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16) - 분노라는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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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병의 아침 묵상(16) - 분노라는 시한폭탄

일요시사 0 3369

“겉으로는 아벨의 평화로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속 마음에는 어느 정도 가인의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게 인간이다……
분노는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도 파멸시키는 우리 안에 있는 시한폭탄이다.”

지난 15일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있었던 폭탄테러 사건으로 세계가 시끄럽다. 보도에따르면 이번 사건은 10여 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온 체첸계 러시아 출신의 차르나예프 형제가 저지른 일이라고 한다. 이들은 보스턴 마라톤 결승 지점의 두 곳에서 압력밥솥 사제 폭탄을 터뜨려 사망자 3명, 부상자 180여 명을 발생하게 한 테러 죄로 기소되었다.

이번 테러사건이 일어난 보스턴은 미국독립의 상징과 같은 도시이다. 1775년 4월 19일, 미국 메사추세츠 주 렉싱턴-콩코드에서 영국군과 민병대 사이의 첫 전투가 벌어져 미국 독립 전쟁이 시작됐다. 이후 매사추세츠 주는 매년 4월의 셋째 주 월요일을 '애국자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으며, 1896년부터는 이 날 보스턴에서 마라톤 대회를 열어 '애국자의 날'과 미국 독립 전쟁을 기리고 있다. 이런 면에서 이번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는 미국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의 배후에 이슬람 테러조직이 연관되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이며, 용의자는 미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범행동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사회에 대한 분노에 있다. 미국과 이슬람 권의 적대적 관계와 잘못된 종교적 신념이 평범한 시민을 분노의 화신으로 만들고, 급기야 폭탄데러라는 끔찍한 행위로 나타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이슬람 권 사이의 정치적 문제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이번 폭탄테러 사건이 담고 있는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분노라는 시한폭탄의 위험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번 사건은 평범한 시민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던 분노가 제대로 치유되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가정과 사회의 평화와 안녕을 파괴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입히는 폭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26살인 타메를란과 19살인 조하르 형제는 모두 미국 시민권자로서, 평소에 알고 지내던 주위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이들은 모두 극히 정상적인 보통사람이었다고 한다. 사망한 형은 미국 백인여성과 결혼하였고, 동생 조하르는 미국에서 명문으로 알려진 케임브리지 린지 라틴 스쿨에서도 우수한 학생이었으며, 메사추세츠 주립대의 의대에 재학 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조하르의 고교시절 역사 교사였던 래리 아론슨의 말에 의하면, 그는 평소 인정이 많고 사려가 깊은 학생이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요약해보면 용의자들은 이슬람 교도로서 속으로는 미국사회에 대해 극도의 분노를 품고 있었으나, 일상의 생활에서는 평범한 보통사람이었으며, 생활용품인 압력밥솥을 사용하여 평화적인 마라톤대회에서 그들의 분노를 폭발시킨 사건이다. 분노가 평범한 시민을 테러리스트로 만들고, 일상생활에 쓰이는 밥솥이 테러의 도구가 된 것이다. 그것도 평화로운 마라톤 대회에서 말이다. 테러는 평범한 일상 속에 내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평상의 삶 속에 숨어있던 분노가 평화로운 마라톤 대회를 피로 얼룩지게 한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도 테러는 시한폭탄처럼 숨어있다. 분노의 감정 속에 테러는 항상 평화를 깨뜨릴 준비를 하고 숨어있다. 가정에도, 학교에도, 직장에도, 사회에도, 심지어 교회에도 분노는 평화의 적이 되어 지금도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니, 분노의 폭탄은 일상의 삶 속에서 수시로 폭발하며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삶을 파괴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살인자는 가인이다. 그는 동생 아벨의 제사는 하나님께서 받으시고, 자신의 제사는 받지 않으시자, 하나님께 인정받지 못한 박탈감으로 자아가 상처를 입었다. 상처 입은 자아는 분노로 표출되고, 분노는 살인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가인의 분노의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 있었다. 아벨은 믿음의 제사를 드렸으나, 가인은 그렇지 못하였다. 사실은 자신의 불신이 원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인은 아벨에게서 원인을 찾고 아벨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품고 급기야는 그의 목숨을 앗았던 것이다.

이와 같이 인류 최초의 살인사건의 심리적 배후에는 상처 입은 건강하지 못한 자아와 치유되지 않은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상처를 받은 사람이 상처를 주는 법이다. 건강한 마음은 쉽게 상처를 받지도 않고 남에게 쉽게 상처를 입히지도 않는다. 그러나 건강하지 못한 자아는 쉽게 상처를 받고, 남에게 쉽게 상처를 입히는 법이다. 자신 안에 있는 치유되지 못한 상한 자아가 무서운 분노의 덫에 걸리게 하는 것이다. 분노라는 감정의 이면에는 거의 예외 없이 상한 자아가 숨어있다. 이렇게 숨어있던 상처 입은 자아가 분노의 감정을 격발하고, 분노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행위로 나타났던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남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힘들어 한다. 그러나 자신이 남에게 입힌 상처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 안에 숨어있는 가인의 모습은 간과하고, 자신을 억울하게 피해 입은 아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신 안에 있는 가인의 분노를 보지 못하고, 피해의식만 있을 때가 위험한 것이다. 겉으로는 아벨의 평화로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속 마음에는 어느 정도 가인의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게 인간이다. 일상의 삶 속에 숨어있는 분노의 마음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분노는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도 파멸시키는 우리 안에 있는 시한폭탄이기 때문이다.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채원병목사는 리무에라에 있는 오클랜드정원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신앙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09) 410 5353, 021 154 3398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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