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50) -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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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병의 아침 묵상(50) - 안녕들 하십니까?

정원교회 0 2308
요즘 한국은 한 대학생이 학교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 한 장으로 시끄럽다.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불합리한 현상들에 대해 무관심한 대학생들에게 각성을 촉구한 대자보다. “안녕들 하십니까?”란 제목의 이 대자보가 사회 각 분야에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자보의 끝부분을 소개한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 없으신가, 혹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전국 수백 개 대학의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비슷한 내용을 다룬 수많은 대자보가 붙는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이 대자보만이 사회적으로 크게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다. 대자보는 자기 자신만의 앞길을 가름하기에 바빠 사회정의에 점점 무관심해지고 있는 세대에 대한 각성을 촉구한다. 그렇다고 운동권 학생들의 상투적인 구호처럼 열광적이고 강경한 비판이 아니다. 조심스럽고 차분한 어조로 일상의 삶 속에 매몰되어 가고 있는 지성인들의 정의감을 비판한다. 안녕해서는 안 될 때에 안녕하게 지내려는 지성인들을 잠에서 깨어나게 한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논현동 서울영동교회에서 풀러신학교의 김세윤 박사를 초청하여 ‘칭의와 성화’란 제목으로 목회자 세미나가 개최됐다. 세미나에서 김세윤 박사는 ‘칭의의 복음에 대한 왜곡’을 비판했다. 의로운 삶이 없는 칭의론으로 인해, 본회퍼가 말했듯 싸구려 복음과 구원파적 복음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칭의론이 오히려 의로운 삶을 막고, 방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회에서는 주일성수•헌금•전도 세 가지만 하면 되고, 술•담배•제사 세 가지만 하지 않으면 훌륭한 크리스천이 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술과 담배는 음식을 가리는 문제에 해당이 되며, 예수님은 성경에서 이에 대해 신학적으로 성별파들인 바리새인, 서기관들과 가장 논쟁을 많이 하시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이어서 예수님은 입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게 한다며 이런 부분들을 싹 무시하셨는데, 정작 우리는 이것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성경은 이에 대해 두 가지로 요약하는데, 먹든지 마시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려 하라는 것과 이웃 사랑의 관점에서 누구에게나 거치는 자가 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목사님들, 성도님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주일에 예배 잘 드리고, 땀 흘려 힘들게 번 돈으로 헌금 잘 하시고, 교회봉사 열심히 하시면서 모두들 안녕들 하십니까? 매일 기도하고, 성경 읽고 큐티 하시면서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복음이 싸구려 은혜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 앞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거대한 절벽 앞에 서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나님의 능력도, 하나님의 사랑도 싸구려 은혜 속에 묻혀져 가고 있는 현실이란 거대한 절벽 앞에 서있는 느낌입니다. 이웃에게는 무관심하고 자신의 세계에만 갇혀서 안녕하신 분들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사랑 없는 거짓 믿음 속에서 거짓 안녕을 누리려는 분들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우리 곁에 서서 함께 슬퍼하시고, 함께 울고 계시는 예수님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예수를 친구라 부르는 분들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장풍을 날리는 분들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굿 판을 벌이는 분들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믿으면서 우리 옆에 계신 예수님의 창조의 능력은 믿지 못하시는 분들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예수의 마음은 없으면서 예수를 친구라 생각하는 분들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능력은 행하면서 예수의 사랑은 없는 분들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예수 잘 믿어서 부자 되고, 성공했다는 사람들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교회는 주님의 몸이라고 말하면서 주님의 피가 흐르지 않는 교회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피가 흐르지 않는 몸은 죽은 송장입니다. 교회들이 죽은 송장 같아 안녕하지 못합니다. 십자가의 사랑을 설교하면서 십자가의 사랑을 살지 못하는 제 자신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세대, 지역, 계층을 뛰어넘어 전국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가는 물론이고, 고등학생과 평범한 직장인, 주부들도 나름의 문제의식을 담은 대자보를 쓰고 있다. 가히 ‘안녕들 하십니까’ 신드롬이 일어나고 있다 할 만 하다.

그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자보가 하나 있다. '고려대에 붙은 한 어머니의 답글'이라는 대자보다. "너희들에게만은 인간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었는데…너를 키우면서 부끄럽게도 성적과 돈에 굴종하는 법을 가르쳤구나…미안하다…이제 너의 목소리에 박수를 보낸다. 82학번 너희들의 엄마가" 

우리는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여,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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