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3) - 태양은 다시 떠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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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병의 아침 묵상(3) - 태양은 다시 떠오르지만...

일요시사 0 1476

태양은 다시 떠오르지만…

 

 

“태양은 오늘도 떠 오르지만 참 빛은 아니다. 진리라고 주장하는 모든 것들은 잠시 비추는 태양일지는 몰라도, 영원히 빛을 발하는 참 빛은 아니다.”



이민생활이 쉽지 않다. 나무도 옮겨 심으면 몸살을 앓는데, 남의 나라에서 뿌리를 내리고 산다는 게 쉽지 않다. 이민을 오게 된 사연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새 세계에서의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왔을 것이다.

그러나 부딪히는 현실세계는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많은 이민자들이 한국에서는 고학력자로서 나름대로 사회적 위치도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궁핍하지는 않았는데 이민사회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서너 단계는 떨어져야 한다.

때로는 평생 해보지도 않던 막노동도 해야 하고, 한 마디로 먹고 살기가 쉽지 않다. 넘어야 할 장벽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언어장벽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장벽도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이민을 왔어도, 뉴질랜드인들 속으로 녹아 들어가 그 나라 사람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제대로 누리며 살지 못하고,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교민사회에 더 묶이게 된다.

   20여 년 전 처음 이민 왔을 당시에 교민들 사이에서 ‘골낚인생’이란 말이 유행했었다. ‘골낚’이란 ‘하루는 골프, 하루는 낚시’를 줄인 말이다. 한국에서 고생 많이 하다 왔는데, 일단 즐길 수 있을 때 실컷 즐기자는 생각이다. ‘골낚’은 이래도 저래도 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항 속에서 일단 즐기고 보자는 자조적인 표현이다.

세월이 지나 지금은 교민사회도 많이 변해서 이제 ‘골낚’이란 말은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요즘은 ‘골낚인생’ 보다는 훨씬 더 실전적인 이민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예전보다 지금 교민들이 더 정착을 잘하고 잘 살고 있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왔지만, 희망은 실망으로 바뀌기 일수다. 무엇이 문제인가?

    헤밍웨이의 작품 중에 ‘태양은 다시 떠 오른다’라는 소설이 있다. 그는 1차 세계대전에 종군기자로 참여하면서 전쟁의 비참함을 직접 경험하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에게 있어서 이처럼 비참한 전쟁을 겪게 한 신()은 더 이상 의미가 있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은 신을 잃어버리고 삶의 의미를 상실한 세대, 소위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태양은 잃어버린 세대에게 있어서 새로운 희망을 상징한다. 그러나 극한적 상황 속에서 인간존재의 의미를 찾으려고 몸부림치며 살았던 헤밍웨이는 말년에 우울증에 시달리다 1961년 62세의 나이에 엽총으로 자살함으로써 생을 마감했다.

헤밍웨이의 작품과 그 삶이 보여주듯이 태양은 날마다 다시 떠 오르지만 그 태양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또 다른 절망 만을 안겨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을 절망과 허무에서 구해줄 태양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돈은 물론이고, 철학이나 사상이나 예술이나 의학이나 과학이나 그 어느 것도 진정한 위로와 안식을 줄 수는 없다.

“이 세상의 온갖 현상은 모두 마음에서 일어나며, 모든 법은 오직 인식일 뿐이다. 마음 밖에 법이 없는데, 어찌 따로 구할 필요가 있겠는가?”(三界唯心 萬法唯識 心外無法 胡用別求) 원효의 말대로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헤밍웨이의 태양은 밖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또한 영원한 태양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 위로가 아니라, 영원한 위로와 안식을 줄 수 있는 빛이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태양이 아니라, 영원한 것으로부터 오는 참 빛이다. 만약 그러한 빛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말이다.

성경은 이 빛이 있다고 말한다. 이 빛은 우주 만물에 생명을 주는 빛이며, 어둠을 물리치는 빛이다. 이 빛은 영원한 생명을 가지고 오는 빛이다. 어둠에 갇힌 인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빛이며, 아픔을 치료하는 빛이며, 좌절과 슬픔 가운데 위로와 기쁨을 가져다 주는 빛이다. 그 빛은 온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셨으며, 만유(萬有)의 주()이신 창조주에게서 나오는 빛이다.

태양은 오늘도 떠 오르지만 참 빛은 아니다. 진리라고 주장하는 모든 것들은 잠시 비추는 태양일지는 몰라도, 영원히 빛을 발하는 참 빛은 아니다. 오직 만물의 근원이시며, 주인이신 창조주 하나님 한 분만이 참 빛이시다.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채목사는 리무에라에 있는 오클랜드정원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신앙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09) 410 5353, 021 154 3398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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