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19) - 잘못된 완장

기독교


 

채원병의 아침 묵상(19) - 잘못된 완장

일요시사 0 1459
“책임 있는 자리에 올라갈수록 유혹도 많아지는 법이다. 지도자들이 차야 할 완장은 ‘슈퍼 갑’이라는 군림하는 자의 오만한 완장이 아니라, ‘종’이라는 섬김의 완장이어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은 국가를 위해 국민을 섬기는 종이 되어야 하고, 교회의 지도자들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성도를 섬기는 종이 되어야 한다.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 저지른 성추행사건으로 한국이 시끄럽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8일 오전 6시경 자신이 묵던 미국 워싱턴 페어팩스 호텔 방안에서 알몸으로 피해여성인 인턴의 엉덩이를 잡아 쥔 것으로 드러났다고 동아일보가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와 미국 경찰의 전언을 통해 1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7일 밤 워싱턴 호텔 와인 바에서 인턴의 엉덩이를 만지며 1차 성추행을 한 데 이어 호텔로 돌아와 자고 있던 인턴에게 전화를 걸어 "서류를 가지고 오라"며 방으로 불렀다고 한다.

인턴이 방으로 오자 윤 전 대변인이 샤워장에서 나와 팬티를 입지 않은 채 방안을 이리저리 다니고 있었고, 이에 놀란 인턴이 방을 나가려고 하자 윤 전 대변인이 인턴의 엉덩이를 잡아 쥐었다는 것이다. 인턴은 울며 뛰쳐나와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고, 이 인턴과 함께 방을 쓰던 한국문화원 여직원이 윤 전 대변인의 범행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벌어졌다. 청와대 대변인이란 국가의 입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다. 그런데 대통령의 미국방문을 수행중인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만취상태가 되도록 술을 마신 것도 이해하기 힘든데, 또 거기에다 상식 이하의 성추행 범죄까지 저질렀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어떻게 해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우선 개인의 인격장애가 문제겠지만, 자신이 왕이라도 된 것 같은 ‘슈퍼 갑’의 완장심리가 배경에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이 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스캔들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고 한다. “새 정부 들어 처음 대통령 전용기도 타고 말로만 듣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봤으니 벼락출세한 기분에 눈에 보이는 게 없었을 것이다.”

또 다른 전직 고위 공무원은 새 대통령의 임기 초에는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긴다고 말했다. 야인으로 있다가 고위공무원이 되었을 때는 소위 무소불위의 ‘슈퍼 갑’의 완장심리가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성추행사건의 배후에는 눈에 보이는 게 없는 ‘슈퍼 갑’의 완장심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심지어 신실한 신앙인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을 성경은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며, 누구보다도 하나님을 경외하고 사랑했던 다윗조차도 자신을 위해 전쟁터에 나가있는 충신의 아내와 간음을 하고, 이에 더해 충신을 고의로 사지로 몰아넣어 죽게 하는 살인죄까지 범했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초대 왕인 사울의 시기를 사서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기고, 유다의 왕이 되었다. 이후 그는 사울의 집안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온 이스라엘을 차지하고, 하나님께로부터도 다윗왕국에 대한 약속까지 받았으며, 주변 나라들과의 수많은 전쟁에서도 연전연승하고 있었다. 다윗의 눈에는 온 세상이 자신의 발 아래 있는 듯 하였다
.
그러나 하나님께 신실했던 다윗도 권력의 정점에서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다윗도 ‘슈퍼 갑’의 완장을 차고, 충신의 아내를 왕궁으로 불러들여 간음을 하였으며, 자신의 죄를 은폐하기 위해 충신을 살인하는 죄까지 저질렀다.
 
물론 왕조시대라는 특수상황이 있기는 하지만, 다윗의 간음 및 살인사건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사건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범죄행위였다. 문제는 범죄한 후의 행동이다. 다윗은 왕이었지만, 나단 선지자로부터 꾸중을 듣고는 금식하며 회개하였다.

그런데 윤씨는 사건이 알려진 후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기자회견에서 피해를 본 인턴 여성의 업무 미숙을 비난했는가 하면, 상관인 이남기 대통령홍보수석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또 성추행이 일어난 페어팩스호텔에서 새벽에 술에 취한 자신을 목격했다는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고 한다. 윤씨는 당사자와 국민 앞에 엎드려 사과하고,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공인으로서 그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다.
 
그런데 이런 완장심리가 단순히 특정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반에도 널리 퍼져 있으며, 심지어는 교회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의 대형교회의 담임목사였다 사직 당한 전00 목사의 경우도 ‘슈퍼 갑’의 완장심리에서 나온 성추행사건이다. 드러난 사실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국가도, 사회도, 교회도 완장심리가 지배하고 있다.
 
책임 있는 자리에 올라갈수록 유혹도 많아지는 법이다. 지도자들이 차야 할 완장은 ‘슈퍼 갑’이라는 군림하는 자의 오만한 완장이 아니라, ‘종’이라는 섬김의 완장이어야 한다. 사도 바울은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라고 밝히고 있다. 종이란 말의 헬라어 ‘둘로스’라는 단어는 ‘묶다’를 의미하는 ‘데오’ 혹은 ‘올가미에 걸다’를 뜻하는 ‘델로’에서 유래된 단어로 종이나 노예를 뜻한다. 종이나 노예는 자신의 뜻이 아닌 주인의 뜻을 섬기는 자리다. 정치지도자들은 국가를 위해 국민을 섬기는 종이 되어야 하고, 교회의 지도자들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성도를 섬기는 종이 되어야 한다.
 
고린도후서 4장 5절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가 선전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고 우리는 예수를 위해서 일하는 여러분의 종이라는 것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종의 완장을 찬 지도자들이 많이 나타날 때, 교회도, 사회도, 국가도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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