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6) -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기독교


 

채원병의 아침 묵상(6) -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일요시사 0 1712

“그리스도인들이 궁극적으로 가야 할 자리는 높고 높은 산이 아니라, 깊고 깊은 바다다. 넓고 넓은 바다다. 그리스도인들이 이르러야 하는 그 바다는 바로 십자가의 자리다.”




한 때 산에 자주 오른 적이 있었다. 매주 교회식구들과 함께 와이타케레 산을 찾았었다. 계곡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힘차게 발을 내딛고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콧노래가 절로 난다. 그러다 가파른 고갯길을 몇 개 넘고 나면, 숨은 턱밑까지 차오르고, 온 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게 된다. 힘은 들어도 산정상에 오르게 되면 속이 다 시원해진다. 산이 높으면 높을수록 정상에 올랐을 때의 상쾌함과 뿌듯한 성취감은 더 커진다. 높은 산에 올라가 밑을 내려다 보라. 단순한 상쾌함 이상의 희열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비단 산뿐만이 아니라, 어디든지 높은 곳에 올라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고층빌딩의 전망대에 올라가서 확 트인 세상을 내려보면 기분이 정말 좋다. 어디 산이나 전망대뿐이겠는가? 한국에서는 지대가 높은 곳에 있는 동네를 달에 가깝다고 해서 달동네라고 부른다. 올라가기 힘든 만큼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가 달동네다.

그런데 뉴질랜드에서는 절벽 위에 있는 집과 같이 지대가 높은 곳에 있는 집이 비싸다. 앞에 막히는 것이 없이 경관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한 때 전망이 좋은 집에서 산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공원과 바다와 하버 브릿지와 시티가 한 눈에 들어오는 집이었다. 집 가장 높은 곳에는 스파 풀이 있었는데, 스파를 즐기면서 눈 앞에 펼쳐지는 풍광을 내려다 보며 마시는 와인 한 잔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야릇한 우월감과 함께 말이다.

사람들은 더 높은 곳에 오르려고 한다. 더 높은 지위에 오르려고 하고, 더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산도, 집도, 사회적 신분도 높은 곳에 오를수록 우월감도, 성취감도 높아지고, 희열도 더해진다. 사회적으로 성공해 보시라. 한번 높은 지위에 올라가 보시라. 돈 한번 왕창 벌어보시라. 정말 내려오기 싫어진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도 힘들지만, 올라간 자리에서 내려오기는 더 힘들다.

    예수께서도 측근 제자들을 데라고  높은 산에 올라가셔서 높아짐의 영광을  보여주신 적이 있다. 신약성경의 마태복음 17장 1, 2절에서는 이 장면은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엿새 뒤에,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을 따로 데리고서 높은 산에 올라가셨다. 그런데 그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모습이 변하였다. 그의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나고, 옷은 빛과 같이 희게 되었다.

그 때에 제자들 중 우두머리 격이  베드로가 예수께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예수께서 높은 산에서 잠시 보여주신  영광스러운 모습은 믿는 성도들이 영원히  누리게 될 영광스러운 모습이다. 성도들에게는 영원한 영광의 삶이 준비되어 있다. 성경은 요한계시록 21장 26절에서 “사람들이 만국의 영광과 존귀를 가지고 그리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한다. 성도들에게는 이 세상의 어떤 영광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영광된 삶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영광을  잠시 보여주신 후에 곧 평상시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셔서, 그들을 데리고  산에서 내려오셨다. 예수께서 산에서 내려오신  것은 예루살렘으로 가시기 위해서였다. 예루살렘에서 예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십자가의 죽음이었다. 십자가는 자신을 내어주는 자리요, 가장 낮아지는 자리다.

    높은 곳에 있는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이것이 하나님의 창조의 법칙이다. 땅의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높은 곳에 있는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마지막에 이르는 곳이 바다다. 큰 강에서 작은 시냇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큰 강도 작은 시내도, 깨끗한 물도 더러운 물도,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바다는 큰 강이건 작은 시냇물이건, 깨끗한 물이건 더러운 물이건 다 받아들인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의 원리도 물의 흐름과 같다. 높은 곳에 있는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창조의 법칙이듯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이 신앙의 법칙이다. 낮아지고 또 낮아져서 가장 낮은 곳에서 바다를 만나게 되는 것이 신앙의 원리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내고 토하는 법이 없다. 온갖 더러운 것들도 다 받아들이고 소화해낸다. 그리스도인들이 궁극적으로 가야 할 자리는 높고 높은 산이 아니라, 깊고 깊은 바다다. 넓고 넓은 바다다. 그리스도인들이 이르러야 하는 그 바다는 바로 십자가의 자리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높고 높은 하늘에서  낮고 낮은 땅으로 찾아오셨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비천하고 낮은 곳이 바로 십자가의 자리다. 예수께서는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셨으며,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당신을 낮추셨다. 예수께서는 십자가에서 인간의 모든 죄를 받아내시고 삼키셨다. 그리고 부활하심으로써 영원한 생명의 문, 영원한 영광의 문을 여셨다.

십자가의 죽음이 없이는 부활의 영광도 없다.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만 하는 시대에,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하지 않을까? 교회도 성도도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가기 위해서는, 먼저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

높은 산에서 내려와 얼마 후 제자들 사이에 지위 다툼이 벌어져, 천국에서는 누가 더 큰 지 예수께 여쭈어 보았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 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마태복음 18장 3, 4절) 가장 낮아지는 사람이 가장 높이 올라가는 사람이다.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채목사는 리무에라에 있는 오클랜드정원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신앙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09) 410 5353, 021 154 3398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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