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10) - 비우면 산다

기독교


 

채원병의 아침 묵상(10) - 비우면 산다

일요시사 0 1592
 
자기를 비운다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욕심을 죽이는 것이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산다는 것은 자기 비움을 배우는 과정이다. 몸은 먹어야 살지지만, 마음은 비울수록 풍요로워진다.”


늦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 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에 교민들 살림도 풍요로워지고, 마음도 풍성해지길 바래본다.

이민생활이 참 고달프다. 몸은 몸대로 파김치가 되고, 마음도 지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도 쉽지 않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는 생활도 생명력을 잃기 쉬운 법이다. 어느 모임에서 한 분이 요즘 이상하게 기가 빠진 것처럼 힘이 없다고 말하자, 다른 분이 밥 힘으로 살 나이가 된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나도 밥을 충분히 먹어주지 않으면, 힘을 못 쓴 지가 좀 된 것 같다. 젊었을 때는 젊음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젊었을 때 가졌던 힘이 점차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그러니 밥이라도 많이 먹어 밥 힘으로라도 버텨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의 정신도 몸과 비슷한 것 같다. 젊어서는 정신이 젊음의 생명력으로 충만했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정신도 쇠해지고 활기도 떨어지고 있다. 나이 들면서 몸이 밥 힘에 의지하듯이 정신도 뭔가 에너지를 받아 들여야 할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칫 무기력해지지 않도록 정신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밥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면 몸에 기운이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신도 양식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무기력해져서 활기찬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하루 세 끼 밥을 먹어야 힘을 쓸 수 있듯이, 마음의 양식도 꾸준히 먹어줘야 내적인 생명력을 유지해 나갈 수가 있다. 정신이 건강해야 삶도 활력이 넘친다. 그렇다면 건강한 정신이란 어떤 상태일까? 몸과 마음이 피곤하고 지친 상태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건강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신약성경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서 바울이라는 사람만큼 몸도 마음도 고달픈 삶을 산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환난 중에도 즐거워한다고 고백하고 있다(로마서 5 3). 바울은 어떻게 심신이 피곤하고 지친 가운데서도 고난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삶을 살 수 있었을까? 그가 어려움 가운데서도 기쁨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삶의 의미와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가야 할 인생의 목표가 분명한 사람은 현재 살고 있는 삶의 의미도 분명하다. 그리고 삶의 의미가 살아있는 사람은 삶 자체도 살아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사람은 환경에 의해 자신의 삶이 이리저리 흔들림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 속에서 의미를 찾으며 마음의 평안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바울에게는 확고부동한 내세관(來世觀)이 있었다. 부활과 영생에 대한 확신이 현세(現世)의 삶을 굳게 붙잡아 주고 있었다. 마치 바닥에 박혀있는 닻이 배가 파도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붙잡아 주고 있듯이, 천국에 박혀있는 소망의 닻이 바울의 삶을 고난과 역경의 파도에서도 지켜줄 수 있었다. 그러나 천국의 소망이 아무리 확고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다 바울처럼 고난도 기쁨으로 승화시키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울은 천국을 소망하는 가운데, 자신이 처한 모든 상황을 하나님께 맡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것은 한 마디로 자신을 완전히 비우는 것이다. 항복하는 것이다. 두 손 들고 나의 주권을 포기합니다하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마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온갖 욕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돈 욕심, 이름 좀 날려보고 싶은 욕심, 남보다 잘 살고 싶은 욕심, 남보다 오래 살고 싶은 욕심, 자존심 등온갖 욕심이 꽉 차 있으니, 자신을 비울 수도 없고, 자신을 하나님께 맡길 수도 없다. 욕심이 많을수록 우리 인생은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행복과 점점 멀어지게 되어 있다. 욕심이 많을수록 채워야 할 게 많고, 욕심이 채워지지 않을 때는 화가 나기 때문이다. 마음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그 안에 무슨 기쁨이 있고, 행복이 있을 수 있을까?
 
마음에 화가 쌓이면 화병이 되고, 마음도 우울해진다. 정신의학자들은 문제의 해결은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하다. 그런데 이 과정이 힘들다. 힘든 이유는 자신의 한 부분을 포기하는 데 대한 본능적인 저항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기를 비운다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욕심을 죽이는 것이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내 안에 있는 본성이 자신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격렬하게 저항하기 때문에 자신을 비우는 과정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산다는 것은 자기 비움을 배우는 과정이다. 몸은 먹어야 살지지만, 마음은 비울수록 풍요로워진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가장 큰 행복은 불행의 원천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불행의 원천은 창조주 하나님을 모르는 것이며, 설사 알아도 그분께 자신을 맡기지 못하는 것이다. 또 자신을 그분께 맡기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기를 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혹시 삶이 힘들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화가 나거나 우울해지지는 않으신지? 이럴 때는 정원에 나가 풀과 꽃을 바라보시라. 그리고 내가 장미 한 송이 풀 한 포기 창조할 수 있나?” 생각해 보시라. 자기 비움의 포인트는 자신이 창조자가 아니라 피조물임을 깨닫는 것이다. 자신도 뜰에 있는 풀처럼 피조물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자신의 삶이 창조주의 손 안에 있음을 알게 되고, 창조주께 자신을 맡길 수 있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말씀하신다. "공중의 새를 보아라.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곳간에 모아 들이지도 않으나, 너희의 하늘 아버지께서 그것들을 먹이신다. 너희는 새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들어갈 들풀도 하나님께서 이와 같이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들을 입히시지 않겠느냐? 믿음이 적은 사람들아!”(마태복음 6 26, 30)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채원병목사는 리무에라에 있는 오클랜드정원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신앙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09) 410 5353, 021 154 3398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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