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 (28) Melting Pot과 Salad B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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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병의 아침 묵상 (28) Melting Pot과 Salad Bowl

일요시사 0 1819

  요즘 미국은 지난 13일 미국 플로리다주의 제18순회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이 살인혐의자에 대해 무죄평결을 내린 일로 나라가 시끄럽다. 핵심은 정당방위냐 살인이냐 하는 문제지만, 인종차별문제와 총기사용의 문제, 사법제도문제까지 일파만파로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도된 내용들을 종합해서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작년 2월 열일곱 살 마틴은 회색 후드 차림으로 한 손에 편의점에서 산 사탕과 음료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폰으로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지역 자율방범대원이었던 조지 짐머만은 마틴을 범죄자로 의심해 뒤를 쫓아갔다. 마약과 관련된 듯한 수상한 흑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마틴은 여자친구에게 이상한 사람이 내 뒤를 쫓아오고 있다고 말한 뒤 짐머만에게 왜 나를 따라오느냐고 물었고, 이후 두 사람은 싸우다가 짐머만이 마틴을 총으로 쏴 죽였다.

짐머만의 주장에 의하면 마틴이 먼저 자신의 얼굴을 가격하고 바닥에 눕힌 뒤 계속 머리를 때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나머지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을 쐈다는 것이다.  마틴은 사망 당시 총기나 마약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약물이나 음주를 한 상태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911대원도 마틴에게 추격할 필요가 없다고 권고했다고 한다. 또 실제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구타 당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사건발생 초기 경찰은 짐머만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여 44일간 체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전국적으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흑인사회와 인권단체들이 들고일어났고, 급기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플로리다주 검찰은 금년 4월에 짐머만을 2급살인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 개시 16시간 만에 나온 이날 평결은 결국 짐머만의 무죄선언이었다. 무죄평결을 내린 배심원단 6명은 백인 5명과 히스패닉계 1명으로 이루어졌고, 그 중 흑인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 샌퍼드의 흑인비율이 약 30%에 이르는데도 말이다.
 
짐머만이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 정당방위로 총기를 사용했는지, 또는 과잉방어로 살인을 한 것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단지 배심원들은 정당방위로 인정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사건을 보는 미국의 주요언론들의 시각은 배심원들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뉴욕타임지(NYT)는 사설에서 '트레이번 마틴이 남긴 것'이라는 사설에서 이 사건이 "오늘날 인종 관계의 상태와 총기소유 허용을 둘러싼 싸움에 관한 슬픈 논평"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사설은 마틴이 편의점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비무장 상태의 소년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플로리다가 조지 짐머만의 총을 돌려주듯이 쉽게 그의 생명을 돌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이에 반해 보수 우익 매체로 평가되는 폭스뉴스의 칼럼니스트 존 로트는 피고인 짐머만에 대한 증거가 애당초 불충분했으므로 기소 자체가 무리였다면서 처음부터 이번 재판이 열리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의 형인 로버트 짐머만 2세는 평결 발표 직후 트위터에서 "오늘 나는 미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썼다고 한다.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이번 사건은 미국 정치전문사이트 '폴리티코'의 칼럼니스트 조 스카보로의 말처럼 "미국 정치문화의 천박한 상태”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워싱턴포스트의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 사건은 "한 소년의 죽음, 한 가족의 슬픔, 한 남자(짐머만)의 자유”라는 비극을 낳았다.
 
미국을 상징하는 표현 중에 ‘melting pot’이라는 말이 있다. 여러 다른 민족과 인종과 문화가 미국이라는 거대한 사회 안에서 하나로 녹아들어 미국화되는 것을 상징하는 말이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더 이상 ‘melting pot’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하나로 녹아든 ‘melting pot’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이 섞여있는 ‘salad bowl’일 뿐이다. 그것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입맛에 맞게 떡칠한 ‘salad bowl’일 뿐이다.
 
교회는 각기 다른 여러 모양의 삶을 가진 성도들이 모인 신앙공동체이다. 이민사회가 각기 다른 나라와 문화의 배경을 가지고 있듯이, 이민교회는 한국에서부터 각기 다른 교회와 다른 신앙배경을 가진 교인들이 많이 섞여있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이민교회가 ‘melting pot’이 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교회는 ‘salad bowl’에 가깝다.
 
‘salad bowl’은 한 사회 내에서 서로 다른 여러 문화의 차이와 가치를 인정하는 다문화주의를 말한다. 그러나 다문화주의는 자칫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정체성을 상실할 때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영국이나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이미 다문화주의를 추구하다 실패를 선언했다. ‘melting pot’을 외쳤던 미국도, ‘salad bowl’을 추구했던 유럽도 실패했다. 반면에 브라질은 다민족국가지만, 삼바와 축구로 하나의 문화를 공유한 ‘melting pot’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는 신앙의 본질을 지키는데 있어서는 ‘melting pot’이 되어야 하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면에 있어서는 ‘salad bowl’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성령 안에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으로 서로 죽어 하나가 되는 ‘melting pot’이 되어야 한다. 또한 서로의 삶과 배격과 성격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다양성 가운데 조화를 이루어내는 ‘salad bowl’이 되어야 한다.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채목사는 리무에라에 있는 오클랜드정원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신앙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09) 410 5353, 021 154 3398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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