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 (34) - 인생광야에 돋아난 푸른 풀밭

기독교


 

채원병의 아침 묵상 (34) - 인생광야에 돋아난 푸른 풀밭

정원교회 0 1933

하나님의 나라는 황량한 인생광야에 돋아난 푸른 풀밭이다. 주님께서는 친히 구름기둥, 불기둥이 되셔서 황량한 인생광야에서 우리를 지켜주시며,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신다.

뉴질랜드는 기후가 변화무쌍해서 비가 오는가 싶으면 개이고, 개이는가 싶으면 또 비가 온다. 우리 인생에도 햇빛으로 가득 찬 날들이 있는가 하면,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도 있다. 맑은 날만 계속되는 인생이란 없다. 때로는 검은 구름이 우리의 삶을 뒤덮을 때고 있다. 그러나 먹구름이 잔뜩 낀 날에도 구름너머에는 여전히 태양이 빛나고 있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도 희망의 무지개는 준비되어 있다.

톨스토이의 작품 중에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주인공 바흠은 가난한 농부였지만 없는 가운데 열심히 돈을 모았다. 큰 땅을 한 번 차지해 보는 게 평생 소원이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볼가강 건너편에 새로운 정착지가 생긴다는 소문을 듣고, 하인을 데리고 희망의 땅을 찾아 나선다. 그곳에 가서 땅을 관장하고 있는 촌장에게 땅값을 물으니 하루에 1000루블이란다.
“아니 하루에 1000루블이라니요? 면적당 파는 게 아닙니까?”
“예 우리가 파는 방법은 하루에 1000루블입니다. 1000루블만 내면 당신이 하루 동안 걸어서 차지할 수 있는 땅을 다 가질 수 있습니다.”
바흠은 심장이 두근거리면 가슴이 뜨거워졌다.
“1000루블만 내면 하루종일 걷는 만큼 내 땅이 된다고?!!!!”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당신이 출발한 지점으로 같은 날 해가 지기 전까지 돌아오지 못하면 당신은 1000루블도 잃고, 땅도 차지할 수 없습니다.”
바흠은 밤잠을 설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촌장과 만나기로 한 언덕으로 갔다. 언덕에서 한없이 펼쳐져 있는 푸른 풀밭을 보자 온 몸에 힘이 솟구쳤다. 촌장은 출발지점에 자신의 모자를 벗어놓고 바흠에게 말했다.
“당신의 하인은 나와 함께 이곳에 있고, 당신은 내 하인과 함께 가야 합니다. 각자의 하인이 증인이 될 것입니다. 이제 출발하시오.”
바흠은 원대한 희망을 품고 빠른 걸음으로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향해 이른 아침부터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자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러시아의 평원을 달구면서 땅도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바흠은 작열하는 태양열을 견뎌내면서 다짐한다.
“지금 고통을 이겨내고 한 시간을 더 걸으면 10년을 더 편하게 살 수 있다”
옷을 벗어 던지고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열을 견뎌내며 한참을 더 걸어가 말뚝을 꽂으며 외친다. “여기까지가 모두 내 땅이다!”
이제 해가 지기 전에 출발한 지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바흠은 러시아의 평원을 달린다. 온 몸은 땀에 젖고, 숨은 턱밑까지 차오고, 다리는 힘이 빠져 후들거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계속 달렸다. 이제 언덕만 올라가면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드넓은 평야를 차지할 수 있다. 언덕을 오르다 넘어지고 굴러 내리고 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력을 다해 언덕을 기어올라갔다. 바흠은 마침내 언덕을 올라가 모자를 손으로 꽉 움켜 잡았다. 그는 드디어 큰 땅의 주인이 된 것이다.
그러자 촌장이 바흠을 향해 말한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정말 엄청난 땅을 차지하게 되었군요.”
그러나 정작 바흠은 촌장의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모자를 움켜쥐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바흠은 죽을 힘을 다해 하루 종일 뛰었지만, 그의 심장은 주인을 위해 더 이상 뛰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마지막 숨을 몰아 쉬며 끝까지 있는 힘을 다 했지만, 폐는 더 이상 주인을 위해 숨을 쉬지 않았던 것이다.
촌장이 바흠의 하인에게 삽을 주면서 말한다. “그를 이곳에 묻어주시오”
하인은 삽을 들고 바흠의 시신을 묻기 위해 구덩이를 팠다. 구덩이의 길이는 2m에 불과했다. 바흠은 큰 땅을 얻었지만, 결국 자기 몸뚱이 하나 묻을 땅을 차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

주인공의 땅에 대한 집착은 우리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온갖 욕심의 허망함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숨을 거두며 움켜잡은 모자는 인간이 마지막까지 움켜쥐고 있는 욕심이다. 주인공이 마지막에 붙잡은 것은 땅이 아니라 죽음이었다. 주인공은 죽음을 움켜잡고 사는 우리들의 어리석은 자화상이다. 땅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삶의 현장이다. 그러나 욕심에 사로잡힐 때 그 땅은 죽음의 땅이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잠시 머물다 가는 광야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황량한 광야다. 그러나 황량한 광야에도 풍성한 생명이 숨쉬고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황량한 인생광야에 돋아난 푸른 풀밭이다. 푸른 풀밭은 우리의 욕심을 채워주는 땅이 아니다. 욕심의 땅은 죽음의 땅이다. 주님께서는 친히 구름기둥, 불기둥이 되셔서 황량한 인생광야에서 우리를 지켜주시며, 하나님의 나라라는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신다.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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