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손바닥소설


 

무제

오문회 0 1724
푸른 하늘에 흘러 가는 구름처럼 그냥 두라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갈건지

묻지도 말고

오면 오는대로

가면 가는대로 

개의치 말고

하는 일이나 부지런히

그렇게 세상을 살다가 보면

문득 어느 날

구름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구름은 구름일 뿐 

하늘은 하늘일 뿐

본래 그랬던 것을 

산은 산

물은 물

나무는 푸르르고



시작 노트

오래 전에 성철스님께서 조계종 종정 취임 법문으로한 때 세상에 풍미했던 게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선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를 이렇게 말씀하시니 깨달음에 눈 먼 사람으로써 그저 캄캄할 뿐이다.

이 법문은 동어 반복이다. 논리학에서는 이러한 언명을토토로지(Tautology) 라 하기도 하고 또는 항진명제라고도한다. 세상에서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확실한 진리이다.

대신에 이러한 동어 반복은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다.선가에서는 이러한 논리을 넘어서(격외)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일러 주지만 알지 못할 따름이다. 참선 수행에서는 번뇌 망상이 늘 수행의 장애물이요 화두집중에 훼방꾼이다. 끊임없이 왔다가 사라지는 번뇌 가운데서 열심히 수행을 하다가 보면 어느 날 문득 화두가 깨어지는 깨달음에 이른다고 한다. 아직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사람이 깨달음의 행로를 적었다는 것은 분명 허구이다. 그러나 문학이란 공간이 주는 포용성으로 해서"산은 산, 물은 물"이라고 적을 수가 있었다.

여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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