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렙의 은혜 (왕상 19:8-14)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을 좋아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취미생활 1위는 등산이며, 한 달에 한번 이상 산에 오르는 사람이 2천만 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등산이 가져오는 탁월한 건강의 효과 때문입니다. 성인이 한 시간 동안 산에 오르면 735kcal의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이는 한 시간 동안 운동장 20바퀴를 뛰는 것과 비슷한 운동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산을 오를 때면 정서적인 만족감이 커져서 우울증도 예방됩니다.
성경에도 산과 관련된 상징과 은유가 많이 등장합니다. 성경에서 산은 3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산은 피난처와 도움의 상징입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시121:1)” 둘째는, 우리 앞에 놓인 큰 어려움이나 대적을 표현할 때 산으로 말합니다. “내가 큰 산과 작은 산을 황무케 하며(시42:15)” 셋째로, 성경에서 산은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합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대표적인 산은 호렙산입니다. 호렙산은 모세가 불붙은 떨기나무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산입니다. 뿐만 아니라 구약의 대표적인 선지자 엘리야도 호렙산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 중 호렙산에서 엘리야에게 임한 하나님의 은혜를 함께 나누기를 원합니다.
1. 호렙의 은혜는 하나님이 나를 이끄시는 은혜입니다.
신앙인이 가장 기쁘고 감격적인 순간이 있다면 하나님이 나를 떠나지 않으시고 이끌어주신 은혜를 경험할 때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힘든 순간을 지나왔어도 ‘돌아보니 하나님이 나를 이끄셨구나.’ 하는 걸 알게 될 때 말할 수 없는 감격을 느낍니다. 엘리야가 호렙에 올라왔을 때 깨달은 은혜가 이것입니다.
하나님은 호렙에 올라온 엘리야에게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왕상19:9)”라고 가장 먼저 물으셨습니다. 히브리어 원문으로 이 말씀은 “무엇이 너를 여기에 있게 했느냐?” 라는 질문입니다. 엘리야는 이 질문을 듣고, 그에게 있었던 일들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명과 대결을 벌여 승리했습니다. 1대 850의 대결에서 하나님께서는 엘리야에게 불로 응답하심으로 승리케 하셨습니다. 또한 엘리야는 간절한 기도로 3년 반 동안 닫혔던 하늘을 여는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아마 이때가 엘리야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인생 절정의 순간 엘리야가 달려간 곳은 아합 왕이 사는 왕궁이었습니다. 왕궁에 도착한 엘리야가 들은 것은 찬사나 상급이 아닌 그를 죽이겠다는 이세벨의 전갈이었습니다. 이에 엘리야는 큰 충격을 받고 완전히 마음이 무너져 광야로 도망했습니다. 그 낙심이 얼마나 컸던지 하나님께 자신의 생명을 거두어 달라고 간구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로뎀나무 아래 누워 죽기를 기다리는 그에게 천사를 보내셔서 숯불에 구운 떡과 물을 먹이셨습니다. “로뎀 나무 아래에 누워 자더니 천사가 그를 어루만지며 그에게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하는지라 본즉 머리맡에 숯불에 구운 떡과 한 병 물이 있더라 이에 먹고 마시고 다시 누웠더니 여호와의 천사가 또 다시 와서 어루만지며 이르되 일어나 먹으라 네가 갈 길을 다 가지 못할까 하노라 하는지라(왕상19:5-7)” 하나님의 돌보심으로 힘을 얻은 엘리야가 당도한 곳이 바로 호렙산이었습니다.
엘리야가 큰 승리와 성공으로 자신감이 충만했을 때 찾아간 곳은 호렙이 아니라 왕궁이었습니다. 반대로 그가 인생에서 큰 낭패와 실망을 당한 나머지 살기를 체념했을 때,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절망과 체념이 엘리야를 호렙으로 이끄신 하나님의 끈이 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좌절과 실망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를 하나님으로 이끄시는 끈임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은혜의 장소, 하나님의 산 호렙으로 이끄는 은혜입니다.
2. 하나님이 예비하신 칠천의 은혜를 만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엘리야에게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물으시자 엘리야는 대답합니다. “내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 열심이 유별하오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제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음이오며 오직 나만 남았거늘 그들이 내 생명을 찾아 빼앗으려 하나이다(왕상19:10)” 여기서 그가 가장 두려워한 내용이 나오는데, 그것은 엘리야가 자기 혼자만 남았다는 것입니다. 실제 엘리야 주변에 하나님의 선지자들은 하나도 없어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이세벨 왕비가 하나님의 선지자들을 모조리 잡아 죽였기 때문입니다. “오직 나만 남았거늘”이란 그의 말 속에는 자기 목숨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담겨있습니다. 이것이 호렙에 오기 전까지 엘리야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런 엘리야에게 하나님은 놀라운 말씀을 하십니다. 바로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않고 입맞추지 아니한 자가 칠천명이 남았다고 말씀하십니다(왕상19:18). 엘리야의 눈에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다 사라진 것 같았지만, 하나님께서는 무려 칠천 명이 남았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호렙에 오기 전 혼자라 생각했던 고독과 절망이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이것이 호렙에 오르는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3. 세미한 음성으로 다가오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호렙에 이른 엘리야는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임재하시기 전에 엘리야에게 “너는 나가서 여호와 앞에서 산에 서라(왕상19:11)”고 명령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엘리야에게 나가라고 하신 이유는 엘리야가 동굴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힘을 얻어 호렙까지 왔지만, 엘리야는 이세벨의 위협이 두려워 동굴에 숨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에게 동굴에서 나가라고 하십니다. 동굴에서 나와 여호와 앞에서 산에 서라는 것입니다. 문제를 피해 동굴로 숨어들지 말고 영적 위협이 넘치는 시대 속에서 여호와께서 어떻게 임재하시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시대 속에서 너와 함께 하시는지 똑바로 목도하라는 것입니다. 결국 엘리야는 하나님 말씀대로 “산에 서서” 여호와의 임재를 기다립니다. 그런 엘리야 앞에 강한 바람이 불어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숩니다. 그리고 지진이 일어나고, 마지막에는 불이 납니다. 아마도 엘리야는 하나님께서 그 강한 바람과 지진과 불 가운데 임재하실 걸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다 지나가도록 하나님께서는 거기 계시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후 세미한 소리가 있는데 그 가운데 여호와께서 임재 하셨습니다. “또 지진 후에 불이 있으나 불 가운데에도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더니 불 후에 세미한 소리가 있는지라(왕후19:12)”
세미한 소리로 임재하신 여호와 하나님처럼 하나님께서는 때때로 안 계신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의 기도가 헛되 보여 절망이 밀려오곤 합니다. 그러나 그런 때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의 기도, 심지어 작은 신음소리도 다 들으십니다. 이런 하나님의 임재가 호렙에 오르는 모든 믿음의 자녀들에게 충만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