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24) - 어디에 이름을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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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병의 아침 묵상(24) - 어디에 이름을 남길 것인가

일요시사 0 2109

“한경직 목사님은 겸손과 청빈의 삶을 살다가 자신의 말대로 빈 손으로 하나님께 돌아가셨다. 타던 휠체어와 지팡이, 털모자, 입던 옷가지만을 남긴 채……. 땅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도 있고, 하늘과 땅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도 있다.”
 
타이거 우즈는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황제다. 1996년 스무 살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우즈는 데뷔 첫 해에만 PGA투어에서 두 차례나 우승하고 이듬해에는 최연소 나이로 마스터즈대회에서 우승했다. 이후 우즈는 수많은 대회의 우승을 섭렵하며 부동의 골프황제 자리를 지키다, 2010년 11월 잉글랜드의 리 웨스트우드에게 13년 동안이나 지켜오던 세계랭킹 1위의 자리를 내주었다. 황제의 몰락이 시작된 것이다. 몰락의 배후에는 무분별한 섹스 스캔들이 있었다. 결국 2010년 8월 거액(1억~3억 달러)의 위자료를 물어주고 이혼했다. 우즈는 섹스중독치료까지 받아야 했으며, 같은 해에 ‘가장 싫어하는 스포츠선수’로 뽑히는 치욕을 당해야 했다.

이후 우즈의 몰락은 가속화되었고, 그의 이름은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러나 우즈는 2012년 스캔들 이후 30개월 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3개 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황제의 부활을 예고했다. 마침내 2013년 3월에는 876일만에 세계랭킹 1위에 재 등극했다. 올해에만 4개 대회에 우승하면서 PGA 통산 78승으로 샘 스미드의 역사적 기록인 82승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우즈가 돌아온 이후 떠났던 팬들도 돌아오고, 영웅의 웅비를 기대하고 있다. 우즈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영웅을 좋아한다. 영웅은 보통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기 때문이다.
 
삼일교회를 크게 부흥시키고 성추행문제로 교회를 떠났던 전OO 목사가 2012년 5월 홍대새교회를 개척했다. 2012년 7월 24일자 뉴스앤조이에 의하면 새로 개척한 교회에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당시 이미 700여명의 젊은이들이 주일예배에 참석하고, 새벽기도회에도 200여명이나 참석한다고 한다.

명 설교자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전목사다. 공개적인 참회는 물론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사과도 없었지만, 여전히 많은 젊은이들이 그를 따르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같은 신문 2012년 8월 7일자 ‘왜 홍대새교회로 청년들이 몰리나?’라는 기사에 의하면, 2012년 7월 29일 전 목사는 출애굽기 28~31장을 본문으로 '죽도록 준비하고 대충하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고 한다. 다음은 설교 마지막 부분의 일부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래요. 제 스스로 볼 때 허물 많고 죄 많고 문제투성이 목사 아닙니까? 그렇죠. 그런데 혼자 생각할 때 이래요. 내가 이런 모습을 갖고 말씀을 증거 할 때 변화될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그저 하나님의 말씀 붙들고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신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십자가 의지하고, 주님의 능력 의지해서 증거하면 연약하고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믿는 자들이 나오고 변화되는 사람이 나오더라고요. 바로 그게 뭐에요? 하나님 의지하는 백성들에게 주시는 자유로움이에요. 자유로움. …하나님께 맡기고 부족함 가운데서 뛰게 될 때, 그 안에서 자유로움이 생기게 되고, 그 안에서 놀라운 능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고귀한 것들이 많아요. 완벽하지 않아요. 그러나 주님 의지하여 믿고 나아갈 때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 세상을 다 품을 수 있는, 세상이 나의 익스텐션(extension)이 되는 그런 은총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설교에서 전 목사는 '자유'라는 단어를 수도 없이 반복적으로 언급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자유로움이란 무엇일까? 자신의 설교를 듣기 위해 꾸역꾸역 밀려오는 청년들을 보며 그는 진정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청년들도 혹시 전목사처럼 죄책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목사도 이제 일부 젊은이들의 영웅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마태복음 5장 23, 24절에서 주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하나님께로부터 자유로움을 얻을 수도 없다.
 
1992년 6월 18일 템플턴 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한경직 목사님은 자기의 죄를 한국교회 앞에 이렇게 고백했다. “먼저 나는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나는 신사참배를 했습니다. 이런 죄인을 하나님이 사랑하고 축복해주셔서, 한국교회를 위해 일하도록 이 상을 주셨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경직 목사님의 참회하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 또한 한경직 목사님은 1982년 김병희 목사가 쓴 ‘한경직 목사’라는 책의 서문에서 자신의 죄와 허물을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저는 하나님 앞에서 저 자신을 돌아볼 때 허물 많고 죄 많은 부족한 것뿐입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언제 저를 부르실지 모르지만 빈손 들고 왔다가 빈손 들고 갈 인생입니다. 한 가지 드릴 말씀은 나는 육신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을 수 없는 중병의 사람이요, 또 내가 주님을 몰랐더라면, 내가 무슨 일을 했을지 모를 사람을 목회자로 세우신 주님의 은혜를 참으로 잊을 수 없습니다."
 
한경직 목사님은 겸손과 청빈의 삶을 살다가 자신의 말대로 빈 손으로 하나님께 돌아가셨다. 타던 휠체어와 지팡이, 털모자, 입던 옷가지만을 남긴 채……. 땅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도 있고, 하늘과 땅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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