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 (36)하나님을 잃어버린 교회

기독교


 

채원병의 아침 묵상 (36)하나님을 잃어버린 교회

일요시사 0 2220
미국에서도 제법 규모가 되는 어느 교회에 새로운 담임목사가 오는 주일이었다. 교인들은 모두 어느 분이 자신들의 새 담임목사로 올까 기대하며 예배당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엉뚱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왠 거지가 갑자기 강대상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교인들은 모두 크게 놀라 어이없는 표정으로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쳐다보고 있었다.
교회의 제직들이 앞으로 달려나가 거지가 강대상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붙들자 거지가 말했다.
“저는 이 교회에 담임목사로 새로 오게 된 아무개 목사입니다”
“저 거지가 새 담임목사라니?”
놀란 교인들은 숨을 죽이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새 담임목사로 온 거지가 강대상에 올라가 입을 열었다.
“저는 이 교회에 새 담임목사로 부임하게 된 아무개 목사입니다. 제 모습을 보고 모두 놀라셨지요? 사실 저는 여러분께서 보시는 이 모습으로 교회 앞에서 예배가 시작하기 한 시간 전부터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간혹 동전을 던져주는 사람은 있었지만, 제게 관심을 갖고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는 제가 앞으로 목회할 교회의 교인들이 어떤 분들인지 먼저 알고 싶어서 그렇게 행동했던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저는 우리 교회에 가난하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 교회가 역사가 있고, 크고 아름다운 건물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교인 수를 자랑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정작 교회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께서는 계시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이 없는 교회, 이것이 현재 우리 교회의 모습입니다. 우리 교회는 하나님을 잃어버린 교회입니다.”
 
필립 얀시가 쓴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이란 책이 있다. 필립은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다. 학창시절에는 교회활동에 아주 열심이어서, 매주 일요일 아침예배와 저녁 예배는 물론이고, 수요예배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여름성경학교, 중고등부 활동, 부흥회, 선교집회에도 열심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필립은 갑자기 다니던 교회를 떠났다. 살벌한 정죄만 가득하고 겸손이나 따뜻한 사랑이 없는 교회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는 교회를 떠나있는 동안 자신처럼 교회 밖에서 영적으로 방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교회에서 상처를 입었거나 배신을 당한 사람들, 또는 교회에서 아무런 영적 감동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필립은 20여 년 동안의 방황 끝에 다시 교회와 신앙을 찾을 수 있었다.
 
어느 기독교인이 무신론자인 철학자 니체에게 “당신은 왜 그렇게 기독교인들을 부정적으로 보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니체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들이 조금만 더 구원받은 사람들처럼 보인다면 나도 그들의 구원을 믿겠소.”
 
그들이 구원받은 사람처럼 보인다면… 그렇다 구원받은 사람이 구원받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구원받았다는 사람들에게서 예수님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게 문제다. 잘난 사람만 있고, 죄인은 없다. 죄인이 없는 곳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실 자리가 있을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구원받은 사람들에게서 예수의 피는 보이지 않는다. 교회마다 걸려있는 십자가에 예수의 피가 흐르지 않는다. 십자가의 사랑이 보이지 않는 교회는 하나님을 잃어버린 교회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을 모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독교인들의 위선이 하나님을 모독하고 있다. 입으로는 경건하게 찬양하고 겉으로는 미소 지으며 웃고 있지만, 속에는 비열한 교만함과 남을 정죄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마음은 광야처럼 황량하고 잡초가 무성하다. 하나님은 그들의 입에만 있고, 마음에는 없다. 하나님을 잃어버린 기독교인, 하나님을 잃어버린 교회,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눈에 보이는 주위 사람을 둘러보지 않는다면 그 사랑, 그 믿음은 거짓이다. 하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누가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기 형제자매를 미워하면, 그는 거짓말쟁이입니다. 보이는 자기 형제자매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요일 4:20, 표준새번역)
 
‘하나님 사랑과 형제사랑’은 우리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다. 하나님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알고 싶으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보면 된다. 아무리 “하나님, 사랑합니다!” 외쳐봐야, 옆에 있는 사람도 사랑하지 못한다면 그 사랑은 거짓이다. 우리의 가증스러운 혀에서 더 이상 거짓고백이 나오지 않도록 회개하고 기도해야 할 때다.
 
주위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없다면, 그 영혼은 죽어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형제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미 죽음을 벗어나서 생명의 나라에 들어 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죽음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요일 3:14, 공동번역)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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