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 (41) - 흐려져가는 십자가

기독교


 

채원병의 아침 묵상 (41) - 흐려져가는 십자가

정원교회 0 1852
나탈리 우드가 주연한 ‘초원의 빛’이라는 영화가 있다. 젊은 시절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두 사람은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난 후에도,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윌리엄 워즈워드가 쓴 시, ‘초원의 빛’은 이렇게 시작한다.

여기에 적힌 먹빛이 흐려질수록
당신의 사랑 흐려진다면
저는 당신을 잊을 수 있겠습니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사랑을 담은 애절한 시다. 당신이 내게 쓴 편지의 먹물은 흐려져도 나를 향한 당신의 사랑은 변함이 없고, 나도 당신을 잊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못 잊어 하시며 사랑의 편지를 쓰셨다. 편지지가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에 쓰셨다. 먹물이 아니라 예수님의 피로 새기셨다. 십자가에서 뿌리신 피로 새기셨다. 우리의 마음에 새겨진 십자가의 사랑은 흐려질 수도 없고, 흐려져서도 안 된다. 그런데 오늘날 십자가가 점점 흐려져가고 있다. 교회에서 십자가가 점차 흐려져간다면, 교회는 하나님을 잊어가는 것이다. 우리 마음에서 십자가가 점점 흐려져 간다면, 우리는 하나님을 잊어가는 것이다.
 
오늘날 교회가 무력해지고, 우리가 삶 가운데서 살아계신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체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십자가가 흐려져가기 때문이다. 세상의 가치관이 교회에 밀려들어오고, 성도들도 세속적 가치관에 물들어가면서, 십자가도 점점 흐려져가고 있다. 십자가가 흐려지면서 교회의 정체성도 흐려지고, 성도들의 믿음도 함께 흐려져가고 있다.
 
현대교회들은 교회가 처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치고 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며, 찬양사역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놓치고 있다.
 
현실상황에만 집착하다 보면 본질을 놓치고 현상만 붙들게 된다. 이는 마치 의사가 환자의 증상만 보고 증상의 원인인 병명을 놓치는 것과 같다. 환자가 배가 아프다고 찾아왔는데, 통증의 원인을 찾으려 하지 않고, 진통제만 주는 것과 같이 미련한 짓이다. 맹장염(급성 충수돌기염) 환자에게 진통제를 주는 격이다. 통증이 심할수록 더 강력한 진통제를 주려고 한다. 모르핀과 같은 강력한 진통제를 맞고 통증이 덜 느껴지게 되면, 속으로는 오히려 병을 더 키우게 되고, 급기야 맹장이 터져 복막염이 되면, 급히 수술하지 않을 경우, 환자를 죽이게 된다.
 
십자가가 흐려질수록 교회도 죽고, 성도들도 죽어간다. 교회는 주차장이 아니라 주유소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안일함에 빠져 정체되어서는 안 되고, 영적 에너지를 기름 붓는 영적 주유소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영적 에너지는 프로그램이나, 행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복음주의 작가인 에릭 머텍서스는 지난 7월 2일 크리스천포스트(CP)지에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젊은 무신론자들에게서 배울 점들: 왜 그들은 기독교를 떠났는가'라는 제목이다.
 
조사에 응한 젊은이들 중 많은 수가 교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청소년 그룹의 리더로 섬기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을 무신론자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성경을 진지하게 가르치지 않는 목회자들의 모습"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 중 한 명인 필(Phil)이란 청년은 자신이 다니던 교회의 청소년부 목회자가 바뀐 다음부터 교회와 멀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가르쳤던 이전 목회자와 달리, 새로 부임한 목회자는 성경을 가르치는 시간을 줄이고, 다른 활동을 늘렸다고 말했다.
"성경을 가르치기보다는 즐겁게 놀아주거나 '친구'가 되려고만 애쓰는" 목회자들은 어린 교인들을 점차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결국 필과 같은 젊은 무신론자들을 키워내고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아는 상태에서, 그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말씀을 전한다면, 그가 하는 말을 존중하게 된다"고 그들은 조사에서 대답했다. 머텍서스의 이 조사는 교회가 진리를 선포할 때 성도들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지 못하고, 오히려 성도들이 교회로부터 멀어질까 두려워서 성도들의 입맛에 맞는 설교만 하거나, 프로그램 위주로 돌아갈 때, 교회와 성도들은 점점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복음의 핵심진리인 십자가가 점점 흐려져 가고 있는 것이 문제다. 당신의 마음 속에 십자가는 선명하게 살아있는가? 그 십자가는 당신의 삶 가운데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십자가는 말이 아니라, 삶으로 고백되어야 한다. 주님께서는 가장 낮은 자리, 가장 처참한 자리에서 모든 것을 내어주시며, 모든 이들을 품으셨다. 십자가는 가장 낮아지는 자리요, 모든 것을 내어주는 자리이며, 모든 것을 품는 자리다. 십자가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며, 십자가를 붙드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붙드는 것이다.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0 Comments
제목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