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 (33)-바보들의 천국

기독교


 

채원병의 아침 묵상 (33)-바보들의 천국

정원교회 0 2048

하나님의 나라는 바보들만이 누릴 수 있는 바보들의 천국이다. 천국은 사랑이 있음으로 인해 꽃피어나고, 사랑이 없음으로 인해 황폐해지는 나라다.

초등학교시절에 공부를 참 못 했다. 한번은 반에서 113등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 반이 몇 명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꼴찌에서 10등 안에 드는 성적이었다.

초등학교시절에 나는 정말 바보였다. 이런 바보가 어쩌다 보니 의사도 되고, 목사도 되었다.

바보의사, 바보목사인 셈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진짜 바보의사나 바보목사가 되지 못한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의사면서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성산 장기려 박사는 경성의전을 졸업하고 김일성대학 의대와 서울의대, 부산의대 및 가톨릭의대와 인제의대 등에서 외과학 교수를 역임하였다.

선생은 워낙 실력이 뛰어나 많은 학교에서 서로 교수로 모시려고 했고, 상황에 따라 여러 학교에서 가르치셨다. 그런데 선생은 부산에 복음병원을 세워 가난한 사람들을 무료로 진료해준 것으로 더 유명하다. 선생은 사회적으로는 누구보다도 성공했지만, 성공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된 삶을 살았다. 이런 선생을 보고 주위사람들은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곤 하였다.

선생은 설날 세배하러 찾아온 제자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자네, 올해는 나처럼 좋은 일 좀 많이 하게나”스승의 말씀에 제자가 농담 삼아 이렇게 대답했단다.

“선생님 닮으면 바보 소리 듣게요?”그러자 장기려 박사가 허허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사람아, 바보 소리 들으면 성공한 거야! 바보 소리 듣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알아?’

사회적으로는 성공하는 것보다 바보가 되는 게 더 어렵다.

한 번은 선생 집에 도둑이 든 적이 있었다. 그런데 훔쳐갈 만한 게 없자 도둑은 책이라도 가지고 가려고 책들을 보자기에 싸다가 선생에게 들켰다. 그러자 선생이 도둑에게 말했다.

“여보게 젊은이, 그 책 가져가 봐야 고물 값밖에 더 받겠소? 내가 그 책값을 쳐 주겠으니 책은 놓고 가시오” 하고는 돈을 줘서 보냈다고 한다. 자기 집에 들어온 도둑놈한테 자기 책을 돈 주고 산 사람, 진짜 바보 장기려 박사다.

선생은 진짜 바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모든 삶을 통해 보여주신 분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천재였지만 평생을 바보로 살다가, 묘비에 ‘주님만을 섬기다 간

사람’이라고 적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1995년 12월, 만 84세의 나이로 소천하였다.

그런데 바보가 된다는 게 쉽지 않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바보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서 어설프게 바보 흉내 내려다가는 진짜 바보 취급 당한다.

바보가 되려면 확실한 바보가 돼야지 어설픈 바보가 돼서는 안 된다.
요한복음 10장에는 삯꾼 목자 이야기가 나온다. 삯꾼 그러면 아주 나쁜 사람인 것 같지만,곰곰이 생각해보면 삯꾼은 평범한 보통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삯꾼은 돈을 받고, 받은 돈 만큼 일하는 고용된 사람들이다.자기 양도 아닌데, 돈 받고 지켜주다가 사나운 짐승이 나타났을 때 살기 위해서 도망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삯꾼은 위험한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해서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자리를 피하는 영리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보통사람들이 다 삯꾼들이다.

남 욕할 것도 없이, 모두가 다 삯꾼들이다. 삯꾼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바보가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의 양들을 돌보면서 그 양들을 자기 양으로 생각하고, 목숨을 걸고 늑대와 싸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바보 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바보들이 많은 사회가 건강한 사회고, 이런 바보들이 많은 교회가 건강한 교회다. 그런데 교회도 사회도 삯꾼들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예수님께서 삯꾼이라고 하신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인 제사장들, 바리새인들, 서기관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가?

제사장들은 극단적이 현실주의자들이었으며, 제사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권력과 부귀영화를 탐하던 사람들이었다. 한 마디로 거룩한 돼지들이었다. 바리새인들은 겉으로는 점잖고 경건한 사람들이었지만, 속에는 돈 욕심과 명예욕이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이었다.

한 마디로 경건한 돼지들이었다. 서기관들은 유식한 돼지들이었다.이런 게 다 삯꾼의 마음이다. 삯꾼은 합리적인 사고로 무장한 보통사람들이며,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다. 돼지의 마음을 가진 종교인들이다.

그러고 보면 주위에 온통 돼지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에도, 오늘날 교회에도 돼지들로 만원이다. 목사돼지, 장로돼지, 권사돼지, 집사돼지, 성도돼지, 사방에서 꿀꿀거리는 소리가 요동을 친다. 내 소리가 그 중에서도 제일 클까 두렵다.

신자가 된다는 것은 주님의 마음을 배우고, 주님을 따르는 양이 되는 것이다. 바보가 되는 것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바보의 정신을 배워나가는 것이며, 바보들만이 누릴 수 있는 천국의 행복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바보들만이 누릴 수 있는 바보들의 천국이다. 천국은 사랑이 있음으로 인해 꽃 피어나고, 사랑이 없음으로 인해 황폐해지는 나라다.

오늘날 교회에서 천국의 모습을 보기 힘든 가장 근본적이고 유일한 이유는 바로 천국의 핵심가치인 사랑이라는 바보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바보가 그리운 세상이다.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채원병목사는 리무에라에 있는 오클랜드정원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신앙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09) 410 5353, 021 154 3398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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