍에 감사해야겠다.
눈을 스치며 지나가는 풍경에 감동하며
작은 인정에 감사하고 기뻐하며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살아가야겠다.

<오문회 이강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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