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 (42) - 겟세마네 기도를 다시 생각한다

기독교


 

채원병의 아침 묵상 (42) - 겟세마네 기도를 다시 생각한다

정원교회 0 2015
성경을 읽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적지 않지만,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기도도 사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내용이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겟세마네 동산을 찾아 가급적 십자가의 자리를 피하게 해달라고 성부 하나님께 온 힘을 다 해서 기도하셨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다. 세 번씩이나 간구하셨다.

마가복음 14장 36절은 이 때의 기도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이 때 주님께서 얼마나 온 힘을 다해 간절히 기도하셨는지, 땀을 흘리시는데 땀에 피가 베어 나올 정도였다. “예수께서 고뇌 가운데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그분의 땀이 핏방울처럼 되어 땅에 떨어졌다”(눅 22:44 바른성경)

예수님께서는 성자 하나님으로서 죄에 빠져 죽어있는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오신 분이시다. 하늘보좌를 떠나 친히 죄 많은 피조물의 모습으로 죄와 죽음이 지배하는 인간세상으로 찾아오신 분이시다. 그리고 십자가는 이러한 인류구원이라는 위대하신 목적을 이루는 자리다. 그러므로 십자가는 예수님의 지상사역의 절정이며, 십자가의 자리는 예수님의 지상여정의 최종 목적지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이 마지막 사명의 자리를 눈 앞에 두고 제자들에게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막 14:34). 마지막 순간에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있으신 것일까? 동서고금을 통해 왕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같이 바친 충신이 어디 하나 둘인가? 십자가에서 당하실 처참한 고통이 너무 힘드셨던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해한다. 예수님도 인간의 모습으로 오셨기에, 십자가에서 당하실 극심한 고통의 자리를 피하고 싶으셨을 것이라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십자가의 고통이 갖는 그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바른 이해가 아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을 피하고자 하셨던 것이 아니다. 십자가의 육체적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고통이 두려워서 이렇게 기도하신 것이 아니다. 주님께서 이렇게 기도하신 것은 십자가의 자리는 모든 것으로부터 버림을 받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제 구 시쯤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질러 이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는 곧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마 27:46)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는 “아빠 아버지”라고 하셨는데,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는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하셨다. 성부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하시던 분이 십자가에서는 ‘아빠 아버지’를 하나님이라고 부르셨다. 왜 주님께서는 ‘아빠 아버지’를 하나님이라고 부르셨으며, 어째서 하나님께서 자신을 버리셨다고 부르짖으셨던 것일까?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과 하늘 아버지와의 관계는 더 이상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십자가는 죄인들이 달리는 저주와 심판의 자리다. 십자가에서는 심판하시는 하나님과 죄로 인해 저주받는 죄인의 관계만 있을 뿐이다. 주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인류의 모든 죄를 짊어지시고, 철저하게 죄인의 신분으로 하나님의 심판을 받으신 것이다. 주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아빠 아버지’이신 성부 하나님으로부터 철저하게 버림을 받으셨다.

십자가는 철저하게 버림을 받는 자리다. 주님께서는 이와 같이 아버지로부터 버림 받으시고, 자신의 백성들로부터 버림 받으시면서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십자가는 하늘로부터 버림 받고, 땅에서도 버림 받는 가장 비참한 자리다. 우주에서 가장 처참하게 버려지는 자리가 바로 주님께서 달리신 십자가의 자리였다.

주님께서는 아버지로부터 버림 당하고 저주받는, 영적으로 완전히 관계가 끊어지는 고통이 너무나 크셨기에, 이 자리를 피하고 싶으셨던 것이다. 이것이 겟세마네 기도의 깊은 의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십자가는 우주에서 가장 강한 생명의 능력을 품고 있는 자리다. 주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버림을 받으시면서 우주에서 가장 비참한 자가 되어 죽으셨지만, 부활의 능력으로 모든 죽음의 세력을 정복하셨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외치시며, 우주에서 가장 깊은 어둠의 심연, 가장 고통스럽고 비참하게 버림 받은 자리에 떨어지신 주님이시기에, 가장 버림 받은 자 같은 그 어떤 비참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주님의 구원의 손이 뻗치지 않는 곳은 없다.

십자가는 우주에서 주님의 은혜와 사랑이 가장 밝게 빛나는 자리이며, 영원한 생명의 능력이 가장 강력하게 역사하는 자리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하늘로부터 버림 받으시고, 땅으로부터 버림받으시며, 우주에서 가장 비참한 자리에 떨어지시면서도, 끝까지 붙들고 놓지 않으신 것이 있었다. 바로 당신이다. 주님께서는 지금도 결코 포기함이 없는 그 사랑과 은혜의 손으로 당신을 붙들고 계신다.

겟세마네는 ‘기름 짜는 틀’이란 뜻이다. 주님께서는 온 몸과 영혼의 기름을 다 짜내시며, 지금도 당신을 위해 기도하시고 있다. 십자가의 그 깊고 아픈 사랑과 은혜로, 지금도 당신을 위해 기도하시고 있다.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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