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는 천국이 있는가?

기독교


 

교회에는 천국이 있는가?

정원교회 0 1892
고등학교 시절에 신앙을 처음으로 접했다. 복음서들을 읽으며 은혜도 많이 받았고, 신비스런 체험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믿음의 뿌리가 약한 터라, 조그만 시험에 크게 흔들렸고, 대학시절에는 형식적인 종교인 생활을 하다 급기야 교회를 떠났다.

고 3 때 교회 부흥회에 참석한 게 화근이었다. 부흥회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 기대감과 설렘도 있었다. 저녁에 예배당에 들어가자 이미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부흥강사 목사님은 천국을 열심히 부르짖고 있었다. 천국 설교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부흥강사가 외쳤다. “천국에 금반지 끼고 갈 거냐? 천국을 돈으로 살 거냐?” 천국은 금이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그런데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헌금 주머니가 돌면서 여자 집사님들이 여기저기서 끼고 있던 반지를 빼어 헌금 주머니에 집어넣는 것이었다. 남자 집사님들도 이에 질 새라 지갑들을 열었다.
 
부흥회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차라리 눈을 감고 있었어야 했다. 천국은 금과 돈으로 가는 것이 아니니, 금과 돈은 교회를 위한 헌금 주머니에 들어가야 했다. 금과 돈을 바치지 않으면 천국에 속한 자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 때 받은 충격이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두고두고 계속 메아리 치며, 교회에 대한 깊은 회의에 빠져 들었다. “내가 너무 쉽게 믿은 것은 아닌가? 강한 긍정은 강한 부정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기독교만이 진리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예수에게 구원이 있다면, 부처에게는 왜 구원이 없을까?”
 
불교서적들을 구해 읽어보았다. 난해한 책들도 있었지만, 성경보다도 더 심오한 것 같았고, 진리로 가득해 보였다. 철학책들은 용어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이해할 수가 없어 ‘철학이야기’같은 쉬운 책으로 대신했다. 차라리 문학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때, 샤르트르, 까뮤, 헤르만 헷세, 헤밍웨이, 앙드레 지드, 키에르 케고르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알고 읽었다기 보다는, 읽으면 괜히 뭔가 아는 것처럼 느껴졌다. 당시 유행했던 실존주의 운운해가면서,,,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창조주는 만날 수 없었다. 인간만 있을 뿐이었다. 그 내용이 아무리 심오하더라도, 창조주는 만날 수 없었다. 불교나 철학이나 문학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감히 그럴 자격이 내게는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단지 그 안에서 창조주를 만날 수는 없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교회에는 창조주가 있어야 한다. 그냥 개념상으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존하는 창조주가 계셔야 한다. 그 창조주는 인간과 동떨어진 신이 아니다. 인간과의 깊은 관계 속에서 실존하는 신이다. 그분께서 인간들에게 원하시는 것은 하나다. “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를 원하신다. “내가 있다”는 영어로는 “ I AM”이다. “내가 있다” 즉, “I AM”은 창조주께서 인간들에게 알려주신 그분의 이름이다(출 3:14).
 
교회에는 “I AM”이신 창조주가 있어야 한다. 성도들과 성도들의 모임인 교회 안에 “I AM”이신 그분께서 살아 계셔야 한다. 그분께서만이 주인으로 계셔야 한다. 시간과 우주와 만물과 인간을 창조하시고, 통치하시는 그분만이 주인으로 계셔야 한다. 여기에 성도들의 실존이 있고, 교회의 실존이 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복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I AM ,,,,,” 즉, “나는 … 이다” 하는 식으로 표현하셨다. 예를 들어서 “나는 선한 목자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등이다. 여기에 깊은 뜻이 숨어 있다. “선한 목자이신 I AM”, “부활과 생명이신 I AM”, “길과 진리와 생명이신 I AM”, 바로 예수님이시다. 예수님께서는 인간 안에 선한 목자이신 창조주, 부활과 생명이신 창조주, 길과 진리와 생명이신 창조주로 깊숙이 들어와 실존하시는 것이다.
 
십자가는 “I AM”이신 창조주께서 인간들 안에서 어떻게 실존하시는 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신 창세이래 최대의 사건이다. 창조주께서 무한한 우주로도 담을 수 없는 한량없는 사랑을 인간들에게 보여주신 사건이다.
 
십자가는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I AM”이신 창조주와 인간이 만나는 자리다.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I AM”이신 창조주의 사랑과 은혜를 만나는 자리다. 천국은 금이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금이나 은을 구하는 곳도 아니다. 천국은 오직 십자가의 문을 들어서는 자들, 오직 십자가의 자리에 서서 그 자리를 굳게 지키는 자들이 들어가는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다.
 
“내가 있다”이신 하나님, “I AM”이신 하나님께서는 과연 오늘날 교회와 성도들 안에 살아 계신가? 하나님의 이름만 있고, 인간들이 “I AM”이 되어, “내가 있다”고 외치고 있지는 않은가? 십자가는 “내가 없는” 자리다. “내가 없는” 그곳에서 “내가 있다”이신 “I AM”의 하나님은 실존한다. 나도 그곳에서 “I AM이신 하나님과 함께 실존한다. 그리고 그곳에 천국도 실존한다.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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